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영남

“아버지는 베테랑, 돌아오실 것”…아들의 믿음 전해졌을까

등록 2022-11-04 15:56수정 2022-11-05 09:37

‘봉화 광산 매몰’ 열흘째 구조
시추공 파이프에 가족편지·의약품 내려보내
“베테랑 아버지가 잘 아는 길, 살아계실 것”
경북 봉화 아연광산 붕괴 사고 열흘째인 4일 60대 매몰 광부의 아들 박근형(42)씨가 쓴 편지. 구조당국은 가족들이 쓴 편지와 의약품 키트 등을 시추공 파이프를 통해 갱도 안으로 들여보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 아연광산 붕괴 사고 열흘째인 4일 60대 매몰 광부의 아들 박근형(42)씨가 쓴 편지. 구조당국은 가족들이 쓴 편지와 의약품 키트 등을 시추공 파이프를 통해 갱도 안으로 들여보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아버지,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경북 봉화 아연광산 붕괴 사고 열흘째인 4일 매몰 광부의 가족들이 시추공에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손편지를 내려보냈다. 광부들이 시추공 불빛을 보고 근처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구조 당국의 의약품 키트에 손으로 쓴 편지를 함께 보낸 것이다. 구조 당국은 이날 오전까지도 매몰 광부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베테랑, 안전한 곳에 계실 것”

“사고 당일 감독관이 갱도에서 올라가고 4분 뒤에 펄이 쏟아졌다고 해요. 수직갱도에서는 아버지를 못 보셨다고 하니, 갱도 안 쪽에서 작업하고 있으셨던 것 같아요. 이곳(대피 예상 지점)이 아버지가 평소에 잘 아는 길이고, 차가 지나다닐 정도로 넓은 길이라고 합니다. 베테랑이신 아버지는 안전한 곳에 있으실 겁니다.” 60대 광부의 아들 박형근(42)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구조 당국은 전날인 3일 오전 2개의 시추공을 광부들의 대피 예상지점까지 연결한 데 이어 오후 5시20분에도 시추공 하나를 추가로 연결했다. 곧바로 내시경 카메라와 음향탐지기를 시추공을 통해 갱도로 내려보냈지만, 생존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김시현 봉화소방서 재난대응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시추공 4개가 목표지점에 도달해 내시경 카메라와 음향탐지기를 동원해 (생존 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다. 천공기 3대는 다른 곳에서 시추 중이다. 추가로 4대가 시추를 하려고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 아연광산 붕괴 사고 열흘째인 4일 고립된 작업자들을 위해 식음료, 간이용 보온덮개, 해열진통제, 식염포도당 등을 천공으로 내려보낼 계획이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 아연광산 붕괴 사고 열흘째인 4일 고립된 작업자들을 위해 식음료, 간이용 보온덮개, 해열진통제, 식염포도당 등을 천공으로 내려보낼 계획이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애초 2∼3일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갱도 복구 작업은 열흘이 지나도록 완료될 기미가 안 보인다. 갑자기 쏟아진 펄로 제1수직갱도가 막히면서 구조당국은 제2수직갱도를 통해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는데, 제2수직갱도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폐쇄된 곳이라 작업이 쉽지 않은 탓이다. 일단 입구부터 갱도가 꺾이는 지점까지 45m 구간에 쌓인 돌덩이들을 제거하고 광차가 움직일 수 있는 레일을 깔아야 했다. 사고 5일째에서야 입구 45m 구간을 복구하고, 꺾이는 구간 사이 선로를 연결했다. 당국은 이날부터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갱도 안에서 수시로 길을 가로 막은 암석 더미를 만났다.

 갱도 메운 돌덩이들…작업 속도 더디기만

더디기만 했던 복구 작업은 사고 8일째인 지난 2일 희망을 보는 듯했다. 복구 작업 구간 가운데 일부가 사람이 걸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건재했다. 작업에 속도가 붙어 램프웨이(정상 갱도)까지 145m 구간 복구 작업을 마쳤다. 여기에 폐쇄 갱도라고 여겼던 또 다른 진입로를 발견했다. 당국은 애초 구조 예정 경로로 정했던 램프웨이에서 거대한 돌덩이를 만나자, 이곳 대신 새로 발견한 진입로에서 연결 통로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새로 발견한 진입로부터 램프웨이까지 30m가량 돌덩이가 쌓인 구간만 뚫으면 본격적인 수색 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작업도 수월치는 않다. 진입로를 발견한 뒤 돌을 실어나르는 운반차가 들어가는 데만 이틀가량 걸렸다. 운반차가 한 차례 고장 나 수리하기도 했다. 당국은 4일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돌덩이 제거작업을 계속했지만 겨우 3m 남짓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구조팀은 오후 3시까지 5m 가량 더 진입했지만, 위에서 돌덩이들이 떨어져 다시 2m를 후퇴했다. 당국은 지지대를 설치하면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조 당국은 복구 난이도가 높았던 입구 구간에 견줘 돌덩이 크기는 작은 편이지만, 복구 완료 시점은 단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사고 10일째인 4일 오전 고립된 작업자 2명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된 시추기 옆에서 굴삭기 작업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사고 10일째인 4일 오전 고립된 작업자 2명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된 시추기 옆에서 굴삭기 작업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봉화/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기차 말고 버스를 타라고요?”…열차운행 시작한 서화성역 가보니 1.

“기차 말고 버스를 타라고요?”…열차운행 시작한 서화성역 가보니

‘북 대남 확성기’에 아기 경기 일으키자…정부, 방음창 지원 2.

‘북 대남 확성기’에 아기 경기 일으키자…정부, 방음창 지원

누가누가 잘 망했나?…올해도 카이스트 ‘실패 자랑’ 대회 3.

누가누가 잘 망했나?…올해도 카이스트 ‘실패 자랑’ 대회

[영상] “지하철역 식사, 세 가정 근무”…필리핀 가사관리사 호소 4.

[영상] “지하철역 식사, 세 가정 근무”…필리핀 가사관리사 호소

[영상] 명태균, 구속 12시간 만에 또 조사…검찰 “돈 관계 혐의 부인해” 5.

[영상] 명태균, 구속 12시간 만에 또 조사…검찰 “돈 관계 혐의 부인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