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입었다. 연합뉴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산사태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지하수나 샘물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면 산사태 전조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은 17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프로그램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물(샘물이나 지하수)이 안 나오던 곳에서 물이 나오고, 물이 나오던 곳에서 물이 안 나오면 그 근처에 물길이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산사태가 순식간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전조 현상들이 있으니까 그런 걸 잘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본부장은 “땅속에서 물이 흐르기 때문에 나무가 기울어지거나 산비탈에 서 있던 전봇대가 기울어지거나 산이 무너지니까 우르릉하는 굉음이 들린다”고 산사태 전조 현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터널이나 도로를 뚫느라고 산을 깎아 경사면을 만들었거나 전원주택(을) 만든다고 산(을) 깎은 곳들은 매우 위험하다”며 “많은 비가 온다면 아예 집을 비우는 게 적극적인 대처 방법”이라고 권고했다.
산사태가 발생하면 마을회관과 같이 튼튼한 콘크리트 구조의 건물로 대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같은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토사물이) 골짜기나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거나 무너져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골짜기나 골 부분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사물이) 굉장히 광역적으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순간에 대피장소를 찾는다고 하면 시골에 있는 가옥 형태보다는 그래도 마을회관이라든가 튼튼한 철골 구조의 콘크리트 구조의 건축물 안으로 대피하는 게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산림청은 산 경사면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이 샘솟는 경우 산사태 발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사태 제대로 알기’ 보고서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림청은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산사태 제대로 알기’ 보고서는 아래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면 산사태 발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① 산 경사면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이 샘솟을 때
②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날 때
③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거나 넘어질 때
④ 산울림이나 땅 울림이 들릴 때
⑤ 계곡 물이 갑자기 흙탕물로 변해서 밀려 내려올 때
⑥ 산 비탈면에서 흙이 흘러내리고 돌 등이 떨어질 때
⑦ 평소 잘 나오던 샘물이나 지하수가 갑자기 멈출 때
⑧ 전신주나 나무가 기울어져 있을 때
⑨ 산허리 일부에 갑작스러운 금이 가거나 내려앉을 때
⑩ 이상한 냄새(흙냄새, 물건이 타는 냄새, 시큼한 냄새, 나무 냄새 등)가 날 때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이번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40명(세종 1명, 충북 16명, 충남 4명, 경북 19명)이 숨지고 9명(부산 1명, 경북 8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