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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코로나, 장마, 폭염에도…“돌봄은 계속돼야 해요”

등록 2020-08-26 10:54수정 2020-08-26 14:56

[애니멀피플] 아직 여기 개들이 있어요, 그 후
비구협 포천쉼터의 여름나기, 폭우 지나고 폭염과 사투중
400여 마리 입양·임보, 여전히 800마리…일반 보호소 2배
지난해 9월 ‘개들의 지옥’으로 불리던 사설보호소 애린원 개들을 구조한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가 곧 1년을 맞는다. 지난 19일 견사 청소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유선미 활동가.
지난해 9월 ‘개들의 지옥’으로 불리던 사설보호소 애린원 개들을 구조한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가 곧 1년을 맞는다. 지난 19일 견사 청소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유선미 활동가.
벌써 1년입니다. 다음 달이면 경기도 포천시 유기견 사설보호소 애린원이 철거된 지 꼭 한 해가 됩니다. 구조된 1040마리 유기견들이 철거된 부지 위에 지어진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 포천쉼터에서 새 삶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개월이 되어갑니다.

지난해 겨울 애니멀피플은 비구협 포천쉼터를 찾아 1000여 마리 개들의 개체조사를 돕고, 매일이 전쟁 같은 보호소의 현실을 총 5회의 기사로 전했습니다. (▷기획/아직 여기 개들이 있어요) 기획 보도와 함께 진행한 네이버 해피빈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3,000명이 넘는 독자가 참여해 목표 금액의 2296%(1억1482만7000원)를 달성했습니다.

코로나19와 폭우, 연이은 폭염으로 유기동물보호소는 다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물그릇이 꽝꽝 얼어붙고, 영하 15도 날씨로 고생하던 포천쉼터는 어떨까요. 당시 기사로 만나봤던 들개 아롱이, 산모견 순풍이, 대형견 레니, 곰돌이네는 잘 지내고 있을까요. 8월19일 애피가 5개월 만에 포천쉼터를 다시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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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절반 줄었지만…“일반 보호소 2배”

오전 11시, 포천쉼터의 여름은 조용한 가운데 분주했습니다.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 8개 동 견사 사이로 개들의 짖음이 크게 울려왔습니다. 낯선 인기척을 감지한 개들의 ‘환대’를 받으며 병동으로 들어서자 4명의 활동가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배식과 배변 패드 청소를 하던 유선미 비구협 포천쉼터 동물관리팀장이 반갑게 애피 기자들을 맞았습니다.

지난 19일 경기도 포천시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 전경. 한여름 뙤약볕과 비, 바람을 막아줄 검은 차양막이 견사 지붕을 덮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도 포천시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 전경. 한여름 뙤약볕과 비, 바람을 막아줄 검은 차양막이 견사 지붕을 덮고 있다.
병동 안 개체 수는 지난 겨울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 있었습니다. 당시 출산 뒤 몸을 추리던 산모견들과 강아지들이 대부분이었던 것과 달리 20여 마리 대부분이 성견들 위주였습니다. “어린 개들은 겨울, 봄을 지나며 많이 입양을 갔어요.” 철거 당시 애린원은 중성화가 되지 않아 자체번식한 개들로 개체 수가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나 있었습니다. 임신한 채로 구조된 개체도 많았습니다.

포천쉼터의 현재 식구 수는 800여 마리입니다. 구조 당시 1040마리였던 유기견(포획된 들개·자견 포함 1600여 마리) 가운데 400여 마리가 입양 혹은 임시보호를 갔고, 294마리는 실내 견사가 있는 비구협 보은쉼터로 이주했습니다. 유선미 팀장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반 보호소의 2배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취재때 견사 펜스에 매달려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냈던 ‘담쟁이’도 5개월 새 훌쩍 자란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월 담쟁이가 케이지를 올라가는 모습(왼쪽)과 지난 19일 모습.
지난 취재때 견사 펜스에 매달려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냈던 ‘담쟁이’도 5개월 새 훌쩍 자란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월 담쟁이가 케이지를 올라가는 모습(왼쪽)과 지난 19일 모습.
평일 오전, 이날 포천쉼터를 찾은 일반 봉사자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오전 내내 병동과 노령견사 등을 돌며 수백 개의 물그릇과 배변 패드를 치우고 물과 밥을 챙기느라 정신없어 보였습니다. 점차 심각해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단체 봉사활동에 제한이 생기고,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와 이어진 폭염으로 봉사자 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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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봉사 취소되고, 장마로 견사 무너져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생명은 돌봄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7월부터 약 한 달간 전국을 휩쓸었던 폭우는 쉼터에도 유난히 힘든 시기였습니다. “우비를 입고 일을 하긴 했는데, 비가 워낙 많이 오고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비인지 땀인지 다 젖어서 일하고 그랬죠. 그래도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관심으로 쉼터가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폭우에 견사가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산사태에 취약한 위치를 고려해 미리 견사 비닐막 공사와 수로를 보수했으나, 7월 말 결국 지반이 약한 구견사 쪽 일부 바닥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유선미 팀장은 “주변 견사에 있던 아이들은 재빨리 이동시키고, 땅이 더 꺼지지 않도록 고정했다. 물도 계속 퍼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근 한달 간 지속된 폭우로 일부 견사는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
근 한달 간 지속된 폭우로 일부 견사는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
곰돌이네 6형제 중 4마리는 입양을 갔고, 나머지 2마리는 견사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더운 날씨에 혀를 빼물고 앉아있는 준표.
곰돌이네 6형제 중 4마리는 입양을 갔고, 나머지 2마리는 견사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더운 날씨에 혀를 빼물고 앉아있는 준표.
‘구견사 마스코트’ 곰돌이 6남매가 지냈던 자리도 텅 비어 있었습니다. “4마리는 입양, 임시보호를 갔고 2마리는 일반 견사로 들어갔어요.”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등장인물 이름을 따랐던 준표와 재경이는 각각 A동과 B동 견사로 입주해 있었습니다. 견사 안에서 두 녀석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특유의 ‘곰돌이 외모’ 덕이었습니다.

