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의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ㄱ씨가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동거남의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여성이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여성은 아이가 갇힌 가방 위에서 뛰는가 하면, 가방에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넣는 등 가혹 행위도 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여성·강력범죄전담부는 29일 동거남 아들인 ㄱ(9)군을 여행 가방에 넣어 살해한 혐의(살인)로 ㄴ(42씨)를 기소했다. ㄴ씨는 지난 1일 정오께 ㄱ군을 가로 50㎝, 세로 71.5㎝, 폭 29㎝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지퍼를 잠가 약 3시간 동안 감금하고, 오후 3시20분께 더 작은(가로 44㎝, 세로60㎝, 폭 24㎝) 여행 가방에 옮겨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ㄴ씨는 가방에 감금된 뒤 여러 차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는 ㄱ군의 말을 들어 ㄱ군이 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으면서도 가방 위에 올라가 뛰는 등 폭력까지 행사해 같은 날 저녁 7시25분께 ㄱ군이 스스로 호흡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도록 했다. ㄴ씨는 ㄱ군이 감금된 가방 안에 헤어드라이어로 바람을 넣기도 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ㄱ군은 이틀 뒤인 지난 3일 중환자실에서 저산소성 뇌 손상 등으로 숨졌다.
또 검찰은 ㄴ씨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 29일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ㄱ군의 이마를 요가링(종아리 마사지기)으로 때린 혐의(아동복지법의 상습 아동학대, 특수상해)도 공소장에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ㄱ군이 호흡곤란을 호소했는데도 가방 위에서 뛰는 등 심한 학대를 했고, 아이의 울음이나 움직임이 줄었는데도 구호 조처 없이 ㄱ군을 방치해 살의의 고의가 있다”며 “피의자, 피해자 친부, 피의자 친자녀 등 사건 관계인들을 더 조사하고, 모바일 분석, 통화내용 분석, 주거지 압수수색, 범행도구 감정 등을 통해 추가 학대 사실과 살인의 고의를 입증할 여러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시민 자문기구인 ‘검찰시민위원회’도 만장일치로 ‘살인’ 혐의 적용 의견을 냈다. 경찰은 지난 10일 ㄴ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