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충남 논산시립납골당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건물이 무너지고 조문왔던 윤아무개(76)씨 부부 등 4명이 사상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산사태 325건이 발생했다. 산사태로 인해 경북 8명, 충남 3명 등 11명이 숨지고 충남·경북에서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경북 영주, 충남 논산, 경북 예천 등 8곳으로 나타났다. 이중 산사태 취약지역은 경북 영주 1곳뿐이고 나머지 지역은 일반 산간이었다. 산사태 관리 구역을 확대하고 새로운 산사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산림청은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내린 장맛비로 전국에서 325건(산사태정보시스템 등록 기준)의 산사태가 발생해 경북 8명, 충남 3명 등 11명이 숨지고 경북에서 2명 실종, 충남·경북에서 4명이 중상을 입는 등 모두 17명이 사상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충남 183건, 경북 74건, 충북과 전북이 각각 32건, 25건의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사태로 인한 피해 면적은 30.83㏊로 집계됐다.
산림청은 그동안 산사태 위험지역을 1~5등급으로 분류해 취약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해 왔다. 등급별 산림은 △1등급 48만7038㏊ △2등급 100만6145㏊ △3등급 207만2805㏊ △4등급 183만691㏊ △5등급 57만3794㏊ 등 모두 432만3473㏊로 우리나라 전체 산림 644만㏊의 67.5%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 극한호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8곳 중에서 산사태 취약지역은 경북 영주 1곳뿐이었다. 나머지 충남 논산·청양, 경북 예천·봉화 등 7곳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일반 산간지역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극한호우에 대비한 산사태 예방·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산림청 산사태중앙사고수습본부는 산림·토목·지질 등 각 분야 전문가 89명으로 산사태 원인조사단을 꾸렸다. 산림청은 원인조사단이 지형, 지질, 지반 특성 등을 정밀 분석한 뒤 복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1등급 위주의 산사태 취약지역 관리를 5등급까지 확대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 요령도 새롭게 마련하겠다”고 했다.
산림청이 경찰, 마을주민과 함께 산사태 위험지역을 점검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또 전문가들은 토양함수량 평가 등 조기 예측 체계를 갖춰 피해지역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골든타임)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토양함수량은 산사태 전문가와 토목구조 전문가 등이 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판단하고 자연요인, 생활권 등 사회요인, 실시간 강우량을 따져 산출하는데 함수량의 비율에 따라 대비 준비, 즉시 대피를 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공공차원의 주민 대피책을 갖춰야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석우 강원대 산림자원학과(산림토사재해) 교수는 “재해 약자의 수와 주택 구조에 따라 산사태 발생시 피해 감수성이 달라진다. 하지만 산사태 피해를 줄이는 첫째 수칙은 대피령이 내려졌을 때 주민들이 즉시 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산림청이 도입을 검토하는 주민 강제대피명령을 포함한 공공차원의 주민 대피 대책을 갖춰야 상황 전파와 신속한 이동을 통해 산사태로부터 주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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