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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구조인력 4명뿐…당시 현장서 대응할 인력이 없었다”

등록 2017-12-25 17:34수정 2017-12-25 22:02

현장 책임자들이 본 화재 대응

유리창 왜 바로 안깼나
가용인력 없어 즉각 대응 못해
백드래프트 전혀 고려하지 않아

외벽 구조에 매달린 까닭
눈에 보이는 인명 우선구조 매뉴얼
비상구 막힌 게 가장 아쉬운 부분

드라이비트가 화재 주범?
가연성 소재 화물용 승강기
굴뚝처럼 내부서 화재 키워

구조적 한계?
서울 30~40명 출동…여긴 시골
소방안전, 서울 ·시골구분 없어야
충북 제천시 하소로 노블 휘트니스스파 화재 참사 현장 주변의 한 상점에 25일 오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아픈 마음을 같이해 영업을 일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제천/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충북 제천시 하소로 노블 휘트니스스파 화재 참사 현장 주변의 한 상점에 25일 오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아픈 마음을 같이해 영업을 일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제천/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 21일 오후 3시53분 충북 제천소방서에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제천시 하소동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옛 두손스포리움). 사우나, 헬스클럽 등 복합스포츠센터다. 소방서에서 멀지 않다. 신고 7분 만인 오후 4시께 현장에 도착했다.

지휘차에 4명이 타고, 펌프차 2대에 6명, 구급차 1대에 3명 등 13명이 출동했다. 1층 주차장 부근 차량 15대에서 연쇄적으로 불이 나 펌프차로 불을 끄기 시작했다. 이어 사다리차와 굴절차 등이 출동했다. 하지만 주변의 불법주차 차량으로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았다. 4시9분께 구조요원 4명 등 가용인력 33명이 모두 현장에서 진화에 나섰다. 그사이 인근 충북 단양·청주뿐만 아니라 강원 영월·원주에까지 소방 인력 증원을 요청했다.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삼킬 듯이 기세가 커졌고, 검은 연기가 한치 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치솟았다. 주변에선 “가족이 안에 있으니 목욕탕 유리창을 깨 달라”, “빨리 들어가서 구조해 달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주차장 차량 화재 진압에 집중했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당시 주차장 불이 워낙 거센데다 출입문 쪽에 차량이 타고 있어 불길이 세고, 유독성 연기가 너무 짙어 접근할 수 없는 상태였다.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돼야 길을 내 구조대를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리창은 왜 안 깼을까? 유족들은 지난 23일 합동 감식을 참관한 뒤 “소방 당국이 유리창만 깼더라면 다 살 수 있었다”며 초동조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소방관들은 건물 외벽에서 시민 등을 구조하다 4시38분께 유리창을 깨고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제천소방서 쪽은 “구조 매뉴얼상 눈에 보이는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한다”고 했다.

25일 화재 현장에서 만난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은 “당시 유리창을 안 깬 게 아니라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화재 당일 오후부터 현장을 지킨 이 본부장은 “화재 진압과 구조는 다르다. 구조대는 9분 뒤 현장에 출동했다. 제천소방서의 구조 인력은 4명뿐이다. 당시 현장에서 대응할 인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백드래프트’ 때문에 주저했나? 백드래프트는 불이 난 건물 안에 산소가 갑자기 유입됐을 때 불이 붙거나 폭발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본부장은 “당시 백드래프트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가용할 인력이 없어 화재 진압과 동시에 건물 진입 등을 시도하지 못했다. 소방서 한곳에서 한꺼번에 30~40명이 출동하고, 주변 소방서에서 바로 지원 가능한 서울이라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정말 안타깝지만 여긴 시골”이라고 말했다.

비상구로 탈출할 수 없었을까? 소방관들은 비상구 잠금쇠 부분을 부수고 2층 목욕탕으로 접근했다. 비상구 주변엔 목욕 바구니 등이 널려 있었다. 이 본부장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건물 안에서 누군가 이 비상구로 가는 길만 인도했다면 모두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드라이비트가 화재 주범일까? 이 건물 외벽은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덧바른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마무리됐다. 이 본부장은 “드라이비트는 외벽 화재 확산 요인이다. 내부 확산 요인은 화물용 승강기 통로로 보인다. 방화벽처럼 차단해야 하는데 가연성 소재라 효과가 없었다. 연돌(굴뚝) 현상을 일으켜 화재를 빠르게 확산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많은 희생을 막지 못한 현장 책임자로서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 현장 대응, 초동조처 등에 대한 부분은 꼼꼼하게 복기해 볼 계획이다. 다만 현장 책임자로서 인력 부족은 아쉽고도 가슴 아프다. 소방 안전에서 서울과 시골이란 구분은 없어야 한다. 안전은 모든 국민이 공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천/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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