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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광산 붕괴 9일째 시추 성공했지만…생존 확인은 아직

등록 2022-11-03 19:21수정 2022-11-04 02:30

봉화 광산 매몰 사고 9일째인 3일 구조당국과 고립자 가족들이 4호공 아래로 내려보낸 음향탐지기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고 있다. 김규현 기자
봉화 광산 매몰 사고 9일째인 3일 구조당국과 고립자 가족들이 4호공 아래로 내려보낸 음향탐지기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고 있다. 김규현 기자

“박○○씨, 대답해주세요. 힘이 없으면 돌로 쳐주세요. 두 번씩 ‘딱딱’ 쳐주세요.”

경북 봉화 아연광산 붕괴 사고 9일째인 3일 정오, 매몰 광부들을 찾기 위해 구멍을 뚫던 천공기 소리가 멈췄다. 광부 가족들과 구조당국 요원들이 4호 천공기를 둘러싼 채 시추공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오전 카메라와 음향탐지기를 동원한 3호기의 탐색작업은 성과가 없었지만, 4호기에서 희망의 신호음이 들렸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먼저 ‘따닥따닥’ 하는 소리를 들었고, 구조당국은 곧바로 내시경 카메라를 시추공에 집어넣어 갱도 안을 살폈다.

“우리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을까요? 처음 ‘따닥따다닥’ 하는 소리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렸고, 그다음에는 질감이 더 단단한 소리가 들렸어요. 기계가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섞여서 구분이 어렵긴 했지만.” 고립된 50대 광부의 조카 임아무개(32)씨가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쪽이 공개한 4호기 시추공 내부 화면에는 검은 갱도가 보이다가 뿌연 안개 같은 것에 가려지기를 반복했다. 물방울이 비처럼 떨어졌지만, 우려했던 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광부들은 없었다. 매몰 광부의 또 다른 가족은 “만약 갱도 안이 펄로 차 있었다면 큰일 날 뻔했는데, 펄이 없어 천만다행이다. 충분히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공간인 것 같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구조당국은 이날 3·4호 천공기를 깊이 170m 목표 지점까지 뚫어 갱도와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내시경 카메라와 음향탐지 장비를 파이프를 통해 내려보낸 건 아침 7시. 당국은 혹시나 광부들이 근처에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파이프를 통해 미음, 식염포도당·종합진통제·해열제, 보온덮개 등을 내려보냈다. 오후 5시 현재 천공기 5대가 다른 지점에서 시추 작업 중이고, 3대는 시추를 준비 중이다. 처음 시추에 투입된 천공기는 목표 지점까지 시추했지만, 20년 넘은 지하도면을 근거로 엉뚱한 곳에 구멍 뚫는 작업이 이뤄진 탓에 갱도와 만나지 못했다.

봉화 광산 매몰 사고 9일째인 3일 구조당국이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봉화 광산 매몰 사고 9일째인 3일 구조당국이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새 진입로를 찾아내면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던 갱도 복구 작업도 더디기만 하다. 광부들의 예상 대피 지점으로 통하는 갱도 30m가 돌덩이로 메워진 탓이다. 돌덩이를 일일이 손으로 치우면서 운반차를 갱도 안으로 진입시켜야 하는데, 2일 밤 운반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수리를 하는 데 시간이 추가로 소요됐다. 애초 구조 경로로 계획했던 갱도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큰 돌덩이가 가로막고 있는데, 돌덩이 뒤편에 광부들이 대피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발파작업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구조당국은 설명했다.

구조 시점이 계속 늦춰지면서 광부 가족들의 초조감도 커지고 있다. 50대 매몰 광부의 누나 박아무개(62)씨는 “(업체가) 신고도 14시간이나 늦게 하고, (사고 뒤) 3일이나 지나서 시작한 시추 작업도 20년 전 지도에 의존했다”며 “일분일초가 급한데 이렇게 작업이 더디면 우리 동생은 어떻게 되느냐”고 발을 동동 굴렀다.

봉화/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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