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침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희생자 5명의 발인에서 한 유족이 영정을 든 채 고인의 운구를 기다리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이래(이렇게) 보내도 되는 기가(거냐). 억울해가(억울해서) 우야노(어떡하냐). 아이고 아이고.”
12일 아침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희생자 5명의 발인에선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앞서 희생자 6명 가운데 1명의 발인은 지난 11일 열렸다.
5명의 발인은 아침 7시30분부터 차례로 이어졌다. 불이 난 203호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다 숨진 사무장의 발인이 먼저 시작됐다. 사무장의 유족은 “착한 놈을 먼저 데리고 가느냐. 이렇게 보내도 되는 게 맞느냐”며 통곡했다. 합동분향소를 지키던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원 30여명은 발인을 지켜보며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김아무개 변호사와 그의 사촌 형제인 사무장의 발인이 시작됐다. 유족들은 장의차 트렁크에 실린 관을 붙잡고 두드리며 한동안 통곡하며 놓아주지 않았다. 상주인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말없이 고개만 떨궜다. 한 유족은 “너무하다. 너무해”라고 말하며 가슴을 두드리며 목놓아 울었다. 김 변호사 형제는 평소 어려운 이주여성의 변론을 돕고 국선 변호사 역할도 꾸준히 해와 지역 사회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대구지방변호사회는 13일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고, 13일 저녁 6시 희생자 6명의 합동영결식을 열 예정이다. 영결식에선 이석화 대구지방변회회장이 추도사를 읽고 한 시민이 분향소에 놓고 간 편지를 읽을 예정이다. 이 시민은 편지에서 “김아무개 변호사님을 비롯해 억울하게 희생되신 모든 분, 얼굴도 모르는 제가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죄 없는 당신들이 피해자가 됐습니다. 절만 하는 저를 부디 용서해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지난 9일 오전 10시55분께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사무실 건물 2층 203호에서 용의자 천아무개(53)씨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용의자를 포함한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천씨는 재건축 투자로 재산 손실을 보고 소송에서 패소하자 소송 상대의 법률 대리인에게 보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왜 천씨가 분쟁을 벌이는 당사자가 아닌 상대방 법률 대리인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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