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프리윌리 ‘케이코’가 살던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
바다 울타리에서 여생 보낼 두 흰고래를 만나다
프리윌리 ‘케이코’가 살던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
바다 울타리에서 여생 보낼 두 흰고래를 만나다
세계 최초의 돌고래 바다쉼터의 ‘입주민’인 리틀 화이트(왼쪽)와 리틀 그레이가 중국 상하이 창펭수족관에서 헤엄치고 있다. 시라이프재단 제공
케이코가 살던 그 바다 지난 8월22일, 폭풍이 몰아친 뒤 모처럼 해가 반갑게 인사한 날이었다. 헬가도터도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네, 여기서 태어나 쭉 자랐어요. 케이코요? 잘 알죠. 그런데 어렸을 적에 일어난 일이라 기억이 없어요.” 지금 케이코의 자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케이코가 왔을 때 이 작은 섬은 대통령이라도 온 마냥 들떴다. 학교에서 빠져나온 어린이들은 거리에 서서 고향에 돌아온 케이코를 환영했다.
아이슬라드 헤이마이섬의 돌고래 바다쉼터. 울타리 안의 넓은 공간에서 흰고래가 살게 된다. 남종영 기자
리틀 화이트와 리틀 그레이는 9223㎞를 날아 아이슬란드에 도착했다. 두 흰고래를 운송한 카고룩스 비행기. 시라이프재단 제공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이유 두 흰고래는 상하이에서 레이캬비크까지 10시간의 비행, 다시 육로 3시간, 바닷길 30분의 여행을 마치고 두 흰고래는 헤이마이 섬에 도착했다. 헬가도터도 안내 업무로 이들에 합류했다. 헤이마이 섬의 돌고래 바다쉼터는 크게 두 장소로 분류된다. 하나는 방문자 센터이고, 하나는 클레츠비크 만 Klettsvik bay 에 있는 바다쉼터다. 수족관에서 퇴역해 이곳에 온 쇼돌고래들은 먼저 방문자 센터에 있는 임시수조에 수용된다. 바다에 나가기 전 몸을 만드는 곳이다. 관람객들은 이곳에 임시 수용된 돌고래를 창문을 통해 볼 수 있다. 한 가족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안내원이 제지했다. “이곳에선 사진을 찍으면 안 돼요.” 그러고보니, 수조에 달린 창문 이름도 ‘동물복지평가 관찰창’이다. 구경꺼리가 아니라 고래의 상태를 측정하는 통로라는 뜻이다.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는 지난 6월 도착한 뒤에 아직 여기에 머물고 있었다. 과거에 살던 수족관보다 좁고, 아무런 자극이 없으니 더 힘들어졌을 것 같기도 했다. 헬가도터가 말했다. “이번 가을에 클레츠비크 만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_______
“죽을 때까지 보살필 것이다” 원래는 이번 여름에 보내려고 했는데, 섬 도착 일정이 늦춰지면서 계속 지연됐다. 아이슬란드의 바닷물은 수족관보다 훨씬 차고 바람이 분다. 두 흰고래는 임시수조에서 차가운 온도에 적응하고, 살을 찌워야 한다. 현재 수조의 수온은 15도. 둘의 몸무게는 각각 1톤씩이다. 헬가도터는 “임시수조의 수온을 10도까지 점차 낮추고, 각각 200킬로그램 더 살을 찌워야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라이프재단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봄으로 이동 시기를 늦춘다고 밝혔다. 어쨌든 두 흰고래가 바다쉼터로 나가면 32,000㎡의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대략 가로 세로 180m 크기, 어느 수족관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방문자 센터의 입장료는 3500크로네(3만4000원)다. 내년 봄 두 흰고래가 클레츠비크 만에 머물게 되면, 배를 타고 멀리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합쳐 8500크로네(83000원)를 받는다. 이것은 어쩌면 ‘변형된 수족관(동물원)’은 아닐까? 앤디 불(Andy Bool) 시라이프재단 대표는 “바다쉼터는 고래들을 보호하는 비영리적인 공간”이라며 “우리는 두 흰고래를 죽을 때가지 보살필 것이다. 30년, 40년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_______
바다로 돌아갈 수 없는 바닷새 방문자 센터의 입구에는 구조되어 치료받고 있는 퍼핀을 관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마침 퍼핀이 새끼를 기르는 ‘퍼플링’ 시기여서 길 잃은 새끼들이 많았다. 어떤 새끼는 새카맣게 기름을 뒤집어 썼다. 헬가도터에게 물었다. “어린 새끼들은 다시 야생에 방사되나요?” “아니오, 너무 어릴 적 데려와서 힘들어요.” 그리고 그가 말을 이었다. “이 퍼핀은 바닷물에 들어가질 못할 거예요. 어미한테 배우지 못했거든요.”
헤이마이 섬에서 번식하는 퍼핀. 남종영 기자
수족관에 갇힌 고래들을 위해 그렇다면 우리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 미안함을 해소하는 길은 무엇일까? 그래서 돌고래 바다쉼터가 탄생한 것이다. 캐나다와 이탈리아, 미국 시애틀에서도 돌고래 바다쉼터가 논의되고 있다. 한국에는 수족관 3곳에 흰고래 9마리가 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3마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2마리, 거제씨월드 4마리 등이다. 앤디 불 대표는 “바다쉼터가 수족관에서 고래를 전시하는 행위에 대한 대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흰고래들도 클레츠비크 만에서 리틀 화이트와 리틀 그레이를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헤이마이(아이슬란드)/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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