견사 내로 들어가자 준표와 재경은 마치 기자들을 알아보는 것처럼 반겼습니다. 5개월 새 제법 성견 티가 나도록 자랐지만, 행동은 여전히 사람이 좋아 야단법석을 떠는 강아지였습니다. 이정이와 잔디는 4월과 6월에 입양을 갔고, 가을이와 지후도 입양이 예정되어 임시보호 가정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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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가족 찾은 곰돌이들…‘아롱이’도 견사로

‘자유로운 영혼’ 아롱이도 A동 견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애린원 철거 전부터 보호소 주변을 맴돌며 터줏대감 노릇을 했지만, 절대 사람 손에 잡히지 않았던 영리한 아롱이가 드디어 포획된 것입니다. “아롱이가 평소 친하게 지냈던 야간 주임님의 진두지휘로 성공했어요. (웃음). 저녁 6시쯤이었을 거예요. 견사 안에서 간식으로 살짝 유인하고는 들어오자마자 재빨리 문을 닫았죠.”

견사로 들어간 자유로운 영혼 ‘아롱이’(맨 오른쪽)와 삼총사.
견사로 들어간 자유로운 영혼 ‘아롱이’(맨 오른쪽)와 삼총사.
쉼터 주변을 떠돌던 시절 아롱이(왼쪽 아래)와 삼총사.
쉼터 주변을 떠돌던 시절 아롱이(왼쪽 아래)와 삼총사.
활동가들과 아롱이의 1년 남짓한 ‘밀당’이 지난 6월 마침내 결실을 본 겁니다. 깔끔하게 털 미용을 한 아롱이는 아직 사람 손이 낯선 듯 멀찍이 거리를 유지했습니다. 같은 견사에는 당시 함께 몰려다녀 ‘삼총사’로 불리던 다른 두 녀석도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픈 눈으로 새끼 8마리를 출산했던 순풍이는 지난 4월 임시보호 가정으로 이동해 새 가족을 찾고 있습니다. 쉼터 운동장을 힘껏 내달리던 새끼 8마리는 제각각 모두 입양이 완료되었다는 희소식입니다. 흰 눈처럼 큰 몸집에 누구보다 순둥하던 레니는 현재 보은쉼터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한차례 해외입양이 추진됐었으나 코로나19 등으로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여전히 사람을 좋아해서 봉사자들 오면 옆에 찰싹 붙어 다닌대요.”

애견미용사 자격증이 있는 이은혜 활동가가 병동 안에서 생활 중인 강아지의 털을 다듬어주고 있다.
애견미용사 자격증이 있는 이은혜 활동가가 병동 안에서 생활 중인 강아지의 털을 다듬어주고 있다.
보고 싶던 얼굴들을 확인하고 견사동을 나오자 오후 1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병동에서는 ‘라인’이가 이은혜 활동가 품에 안겨 케이지에서 나왔습니다. 북슬북슬 덥수룩한 털이 활동가의 미용기 아래 포실포실 쌓여갔습니다. “짬날 때 한 마리씩 미용해주고 있어요. 개들도 너무 더워하고 피부병이 생길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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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마리 개체카드 작성 제일 큰 성과”

윤영실 활동가는 평소 가장 아낀다는 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몸무게에 맞게 소분하기 시작했습니다. 800마리 분량을 어떻게 다 챙기냐는 물음에 윤 활동가는 “하루에 다 하려고 하면 못한다. 개도 저희도 지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습니다. 확장한 견사 위 지붕 보수를 돕던 최정우 활동가도 마침 도착한 후원물품 정리를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습니다.

포천쉼터의 다음 1년 계획은 200마리 개들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는 일이다.
포천쉼터의 다음 1년 계획은 200마리 개들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는 일이다.
애린원 철거 1년, 개들은 무사히 겨울을 나고 장마에도 큰 피해 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유선미 팀장은 “솔직히 버겁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개체카드를 모두 완성한 건 저희가 꼽는 가장 큰 성과예요. 이제 한 마리라도 더 편안하고 안전한 가정에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포천쉼터 다음 1년 계획은 200마리 개들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는 일입니다. 아직 여전히, 여기 개들이 있습니다.

글·사진 포천/이성희·이주연 교육연수생,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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