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낮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변호사님이 어려운 이주여성들의 이혼, 가정폭력, 성폭력 사건 등을 많이 지원해주셨어요. 사무장님께도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가시다니….”
11일 낮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희생자 6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최아무개(30)씨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10여년 전부터 이주여성 지원단체에서 일하면서 숨진 김아무개 변호사와 그의 사촌동생인 사무장과 인연을 맺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단체의 이주위원장을 맡으며 지역 이주여성들의 변론을 지원했다고 한다. 그는 국선 변호사 역할도 꾸준히 했다.
최씨는 “사무장님도 물어보고 싶은 것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말씀하시고 정말 우리를 많이 도와주셨다.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와 함께 온 김아무개(40)씨도 “10여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서 지금까지 지원을 해주셨다고 들었다. 차비도 안 나오는 비용을 받으면서 변론을 해주셨다. 저희한테는 정말 큰 힘이 되는 변호사님이었다”고 말했다.
11일 낮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한 시민이 두고 간 편지가 놓여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이날 합동분향소는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분향소 맨 앞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근조 화환이 놓여 있었고, 지역 정치인과 전국 변호사단체에서 보낸 근조 화환이 줄을 지었다. 이날 아침 권영진 대구시장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소 단상에는 “김아무개 변호사님을 비롯해 억울하게 희생되신 모든 분, 얼굴도 모르는 제가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죄 없는 당신들이 피해자가 됐습니다. 절만 하는 저를 부디 용서해주십시오”라고 적힌 편지가 놓여 있었다. 이 편지에는 “앞으로는 이런 일, 이런 일을 하게 한 당신(용의자)의 경험을 겪은 사람들, 그런 경험을 하게 한 사람들 모두 없기를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피해자 6명 가운데 1명은 이날 발인을 마쳤고, 나머지 5명은 12일 오전 합동 발인할 예정이다. 장례는 대구지방변호사회 장으로 치른다. 합동분향소는 13일 오전까지 운영된다.
지난 9일 오전 10시55분께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사무실 건물 2층 203호에서 용의자 천아무개(53)씨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용의자를 포함한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천씨는 재건축 투자로 재산 손실을 보고 소송에서 패소하자 소송 상대의 법률 대리인에게 보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왜 천씨가 분쟁을 벌이는 당사자가 아닌 상대방 법률 대리인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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