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냅] 지역에디터석 디지털 기획 3회
가장 소중한 물건으로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스마트폰 꼽아
가장 소중한 물건으로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스마트폰 꼽아
<한겨레>가 선보이는 ‘한스냅’ 세번째는 이 시대 아르바이트(알바) 청년들입니다. 갈수록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해지고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노동이 계속 사회 문제화하고 있는 때, 전국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 청년’들을 만나 봤습니다.
<한겨레> 지역기자들이 지난주 경북도와 세종시를 뺀 15개 특별·광역시와 도의 편의점 한 곳씩을 찾아 그 곳에서 일하는 알바 청년에게 손님이 없는 짬을 이용해 간단히 그들이 무엇을 꿈꾸고 고민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이번 한스냅에서는 이 청년들의 이야기를 스냅사진과 함께 그대로 소개합니다.
대다수 알바 청년들이 자신의 모습과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취재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사장님이 시시(폐회로)티브이로 감시한다”며 인터뷰를 거부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한겨레>는 이들이 기사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이름을 모두 익명으로 소개합니다. 또 구체적인 급여나 근무시간 등 예민한 사안은 일괄적인 표로 정리해 참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자들이 만난 편의점 알바 청년들은 대부분 20대 초반 나이의 대학생들이지만 17살 여고생과 20대 후반, 30대 중반의 주부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저녁시간 이후 야근이나 밤샘근무를 하며, 1주일 근무시간은 14시간부터 50시간까지 편차가 컸습니다. 주 40시간 이상 장시간 일하는 이는 15명 가운데 7명에 이르렀습니다. 급여는 대부분 올해 최저임금 시급인 6030원 이상 받는데,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이도 3분의 1(5명)이나 됩니다.
이들의 꿈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옷가게를 여는 것에서부터 공무원시험 합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지만, 지닌 소지품 가운데 가장 소중이 여기는 것은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가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시청 옆 편의점에 근무하는 김아무개(22·여)씨는 내년에 일본으로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떠날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일본에 가서 일하며 돈을 벌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옷가게를 여는 것이 그의 꿈입니다. 지난해 2년제 전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의류매장 점원으로 잠시 일하다 이 편의점에서 일한 게 1년가량 됐다고 합니다. 일요일만 빼고 주 6일 출근하는데, 나흘은 10시간이나 일하지만 한달 수입이 1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살지만 용돈을 따로 받지 않고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쓴다. 일본어 학원비와 휴대전화 요금, 생활비 등을 빼고 나면 일본 갈 돈이 모이질 않는다”고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그가 지닌 소지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라고 합니다. 두번이나 잃어버려 할부금을 계속 내야하기 때문이라네요.
부산시청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24·여)씨도 여성 전문 옷가게를 차리는 것이 장래 꿈입니다. 그는 “온·오프라인 옷가게가 많지만,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생각해 둔 것이 있다”며 창업자금을 모으려 알바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30살 전에는 꼭 옷가게를 여는 것이 그의 장래 목표입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편의점에서 가까운 원룸에서 혼자 삽니다. 하루 9시간씩 주 5일 일을 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소지품도 휴대전화(스마트폰)입니다. “하루 9시간 일하고 집에 들어가면 녹초가 되는데, 스마트폰이 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친구들과 연락하며 위로를 받는다”고 하네요.
강원도 춘천에 있는 강원도청에서 멀지 않은 편의점에 근무하는 이아무개(20)씨는 대학 1학년 새내기인데, 장래희망이 경찰이랍니다. 그는 “애초 은행원이 되려 금융정보통계학과에 입학했는데, 수학 과목이 배우기 까다롭고 안정적인 직장과 연금 등 혜택에다 부모님 등 주위의 권유 때문에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올해 안에 유도 유단자(초단) 자격을 따는 것을 목표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바는 부모님의 용돈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올해부터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가 가장 소중히 챙기는 소지품도 역시 스마트폰입니다. 연락처와 사진 등 개인정보가 많고 결제수단도 포함돼 있어 잠시라도 손에서 떨어져 있으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하네요.
전북 전주의 전북도청 주변 편의점에서 일하는 한아무개(22·여)씨도 애초 경찰이 되고 싶어 경찰행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입니다. 그런데 그는 최근 “여경은 경쟁이 더 치열해 너무 어렵다”며 꿈을 바꿨습니다. 일반 행정공무원으로 목표를 바꿔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그는 “부모님이 취업 걱정을 많이 해 알바를 하게 됐다”며 “알바하면서 돈 벌어 휴대전화 요금도 내고 졸업하면 일단 여행 등 하고 싶은 일부터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는 “친구들과 연락하는 수단이고, 내가 스스로 요금을 내기 때문에 잃어버리면 안 된다”며 휴대전화를 가장 소중한 소지품으로 생각한다네요. 그는 알바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때가 “밤에 술 취한 손님들이 물건을 산 뒤 시끄럽게 떠들며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줄 때”라고 말합니다.
경남 창원의 경남도청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장아무개(20)씨는 대학을 휴학하고 군대 입대할 때까지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는 “해군 부사관에 지원했다가 한번 떨어졌는데 최근 다시 지원했다. 올해 반드시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의 장래 희망은 해군 함장이 되는 것이라네요.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소지품은 지갑입니다. 그는 “돈과 신용카드가 들어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하네요.
