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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베테랑 광부들, 221시간 만에 기적처럼 돌아왔다

등록 2022-11-05 00:23수정 2022-11-06 02:30

4일 밤 11시3분 갱도서 발견…구급대 이송
모닥불 피우고 커피믹스 먹으며 생존…베테랑 광부 지혜 빛나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4일 밤 생환한 고립된 광부 2명이 얼싸 안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4일 밤 생환한 고립된 광부 2명이 얼싸 안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사고 발생 열흘째. 기대와 희망이 체념과 절망으로 바뀌려던 순간 모두가 염원하던 기적이 현실화했다. 경북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아연광산 붕괴사고로 매몰됐던 광부 2명이 극적으로 생환했다. 4일 오후 11시3분. 고립 221시간 만이었다. 칠흑 같은 지하 갱도에서 응급 수단을 동원해 스스로를 지킨 베테랑 광부의 지혜와 경험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경북소방본부는 4일 “갱도에 고립됐던 조장 박아무개(62)씨와 보조작업자 박아무개(56)씨 2명을 밤 11시3분께 무사히 구조했다”고 밝혔다. 경북소방본부는 “소방구조대원 1명과 광산구조대원 1명이 수색해서 최종구조했다. 구조지점은 애초 작업하던 지하 190m 지점 부근이었다. 광부들은 주위에 비닐을 두르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 손실을 막으며 장시간을 버텼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방본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광부들이 입원한 안동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드셨다고 한다. 커피믹스가 떨어졌을 때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허기와 갈증을 견뎠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 열흘째인 4일 밤 11시3분께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생환했다고 구조당국이 밝혔다. 사진은 이날 생환한 고립자들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 소방청 제공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 열흘째인 4일 밤 11시3분께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생환했다고 구조당국이 밝혔다. 사진은 이날 생환한 고립자들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 소방청 제공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4일 오후 11시께 구조당국이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을 구조해 이동시키고 있다. 사진은 이날 광부들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4일 오후 11시께 구조당국이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을 구조해 이동시키고 있다. 사진은 이날 광부들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경북소방본부 제공

갱도 밖에서 광부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던 가족과 동료, 구조 작업자들이 환호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조장 박씨의 아들 근형(42)씨는 “아버지가 너무도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서 갱도 밖으로 나왔다. 믿어지지 않는다. 국민께서 관심도 많이 주셨고, 꼭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응원과 위로도 많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보조작업자 박씨의 조카 임유리(32)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동 병원으로 이동 중이다. 열흘 동안 마음고생이 엄청 심했는데, 구조당국과 고생하신 모든 분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구조된 광부들은 대기하던 구급차 편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조 당국은 이날 매몰 광부들의 대피 예상 지점에 시추공 3개를 연결한 뒤 내시경 카메라와 음향탐지기를 통해 갱도 내부를 탐색하는 한편, 지난 2일 새로 발견한 진입로를 통해 매몰 갱도까지 연결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암석 제거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결국 이날 밤 매몰 장소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됐고, 이곳을 통해 매몰 광부들이 걸어 나왔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 열흘째인 4일 오후 11시2분께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생환한 가운데 5일 새벽 안동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2.11.5 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 열흘째인 4일 오후 11시2분께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생환한 가운데 5일 새벽 안동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2.11.5 연합뉴스

이들은 지난달 26일 지하 190m 지점에서 갱도 레일 설치작업을 하던 중 제1 수직갱도에 갑자기 밀려 들어온 토사 300~900톤이 갱도 아래로 수직으로 쏟아지며 고립됐다. 이들과 함께 작업 중이던 광부 5명 중 2명은 26일 오후 8시께 자력으로 빠져나왔고, 3명은 비상계단이 휩쓸려 내려가 갱도 안에 갇혔다가 업체 측의 자체 구조로 오후 11시쯤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구조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에 고립된 채 열흘을 보내야 했다.

봉화/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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