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아직 여기 개들이 있어요
② 보호소의 ‘꼬물이’들과 그 지킴이들
엄마개의 견사 탈출 소동…14마리 산모견과 새끼들 와글와글
실질적 엄마 역할은 활동가들 몫 “집보다 나은 보호소는 없죠”
② 보호소의 ‘꼬물이’들과 그 지킴이들
엄마개의 견사 탈출 소동…14마리 산모견과 새끼들 와글와글
실질적 엄마 역할은 활동가들 몫 “집보다 나은 보호소는 없죠”
유선미 포천쉼터 동물관리팀장이 쉼터를 빠져나간 어미 개 ‘꼬미’를 유인하기 위해 새끼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경기도 포천시 사설보호소 애린원이 철거된 지 150여일이 지났습니다. 구조된 1652마리의 개들이 옛 애린원 부지에 세운 ‘포천쉼터’에서 힘겨운 겨울을 견디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은 지난 1월 중순부터 한달간 비글구조네트워크를 도와 포천쉼터의 개체를 조사해 1천여 마리 개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유기견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러졌던 이 개들도 제각각의 외모와 성격을 지닌 하나의 생명임을 기록했습니다. 이들 중 4마리 개들의 사연을 전합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생후 2개월이 지난 강아지들의 입양, 임시보호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동물보호·친환경 패션업체 ‘그린블리스’, 환경·동물복지를 추구하는 패션문화잡지 ‘오보이’와 함께 네이버 해피빈에서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합니다.▶▶네이버 해피빈 펀딩 ‘1040마리의 개들을 돕는 따뜻한 제품’
입양을 기다리는 새 생명들은 비구협 인스타그램(@aerin_adopt)과 네이버 카페(cafe.naver.com/forlive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호소에서 태어난 생명들 2월18일 경기도 포천시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이하 포천쉼터)가 돌발 상황으로 소란스러워졌다. 1천 여 마리 개체가 지내다 보니 언제나 다사다난하지만, 견사에서 지내던 개가 도망치는 일은 흔치 않다. 이날 근무 중이던 4명의 상근 활동가들은 일상 업무를 멈추고 구조에 나섰다. 얼떨결에 튀어나온 어미 개 꼬미는 애초에 멀리 갈 마음이 없었는지 주변을 맴돌면서도 잡히지 않았다. 사람들이 몰아보고, 간식으로 달래 보고, 평소 돌봐주던 활동가가 불러봐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꼬미의 새끼가 활동가 품에 안겨 산으로 올라왔다. “예전에도 이렇게 해서 어미 개를 구조한 적이 있거든요.” 유선미 포천쉼터 동물관리팀장의 품 안에서 하얗고 포동포동한 강아지 한 마리가 눈을 껌벅거렸다.
쉼터를 빠져나가 뒷산으로 올라가는 어미 개 꼬미.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산에서 구조한 ‘정우네’를 포획했을 때처럼 꼬미 새끼를 펜스 안에 두고 어미를 유인하고 있는 활동가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어린 순풍이의 힘겹던 출산 대체로 평온한 산모병동에서 ‘순풍이’는 눈에 띄는 어미였다. 몸집이 작고 아직 어려 보였다. 새끼를 9마리나 품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작은 바둑이였다. 순풍이는 철모르고 까부는 새끼들과는 다르게 케이지 구석에 멀찍이 앉아 있었다. 유선미 팀장은 순풍이가 임신 상태로 쉼터 주변을 떠돌던 개라고 했다. “구조 당시 몸은 작은데, 트랩에 배가 끼일 정도로 배가 빵빵해서 활동가들이 아가 잘 낳으라고 순풍이라고 이름을 붙여줬어요.” 유 팀장은 “혹시 구조 때 뱃속 새끼가 잘못 됐을까봐” 순풍이가 무사히 출산하는 그날까지 마음을 졸였다.
몸집이 작은 바둑이 ‘순풍이’는 임신한 상태로 구조됐다. 작은 체구로 9마리의 새끼를 출산했지만 한 마리는 강아지 별로 떠나고, 현재는 8마리리의 형제들이 순풍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눈 상태가 좋지 못한 순풍이는 새끼들을 돌보느라 병원 진료가 늦어지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케이지를 청소하는 사이 나와 뛰놀고 있는 정우와 정우새끼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또 올게”라는 거짓말 오후 2시 결국 활동가들은 꼬미 포획을 뒤로 미루고, 점심때를 훌쩍 넘겨 산에서 내려왔다. 사실 정해진 점심때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일단 애들 밥, 물은 한 번씩 다 주고 저희도 먹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 오전 9시에 출근해 밤새 아이들이 잘 지냈는지 확인하고, 아픈 개체들 체크하고, 배식과 청소를 얼추 끝내면 사람 밥 시간은 이즈음이 되어서야 시작된다고 했다.
비구협 포천쉼터 활동가들이 2월18일 오후 쉼터로 돌아온 꼬미와 포획에 도움을 준 꼬미새끼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월5일 영하 15도 날씨에 얼어붙은 물그릇을 정리 중인 최은영 봉사자. 최영은 교육연수생
아직 구조는 끝나지 않았다 사람도, 시간도, 물자도 부족한 이곳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2월5일 늦은 점심 식사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포천쉼터 식구들에게 물었다. 후원금, 생수, 사료, 이불, 봉사자, 의료 지원 등 여러 의견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의견이 모아질수록 봉사자와 활동가들은 공통적으로 관심과 입양을 이야기했다. “불같은 관심이 아니라 미적지근하더라도 꾸준히 아이들한테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애린원이 해체를 했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갖춰진 견사에 들어갔으니까 구조가 끝났다고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아무리 좋은 보호소라도 집 같을 순 없잖아요. 입양도 해주시고 이곳에 아직 아이들이 살고 있다는 걸 오래오래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비구협 포천쉼터 쉼터에서 2월18일 오후 한 봉사자가 정우가족과 놀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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