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급성 독성 간질환을 일으키는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클로로포름)을 함유한 세척제를 제조·판매·사용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3일 트리클로로메탄을 함유한 세척제를 제조·판매한 혐의(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로 유성케미칼 대표를 구속하고, 이 제품을 판매한 7개 업체와 사용한 15개 업체의 대표 등 관계자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앞서 지난 2월 경남 창원의 에어컨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과 김해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대흥알앤티에서 각각 16명과 13명 등 직원 29명이 유성케미칼의 세척제를 사용한 뒤 급성 독성 간질환을 일으키자,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유성케미칼 제품을 판매·사용한 모든 업체 조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성케미칼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세척력이 뛰어난 트리클로로메탄을 함유한 세척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제품의 위험성·취급방법 등을 설명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는 트리클로로메탄보다 안전한 디클로로에틸렌을 사용한 것처럼 허위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리클로로메탄은 휘발성이 뛰어난 발암성 유기화합물로, 흡입하거나 접촉하면 중추신경장애, 위·간·신장 독성, 피부점막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디클로로에틸렌도 트리클로로메탄과 같은 독성물질이지만, 독성은 트리클로로메탄이 훨씬 강하다. 또 이번에 적발된 판매·사용업체들은 화학물질관리법이 정한 유해화학물질 취급 허가와 시설·장비·기술인력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월16일 발생한 두성산업 직원 무더기 중독사건은 올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직업성 질병에 의한 중대산업재해였으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첫번째 사건이었다. 두성산업 사건이 터지고 채 보름도 지나지 않은 3월2일 같은 세척제를 사용하던 대흥알앤티에서도 집단 중독사건이 발생했다.

김병학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경감은 “유성케미칼은 물질안전보건자료를 허위작성했지만, 세척제를 판매할 때 이 사실을 알려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판매·사용업체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어,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본다.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에서 집단 중독사건이 터지면서, 다른 13개 업체들이 트리클로로메탄 세척제 사용을 중지했기 때문에 집단중독 추가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