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동거녀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혔다가 숨진 9살 어린이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아이 아버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예고했다. 아이 아버지가 상습학대 상황을 알고도 방조했는지 여부가 집중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아이를 숨지게 한 아버지의 동거녀와 달리 아이 아버지에겐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아버지 동거녀 ㄱ(42)씨에게 지속해서 학대를 당하다가 지난 1일 7시간 동안 여행가방에 갇혀 숨진 ㄴ(9)군과 관련해 ㄴ군의 아버지를 조만간 소환한 뒤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꿀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10일 ㄱ씨를 아동학대범죄특별법의 아동학대 치사·상습학대,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넘긴 바 있다. ㄴ군의 아버지는 송치 대상에서 빠졌다. 경찰은 ㄴ군이 여행가방에 갇혔다가 심장이 멈춘 상태로 발견된 지난 1일 아버지는 집에 없었기 때문에 ㄴ군을 가방에 가둬 ‘죽음에 이르게(치사)’ 한 행위에 공범으로 참여하진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경찰은 ㄴ군 아버지가 상습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조했는지와 자신도 ㄴ군을 학대했는지 등을 별도로 조사할 방침이다. ㄱ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ㄴ군에 대한 학대가 최근까지 지속해 이뤄진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달 전 ㄴ군에 대한 ㄱ씨의 학대 정황이 밖으로 드러났을 때도 아버지는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ㄱ씨에게 맞아 ㄴ군의 머리가 찢어졌고, 병원에서 ㄴ군 몸의 멍을 확인해 경찰에 ‘학대 의심신고’를 했으나 아버지는 ㄴ군을 ㄱ씨로부터 분리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ㄴ군의 친어머니와 외가 쪽에 알리지 않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가족상담 권유도 거절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에서도 ㄴ군의 아버지는 ‘머리는 아이 실수로 다친 것이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지난해 10월부터 몇차례 훈육 차원에서 체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사이 ㄴ군에 대한 학대는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심장이 멈춘 상태로 병원에 실려 왔을 당시 ㄴ군의 온몸에는 한달 전에는 없었던 멍 자국과 긁힌 듯한 상처가 이었다. 얼굴·손·손가락·어깨·발·등·엉덩이에 생긴 시점이 불분명한 멍 자국이 있었고, 엉덩이·허벅지·발가락에는 손톱에 긁힌듯한 상처도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병원에서 학대의심 신고를 한 지난달 5일부터 ㄱ씨가 ㄴ군을 가방이 가둔 지난 1일 사이에도 ㄴ군에 대한 상습적인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 기간 ㄴ군에 대한 심각한 정도의 학대가 있었는데도 아버지가 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추궁할 참이다.
박상복 충남경찰청 아동청소년수사계장은 “ㄴ군의 아버지를 피의자로 신분을 바꿔 ㄱ씨가 ㄴ군을 상습적으로 학대하는 것을 알면서 방조했는지, 아버지도 아들을 학대했는지 등을 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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