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강릉 옥계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동해시 도심 곳곳이 큰 피해를 봤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지금 동해시 상황이 심각합니다. 정부로부터 헬기 지원이 당장 시급합니다.”
5일 오전 8시 강릉에서 동해로 진입하는 고속도로가 통제됐다. 이날 새벽 옥계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옥계∼동해나들목 14.9㎞ 구간이 막혔다. 고속도로에 이어 한국철도공사도 이날 정오께 서울 청량리와 동해를 오가는 케이티엑스(KTX)의 출발·도착역을 동해역에서 강릉역으로 바꿨다. 공사는 또 동해와 강릉을 오가는 무궁화 열차도 운행을 중단했다. 고속도로에 이어 철길마저 막히면서 동해시 곳곳은 이날 산불을 피해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꽉 막혀 자동차 경적 소리와 소방차 사이렌까지 섞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5일 강릉 옥계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동해시 도심 곳곳이 큰 피해를 봤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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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옥계면의 ‘토치 방화’로 시작된 산불이 인근 지자체인 동해시로 확산하면서 도심 곳곳이 검은 연기에 휩싸이고 교통마저 통제당한 주민들이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동해시 망상나들목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3년 전에도 옥계에서 난 산불이 번져 동해시가 큰 피해를 보았다. 이번에는 도심 곳곳 아파트와 주택으로 번지고 있다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도심에 들어서자 ‘00아파트 인근 주민은 국민체육센터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산불로 백복령~옥계 구간 도로가 통제됐음을 알립니다’ ‘어달 거주 주민께서는 천곡초등학교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신흥·비천·달방 주민들은 북산초등학교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대진마을 주민은 국민체육센터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초구지역 주민은 망상동 컨벤션센터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망상1·2통 주민은 국민체육센터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등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거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안전안내 문자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오후 1시께는 대피 방송과 사이렌이 도심 전역에 울렸고, 도심이 잿빛 하늘로 뒤덮이면서 햇빛도 완전히 가리자 시야조차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워진 주민들은 ‘아비규환’ 속에 공포에 떨어야 했다.
5일 강릉 옥계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동해시 도심 곳곳이 큰 피해를 봤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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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곡동에 사는 주민 정아무개(69)씨는 “일몰 이후 헬기 투입이 어렵다고 들었다. 밤사이 불길이 도심이나 주택을 덮칠까 한잠도 못 잘 것 같다. 특히 해군 1함대 탄약고 인근까지 불길이 번져 혹시나 탄약이 터질까 두렵다.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해시는 진화 헬기 5대 등 장비 166대와 공무원 등 1659명의 인력을 동원해 산불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오후 6시 현재 망상과 묵호 등에서 산불에 피해를 본 건물만 59채다. 불길이 시가지로 번지면서 대피한 주민들도 망상컨벤션센터 121명 등 518명에 이른다. 3년 전인 2019년에도 강릉시 옥계에서 난 산불이 동해까지 번져 산림 1260㏊와 주택 등을 태워 610억원 상당의 피해가 났다.
동해시 관계자는 “현재도 산불이 도심 곳곳에 있어 매우 위험하다. 주민 피해가 없도록 방어선을 구축하고, 밤사이 불이 확산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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