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연구소(이사장 이규배)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4·3 유적지 조사를 통해 두차례에 걸쳐 유적지 조사보고서를 냈다. 코로나19 시대에 관광객이 붐비는 관광지를 피해 제주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4·3 유적지를 찾아도 좋을 법하다. 4·3연구소가 추천하는 유적지 5곳을 소개한다.
1992년 발견된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 다랑쉬굴 안 11구의 4·3 유해는 4·3 진상규명 운동에 기폭제 구실을 했다. 토벌대는 1948년 12월18일 하도리와 종달리 주민 11명이 피신해 있던 이 굴을 발견하고 수류탄을 던졌다. 불을 피워 연기를 불어넣고 입구를 봉쇄해버렸다. 희생자 가운데는 9살 어린이와 50대 여성도 있다. 입구에 다랑쉬굴 표지석이 서 있다.
1949년 1월 하루에 300명 이상이 학살된 조천읍 북촌리에는 2009년 만들어진 너븐숭이 4·3기념관이 있다. 주변에는 학살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들도 있다. 애기무덤 주변에는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삼촌 문학비’도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추모비.
계엄군은 한국전쟁 직후 예비검속한 모슬포(132명)와 한림(63명) 지역 주민들을 1950년 8월20일 서귀포시 송악산 주변 섯알오름 옛 일본군 탄약고터에서 집단학살했다. 1956년에야 유해를 수습한 모슬포 유족들은 공동묘지를 만들고 ‘조상은 100명이 넘지만 자손은 하나’라는 뜻으로 ‘백조일손지지’라는 비석을 세웠다.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에 ‘무명천 할머니’로 알려진 진아영(1914~2004) 할머니의 ‘삶터’가 있다. 진 할머니는 35살이던 1949년 1월 한경면 판포리 집 앞에서 경찰이 쏜 총탄에 턱을 맞은 뒤 평생 무명천을 싸매고 힘든 세월을 보냈다. 진 할머니의 삶터는 2008년 3월 전시관으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은 1948년 11월부터 토벌대에 의해 초토화됐다. 마을터에는 대나무 숲과 오래된 팽나무가 있고 4·3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마을 북쪽에는 주민들이 피신했던 큰넓궤(동굴)가 있다. 이 마을 출신으로 4·3 당시 피해를 보고 큰넓궤 등지에서 피신생활을 했던 홍춘호(84)씨가 무등이왓 4·3 해설사로 활동한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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