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충남 홍성 서부면 중리 산불 현장에 도착했을 때 온 마을에 뿌연 연기가 자욱했다. 길가에는 전국에서 모인 소방차가 서 있었고, 불이 난 산쪽에는 대형 소방헬기들이 날아와 물을 뿌렸다. 전날 오전 11시께 시작된 불은 중리 능동마을 주변 산을 다 태우고 어사리 쪽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초속 6~12m의 바람이 동쪽으로 불었다. 불길은 바람을 타고 갈산면 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날 마을회관에서 만난 의용소방대원은 “전날부터 번진 산불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다”며 “민가가 불에 타 소·닭·돼지 등이 폐사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대피하지 않겠다고 버텨 애를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부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는 주민 40여명이 대피 중이었다. 서부면 양곡리에 사는 유기화(70대)씨는 “서울에 사는 자녀들이 내려와 우리 집은 지켰지만, 집 주변이 다 탔다”며 한숨을 쉬었다. 같은 대피소에 있던 엄아무개(70대)씨는 “대피하라고 방송이 나와 통장만 챙겨서 도망 나왔는데, 옆집 돈사 3동 중 1동은 다 탔더라. 바로 앞에서 불이 활활 탔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홍성 서부면 산불로 주민 236명이 인근 학교와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주택 32채, 창고 29채 등 민가 67채가 불에 탔다. 전날 낮 1시20분 발령된 산불 3단계는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이날 오전 70%대까지 올라갔던 산불 진화율은 오후 2시 66%, 4시 58%까지 떨어졌다. 오후 6시 기준 진화율은 60%, 산불 영향 구역은 1131㏊로 추정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잡히던 불길이 다시 번져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바람의 영향도 있고, 인근 산에 소나무 많아 송진 때문에 진화가 어려운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림당국은 벌목 작업자가 버린 담뱃불로 산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날 낮 12시19분께 대전 서구 산직동에서 발생한 산불도 아직 불길을 잡지 못하고 진화 중이다. 역시 산불 3단계 유지 중인 상황에서 이날 오후 6시 기준 진화율은 79%로, 산불 영향 구역은 475㏊다. 불이 난 곳은 대전 서구와 금산군 복수면 신대리가 맞닿은 곳이라 대전시와 금산군이 함께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를 구성해 대응 중이다. 이 산불로 지금까지 민가 1채와 암자 1채가 불에 탔고, 인근의 노인·장애인·정신 시설 입소자 900명이 다른 시설로 대피했다가 이 중 254명은 귀원한 상태다. 전날 충남 보령에서 발생한 산불은 21시간 만에 주불 진화를 완료했지만, 충남 당진과 충북 옥천 산불은 아직 진화 중이다.
이날 낮 12시19분께 전남 함평 대동면 연암리에서도 산불이 나 오후 3시10분부터 산불 2단계가 발령됐다. 산림당국은 산불진화헬기 6대, 산불진화장비 31대, 산불진화대원 115명을 긴급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산불로 인명·시설 피해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인근 주민 10명이 서호경로당으로 대피한 상태다. 현장에는 순간최대풍속 11m/s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오늘도 최선을 다했지만 부득이 야간산불로 이어질 경우 소방·경찰·군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민가와 시설피해가 없도록 방어선을 철저히 구축하겠다”며 “야간에도 산불재난특수진화대, 공중진화대 등 전문인력을 투입해 진화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전날 충남·대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의 조기 피해 수습, 확산 방지와 이재민 구호를 위해 특별교부세 1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특별교부세는 산불 진화를 위한 인력과 장비 동원, 소실된 산림과 주택 잔해물 처리, 피해 주민들의 응급 구호 등에 필요한 비용으로, 피해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한다.
송인걸 igsong@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충남 홍성 서부면 산불 현장.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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