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남방큰돌고래 ‘오래' 반년만의 조우 해양쓰레기로 꼬리 잘린 듯한 제주도의 ‘장애 돌고래’ 친구들과 놀며 사냥하고…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꼬리지느러미가 없는 남방큰돌고래 ‘오래’. 지난해 여름 처음 발견됐는데, 겨울을 무사히 나고 건강한 모습으로 지난 13일 나타났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제공
지난해 6월 제주 김녕 앞바다.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꿈틀거리며 요트를 쫓아오는 걸 보았다. 김녕요트투어에 탄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었는데, 신기하게도 꼬리지느러미가 없었다. 김녕요트투어는 제주에서 남방큰돌고래 모니터링을 하는 장수진, 김미연 연구원(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에 연락했고, ‘꼬리 없는 돌고래’가 세상에 알려졌다. (관련 기사 ▶▶ 꼬리 잘린 남방큰돌고래 제주서 목격…어구 걸린 듯)
그러나 걱정이 앞섰다. 꼬리지느러미 없는 돌고래가 과연 험난한 제주 바다를 헤엄칠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하는 게 돌고래의 본능인데, 왕따가 되지 않고 잘 버텨낼 수 있을까? 두 연구원은 ‘오래오래 살라’고 이 돌고래의 이름을 ‘오래’로 지었다.
그리고 반년이 흘렀다. 제주 바다에서 모니터링을 재개한 두 연구원은 다시 오래를 발견했다. 무리와 함께 다니는 모습이었다. 건강하게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바다에 있는 김미연, 장수진 연구원에게 21일 전화로 소식을 물었다.
―어떻게 발견했나?
“지난해에는 오래가 움직일 때 (위에서 드론으로 보면) 부자연스러운 물결이 일었고, 그걸 보고 오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해 11월이었다. 그리고 지난주 수요일(13일) 제주 대정 앞바다. 드론으로 볼 때 물결이 이상하진 않았는데, 애매하게 움직이는 돌고래가 있었다. 현장에서 몰랐는데 나중에 영상을 확인하니, 꼬리 없는 돌고래 ‘오래’였다. 살아 있었던 거다.” (김미연)
―오래는 어떤 돌고래인가?
“수컷. 다른 성체에 비해 덩치가 작다.” (김미연)
“꼬리가 없어서 점프를 못 하는 돌고래. 배에 반점이 적은 것으로 보아 완전히 자란 성체는 아닌 듯.” (장수진)
남방큰돌고래 ‘오래’의 깨끗한 등지느러미. 돌고래는 등지느러미의 패인 자국으로 개체를 식별할 수 있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제공
―다른 돌고래들과 사회생활은 하는 건가? 거북이처럼 느리다고 친구들이 안 끼워주는 거 아냐?
“혼자 있을 때도 관찰되지만, 두세 마리와 같이 있을 때도 있다. 다른 돌고래들 속도 잘 못 따라가니까 뒤처지긴 해. 그래도 작년보다는 이동 능력이 좋아진 거 같다.” (장수진)
“그래도 함께 생선 사냥도 곧잘 해.” (김미연)
―어쩌다가 오래는 꼬리가 잘렸을까?
“낚싯줄이나 그물 같은 해양쓰레기에 걸렸을 것으로 추정.” (김미연)
“꼬리가 잘린 흔적을 보면, 한 번에 잘렸다기보다는, (무언가에 걸려서) 순차적으로 떨어진 듯.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새로운 상황에 익숙해진 것 같고. 꼬리로 위아래로 흔들 수 없으니, 앞으로 나가기 힘들다. 그래서 오래는 몸통 전체를 움직이면서 힘을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지.”
인공 지느러미를 달아 준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돌핀테일’.
―다른 나라에서도 꼬리 없는 돌고래가 지속적으로 관찰된 사례가 있나?
“꼬리지느러미를 다친 수족관에서 사는 돌고래에게 인공 지느러미를 달아 준 사례가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한 건씩 있다.” (김미연)
―마지막으로 오래한테 한 마디.
“다른 돌고래들이랑 어울려 다녀라. 등지느러미에 상처가 생겨야 우리가 너를 편하게 본단다^^ (과학자들은 등지느러미의 패인 자국으로 개체를 식별한다) (장수진)
“오래야, 오래오래 잘 살아라.” (김미연)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모니터링하면서, ‘오래’의 상태가 괜찮은지 추적할 예정이다. 꼬리지느러미가 없는 돌고래를 본 사람은 페이스북(facebook.com/MARCKorea718)으로 연락해주길 부탁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