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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름’ 한 달…대구, 연대와 단결로 희망 열다

등록 2020-03-18 11:54수정 2020-03-18 11:59

지난달 18일 대구 첫 확진자 발생 후 한달
지난달 29일 하루 확진자 741명까지 폭발
병상 부족으로 자택 대기 확진자 2천여명
광주시 “대구 경증 확진자 받아 들이겠다”
지자체·기관·기업·종교 등 연대 손길 답지
추가 확진자 감소·완치자 급증하며 안정세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앞에 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할 119구급차가 가득 주차돼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앞에 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할 119구급차가 가득 주차돼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대구의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을 맞았다. 지난달 18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매일 수백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정부와 대구시는 추가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병상과 의료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대다수의 확진자가 자가격리되던 초기 상황은 지난 2일부터 전국 각지에 생활치료센터가 운영되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호남을 비롯해 영남과 수도권 등 전국의 지자체에서도 대구 환자를 수용해 치료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의사들이 자원해서 대구를 찾았고 전국 각지에서 구호품과 생필품 등의 응원이 답지했다. 사재기 한번 없이 위기를 견뎌내던 대구시민들은 지원 온 의사들에게 무료로 거처를 제공했다. 지난 한 달, 전무후무한 위기를 다 함께 이겨내며 대구는 되레 ‘희망의 거점’이 되었다.

위기는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지난 1일 오후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우리 광주공동체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대구시민들이 코로나 확진을 받고도 병상이 없어 방치되고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 5월 수많은 연대의 손길들이 광주와 함께했던 것처럼 지금은 우리가 빚을 갚아야 할 때다.” 광주시의회, 광주시교육청, 종교계, 경제계, 의료계 등 광주지역 기관단체장들이 이 시장 옆에 함께 섰다. 이들은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이자 의향인 광주공동체가 코로나19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달빛동맹’ 형제 도시 대구를 돕기 위해 대구지역 코로나19 경증 확진자들을 받아들여 치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구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난리가 났다. “광주시민 여러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ㅠㅠ”, “광주 사랑합니다”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이날은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던 때였다. 전날 하루에만 추가 확진자가 514명이 늘었고, 전체 확진자 2569명 가운데 1661명은 입원할 병원이 없어 자가대기 중이었다. 광주의 특별담화문 발표는 대구시민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전국 각지의 지원에도 전염의 확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정점은 대구에서 하루 만에 추가 확진자가 741명이 쏟아진 지난달 29일이었다. 이후 사흘 동안 매일 500명대 추가 확진자가 나오며 대구는 비상이 걸렸다. 대구시 공무원들은 1만명이나 되는 신천지 교인들을 찾아내느라 진땀을 뺐다. 당시 대구에서는 몇 사람이 모이면 “혹시 너는 신천지 교인 아니지?”라고 묻는 게 마치 인사말처럼 유행했다. “대구 봉쇄”, “문재인 폐렴”. 이런 와중에서 정치인들이 함부로 내뱉은 이런 말은 대구시민들을 더 지치게 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보낸 연대의 손길로 대구는 다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광주시는 대구에서 첫 확진자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 대구에 가장 먼저 달려와 마스크 2만장을 전달했다. 광주시의사회도 지난달 28일 달빛의료지원단을 꾸려 300㎞를 달려 대구에 왔다. 세월호 유가족은 대구의 의료진에게 핸드크림을 보냈고, 의료진과 119구급대원들에게는 아이들의 응원편지가 잇따르고 있다.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했고, 마스크 양보 운동도 일어났다. 전국의 의료진이 대구로 달려왔고, 다른 지역에서도 대구의 확진자를 받아주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종교기관 등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시설을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하라며 내놨다.

지난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2동우체국 앞에 200여명이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지난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2동우체국 앞에 200여명이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17일 대구는 엿새째 두 자릿수 추가 확진자가 나오며 코로나19 확산이 한풀 꺾이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대구의 확진자는 모두 6098명인데 2503명이 전국 72개 병원에 나뉘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2343명은 생활치료센터에 머물고 있다. 2천명이 넘었던 자택 대기 확진자는 240명으로 줄었다. 전날 하루 대구에서는 32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지만 214명이 완치돼 자가격리가 해제됐다. 현재 대구의 완치자는 모두 958명으로 곧 1천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전국에서 대구의 확진자들을 받아주고 의료진이 건너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덕분이다. 대구에는 조금씩 따뜻한 봄이 오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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