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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똑같은데…제천 소방인력은 서울의 절반

등록 2017-12-25 17:19수정 2017-12-25 23:18

초기 출동인력 22명…서울은 44명
구조대도 4명 대 7명으로 3명 적어
관할 면적은 서울 평균의 35배 넓어
대도시와 중소도시 소방력 격차 커
제천 화재 현장에서 작업 중인 소방대원들. 소방청 제공
제천 화재 현장에서 작업 중인 소방대원들. 소방청 제공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화재 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서울 등 대도시와 제천 등 중소도시 사이의 소방력 격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고받은 뒤 처음 현장에 출동하는 ‘선착대’ 인력은 제천소방서가 서울소방서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25일 소방청 자료를 보면, 신고 뒤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소방서 선착대(우선도착대) 인력은 2016년 말 기준으로 서울의 24개 소방서 평균은 차량 15대, 대원 44명인데, 제천소방서는 11대 23명이었다. 차량은 제천이 서울의 73.3%였고 대원은 52.3%에 불과했다. 광역시 평균은 15대 34명, 광역도 평균은 12대 24명으로, 농어촌 등이 포함된 광역도가 대도시 위주인 광역시보다 대원이 10명이나 부족했다.

제천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와 소방대원. 소방청 제공
제천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와 소방대원. 소방청 제공
이번 제천 화재 때 제천소방서의 선착대(차량 11대 23명)는 실제로 지휘차 1대 4명, 소방차 2대 6명, 구급차 1대 3명 등 차량 4대, 대원 13명에 불과했다. 이 숫자엔 현장에 출동하지만 화재 진압, 구조 등에 투입할 수 없는 의무소방대원 1명, 공익근무요원 1명 등 2명이 포함됐다.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은 초기에 화재 진압과 가스탱크 폭발 방지 등에 집중하느라 2층 유리창을 깨는 등 적극적인 인명 구조를 할 수 없었다고 제천소방서 쪽은 설명한다. 당시 현장 인력이 부족해 제천소방서는 3교대로 근무하는 전 직원의 비상소집을 명령했다. 이런데도 충북도는 올해 하반기 소방관 채용 계획 인원 90명 가운데 70명만 채용했다.

특히 제천 화재 때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구조대의 경우, 제천소방서는 차량 2대, 대원 4명으로, 2대 7명인 서울 24개 소방서 평균보다 대원 수가 3명이나 적었다. 이렇게 구조대원이 부족해서 지난 21일 화재가 난 건물의 8층 난간에 대피했던 시민을 구조대원이 아닌 제천소방서 내근 행정팀장이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구조했다. 제천(13만6500명)과 서울(소방서 1곳당 42만명)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화재가 날 경우 제천 같은 중소도시에서는 자체 소방인력·장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방대와 구급대가 포함된 119안전센터의 법정 대원 기준도 팀당 23명, 전체 69명(3개 팀)인데, 서울 평균은 팀당 22명, 전체 66명으로 기준에 가까웠지만, 제천은 10명·30명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광역시 평균은 16명·48명, 광역도는 11명·33명으로 역시 광역도의 대원이 훨씬 부족했다.

특히 제천은 충북도 안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구조대원이나 구급대원의 수가 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 소방서의 구조대원 부족률은 기준에 견줘 평균 36%였는데 제천은 53.6%였고, 구급대원 부족률도 충북 평균은 13.8%인데 제천은 33.3%였다.

이밖에 제천과 같은 지역 중소도시는 소방서와 안전센터의 관할 지역이 넓어 출동과 주변 소방서의 지원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제천소방서의 관할 면적은 883㎢로 서울소방서(25㎢)의 35배이며, 안전센터의 관할 면적도 제천은 294㎢로 서울(5.2㎢)의 56배다. 서울에는 24개 소방서가 있어 대형 재난이 날 경우 근처 소방서들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다.

제천 화재 현장에서 화재 진압과 구조 작업 중인 굴절사다리차. 소방청 제공
제천 화재 현장에서 화재 진압과 구조 작업 중인 굴절사다리차. 소방청 제공
김충식 소방청 대변인은 “지역별 소방 서비스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는 대도시보다 소방인력이 많이 부족한 중소도시나 농어촌에 우선적으로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2018~2022년 부족한 소방인력 1만9254명 가운데 1만8500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제천 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해 소방인력과 장비 확충을 강조했다. 추 대표는 “피해가 아주 컸다. 소방장비와 소방인력이 적절히 투입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요원이 4명뿐이라고 한다. 전문 소방인력을 확충하고 그 소방인력들이 꾸준히 기량을 길러야 한다. 장비 보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날 오전 화재 현장을 찾아 “국회에서 제천 참사의 원인과 책임, 대책을 철저하게 짚어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규원 송호진 기자 che@hani.co.kr

제천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탄 자동차를 살펴보는 구조대원들. 소방청 제공
제천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탄 자동차를 살펴보는 구조대원들. 소방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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