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저녁 6시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대구 변호사사무실 방화 사건 희생자 6명의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아침에 남긴 ‘잘 다녀올게요’라는 말이 마지막일 줄 몰랐습니다. 제게 남은 삶은 고인의 삶을 본받아 살겠습니다.”
대구 변호사사무실 방화 사건 사고로 친동생을 잃은 ㄱ씨는 13일 오후 6시 경북대병원에서 열린 희생자 6명의 합동추모제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족을 대표해 인사를 전한 그는 “동생은 법적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분들을 위해 밤낮 고민하며 살았다. 그런 삶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자의 손으로 하루아침에 부정당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담담한 목소리로 인삿말을 마친 그는 헌화가 시작되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통곡했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두 손을 모으고 선 변호사 단체 회원들은 눈물을 감추느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 변호사의 후배인 ㄴ 변호사는 “후배들에게 인사를 받기보다 먼저 인사하는 편안한 형님이셨고, 이주 여성을 위한 법률 구조 활동을 하면서 함께 고민하면서도 시시때때로 장자를 논하시던 소탈한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송구하고 면목이 없다. 아무런 잘못 없이 가신 피해자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게 하겠다. 이번 사건은 변호사 제도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반문명적인 사법 테러다. 사회적 관심을 최대한 집중해 재발방지 대책의 발판을 마련하겠다. 오늘 추모식은 그 발걸음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희생자 유가족들에게는 검찰의 범죄 피해자 지원제도에 따른 구호금이 전달됐다. 대구시도 시민재해보상금(1인당 200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대구지방변호사회는 이번 방화 사건으로 숨진 김아무개 변호사가 맡은 사건을 파악해 의뢰인들이 정상적으로 변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김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 의뢰인들이 다른 변호사를 통해 변호를 받을 수 있도록 변호사 선임을 돕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도 유족 쪽과 상의해 성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을 불이 난 건물 2층에서 일하던 다른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이 임시 업무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내놨다.
앞서 9일 오전 10시55분께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사무실 건물 2층 203호에서 용의자 천아무개(53)씨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용의자를 포함한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용의자를 제외하고 숨진 6명은 203호 사무실에 있던 김 변호사와 직원들이다. 경찰은 천씨의 집에서 입수한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분석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찾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