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난달 경남 창원 두성산업 직원 16명이 급성 간 중독 판정을 받은 가운데, 이들이 쓰던 것과 동일한 세척액을 쓴 경남 김해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 ‘대흥알앤티’ 노동자 13명도 급성 간 중독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건 모두 노동자들이 세척액 제조사 ‘유성케미칼’ 제품에서 나온 트리클로로메탄에 중독됐다. 유성케미칼은 이번에도 유해 성분 표시에 트리클로로메탄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임시 건강 진단을 맡은 병원 관계자는 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임시 건강 진단을 받은 노동자 90여명 가운데 13명이 트리클로로메탄에 인한 급성 간 중독 판정을 받았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적혀 있지 않았던 트리클로로메탄이 세척액 시료에서 검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은 진단 결과를 이날 오후 고용노동부로 회신했다.

유성케미칼은 지난달 에어컨 부품 제조사 두성산업 노동자 16명이 급성 간 중독에 걸린 사태와 관련해 그 원인으로 지목된 세척액을 제조한 업체다. 당시 유성케미칼은 세척액을 팔면서 독성물질 성분 정보를 표시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트리클로로메탄이 아닌 ‘디클로로에틸렌’을 적었다. 트리클로로메탄이 디클로로에틸렌보다 세척 효과가 뛰어나지만 그만큼 독성도 강한데, 화학물질 제조사가 판매를 위해 성분을 허위로 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유성케미칼의 책임과 무관하게 대흥알앤티가 노동자 안전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선 별도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독성물질을 사용하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환기시설 등을 설치해 노동자들이 독성물질에 기준치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대흥알앤티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흥알앤티지회가 지난해 9월 사업장 환기 시설 개선을 요구했으나 회사 쪽이 비용 등 문제로 일부 시설에만 일방적으로 환기 시설 교체를 했고 작업 환경 측정 자료도 일부만 공개했다”며 “대흥알앤티 사측이 한 번이라도 지회의 문제제기에 귀 기울였다면, 지회와 함께 협조적인 안전보건활동을 진행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재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속하게 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