제주도청이 있는 제주시 신주거밀집지역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20)씨도 10월 말 군대 입대를 앞둔 대학 휴학생입니다. 용돈 마련을 위해 두 달째 알바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대학에서 항공우주기계공학을 전공하며 자동차 정비 등 기술자격증도 땄다”며 “대학을 마친 뒤 항공정비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소지품은 휴대전화입니다.
울산의 한 대학 주변 편의점에서 일하는 최아무개(21·여)씨는 전북에 사는 부모님과 떨어져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하며 생활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알바 일을 하는 대학생입니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한 알바 일이 치킨집과 서점 등을 거쳐 편의점에 이른 것은 한 달 정도 됐다고 하네요. 경영학을 전공하는 그는 올해 한국사와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을 따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장래희망은 없지만 “스스로 여가시간을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하네요.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소지품은 지갑입니다. 역시 경제 관념이 뚜렷한 경영학도답네요.
대전시청 근처 편의점에 근무하는 김아무개(21·여)씨는 웹소설을 쓰기 위해 다니던 대학도 휴학하고 부모와 따로 떨어져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역시 생활비와 용돈 마련을 위해 알바를 한다고 합니다. 국문창작과 2학년 재학 중 휴학 한 그는 장차 유명한 웹소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소지품은 당연히 웹소설을 쓰는데 필수적인 노트북 컴퓨터겠죠.
그는 일터에서도 노트북 전원은 끄지 않고 언제든 좋은 글귀나, 상황이 떠오르면 메모를 한다고 합니다.
“올해 한 회사와 집필 계약을 맺고 70부작 웹소설을 쓰고 있다”는 그는 “1만 또는 2만 명 등 많은 독자들을 거느린 유명 작가들이 많아서 이들 반열에 오르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충남 홍성 충남도청에서 20분 거리의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21·여)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하며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평일 저녁 시간대 한가한 시간을 허투루 쓰기 싫어서 알바 일을 시작했다”는 그는 올해 대입수능시험을 봐서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래희망은 먼저 어머니와 함께 음식점이나 찻집을 열어 돈을 버는 것이고, 장차 건물까지 소유하고 싶답니다.
그가 가장 소중히 다루는 소지품은 뜻밖에 수채화 물감입니다. 그는 “독학으로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있는데, 알바 일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연습하고 있다”고 하네요.
전남 나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대학 휴학생 김아무개(22)씨는 손가락 마디가 유난히 검고 두툼했습니다. 그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고향에서 군 입대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다른 알바생 대신 임시로 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는 “알바 해서 번 돈을 모아 여태껏 골치만 썩였던 어머니한테 용돈을 드리려 한다”는 효자입니다.
그는 중2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주유소, 호프집, 공사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10여 가지 알바를 하면서 굳센 손마디를 갖게 됐다고 하네요. 애초 운동선수가 꿈이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꿈을 접고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이 되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는 7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사주신 ‘낡은 축구화’를 지금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천시청 근처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박아무개(27·여)씨는 지난해 결혼해 가정을 꾸린 새내기 주부입니다. ‘셰프’(요리사)가 되는 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4년제 대학 호텔조리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레일리아로 1년간 유학도 다녀왔으며 널리 알려진 호텔에도 취업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3년간 호텔에서 일해도 별 희망이 보이질 않자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할 때까지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잠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해도 한 달 수입이 전 직장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하네요.
그는 “20대 초반에는 대단한 셰프가 되겠다는 꿈을 꿨는데 이제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급하다”며 “올해 예쁜 아이를 갖는 것이 희망”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소지품 중에서 꺼낸 가장 소중한 것은 결혼반지였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최아무개(36· 여)씨도 올해 초에 결혼한 새내기 주부입니다. 직장을 다니다 결혼해 고양시에 신혼살림을 차렸는데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알바 일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는 “급여는 적지만 원하는 시간대에 일할 수 있어 좋다. 파트타임이라 근무 시간만 책임지면 돼 맘도 편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장래희망을 물으니 “특별한 것 없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합니다. 그의 소지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돈입니다. “돈이 있으면 주변 사람도 도울 수 있고 갖고 싶은 것도 모두 살 수 있어 가장 중요하다”네요.
광주시청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정아무개(17)양은 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입니다. “회사 자재운반 일을 하는 아빠와 요구르트 음료 판매를 하는 엄마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알바 일을 하게 됐다는 정양은 토·일요일 주말에만 하루 7시간씩 14시간 일합니다. “장래 보안회사 직원이 되겠다”는 꿈을 밝힌 그는 올해 목표를 태권도 2품 자격을 따는 것으로 정했다고 하네요.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소지품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받은 태권도 1품 인증서입니다. 보안회사 입사를 꿈꾸게 해 준 자격증이라고 하네요.
대구시청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27)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했으나 그만두고 재취업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올해 공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생활비와 용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편의점 알바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지품은 지갑과 휴대전화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것들이 다 들어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라네요.
충북 청주의 충북도청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아무개(22·여)씨는 대학 3학년 휴학생입니다. 올해 중국어와 일본어 자격 시험 합격을 목표하고 있는 그의 장래 희망은 중국어 통역사입니다. 그는 “석 달 동안 150만원을 모으는 게 목표”라며 “돈이 모이면 유학도 가고 싶긴 하지만 당장 중국어·일본어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가 소지품 가운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휴대전화입니다. 카페, 음식점 등 알바 경험이 많다는 그는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고, 밤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데다 알바 중에선 시급이 꽤 짭짤한 편이어서 택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전국종합, 정리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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