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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또…물류센터 대형화재 반복되는 이유는?

등록 2020-04-29 21:39수정 2020-04-30 02:11

우레탄폼·용접작업 중 불꽃
부주의한 인화성물질 사용 등
2008년 두 차례 화재, 48명 사망
29일 저녁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이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9일 저녁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이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등이 교차돼 물류센터 적지로 꼽히는 경기도 이천시에서는, 2008년에도 물류센터 대형 화재가 두차례나 일어나 4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에도 인화성 물질의 부주의한 사용 등 공사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원인으로 드러나면서 ‘인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소방당국은 이번 모가면 물류창고 사고도 화재에 취약한 자재 사용 등이 원인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2008년 1월7일 오전 10시49분 이천시 호법면 냉동 물류창고에서 일어난 불로 창고에서 일하던 노동자 4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당시 사고는 ‘펑’ 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지하 1층 작업장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고, 내부 벽면과 천장 모두가 10㎝ 두께의 우레탄폼으로 마감돼 있어 불이 빠르게 번져 유독가스로 인명피해가 컸다.

소방당국 조사 결과, 이 불은 건물 지하에서 발포 작업 중이던 우레탄에 섞여 있던 시너와 냉매 가스가 터지면서 건물 전체로 퍼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화재는 우레탄 발포작업 중 시너 유증기에 불이 붙어 일어난 것으로 최종 추정됐다.

29일 저녁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계자들이 구조및 수색을 하고 있다. 불길에 녹아내린 외벽. 이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9일 저녁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계자들이 구조및 수색을 하고 있다. 불길에 녹아내린 외벽. 이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특히 작업 현장에는 우레탄 수천 리터가 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유증기가 지하에 많이 차 인명피해를 키웠다. 우레탄은 불에 타면서 시안가스를 배출하는데, 일종의 독가스다. 당시 경찰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시키지 않고 공사기간을 맞추려다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호법면 물류창고 화재가 난 지 11개월 만인 12월5일, 또다시 불이 났다. 이천시 마장면에 있는 물류창고에서 낮 12시20분께 일어난 화재는 용접작업을 하던 도중 불꽃이 튀면서 일어났다. 샌드위치 패널로 옮겨붙은 불로 8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당시 사고는 냉동창고의 구조적 특성상 별도의 출입문 없는 탓에 큰 인명피해를 낳았다. 불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인근 야산에 떨어지면서 산불이 나기도 했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번 화재도 아직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꽃’에 의한 화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가까스로 탈출한 노동자들은 “건물 내부에서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작업과 함께 내부 마감재 공사를 하고 있었다. 여러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유독가스가 가득 찼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소방당국 관계자는 “불이 삽시간에 번진 것을 보면, 우레탄폼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소방당국의 추정이 맞는다면 이번 불도 2008년 냉동창고 화재처럼 건축물 구조상 값이 싸고 화재에 취약한 자재를 사용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사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냉동창고 설계전문가인 송아무개씨는 “냉동창고는 냉장성이 좋고 값이 싼 샌드위치 패널 등의 자재가 쓰이지만 열기에 노출되면 심각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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