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아직 여기 개들이 있어요 ① 애린원 철거, 그 후 5개월
사설보호소 애린원 철거 뒤 5개월, 뜬장 대신 새 견사…972마리 거주
무분별한 유기, 번식 사라졌지만 부족한 인력으로 “매일매일이 전쟁”
사설보호소 애린원 철거 뒤 5개월, 뜬장 대신 새 견사…972마리 거주
무분별한 유기, 번식 사라졌지만 부족한 인력으로 “매일매일이 전쟁”
![포천쉼터의 터줏대감 ‘아롱이’는 쉼터 내에서 먹고 자지만 포획되지 않는 야생화 된 유기견이다. 아롱이가 지난달 30일 쉼터를 방문한 낯선 방문자를 쫓아 다니며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포천쉼터의 터줏대감 ‘아롱이’는 쉼터 내에서 먹고 자지만 포획되지 않는 야생화 된 유기견이다. 아롱이가 지난달 30일 쉼터를 방문한 낯선 방문자를 쫓아 다니며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47/566/imgdb/original/2020/0224/20200224500135.jpg)
포천쉼터의 터줏대감 ‘아롱이’는 쉼터 내에서 먹고 자지만 포획되지 않는 야생화 된 유기견이다. 아롱이가 지난달 30일 쉼터를 방문한 낯선 방문자를 쫓아 다니며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경기도 포천시 사설보호소 애린원이 철거된 지 150여일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9월25일 법원의 철거 명령으로 20여년 만에 애린원의 문이 열렸습니다. 무려 1652마리의 개들이 구조됐습니다. 애린원은 중성화 미비, 열악한 환경, 후원금 편취, 토지 불법 점거 등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사설보호소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 곳이었습니다.
11월18일 철거된 부지에 희망의 터전이 마련됐습니다. 뜬장과 컨테이너 박스가 어지럽던 옛 애린원이 사라지고 총 7동의 새 견사가 들어서며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가 지어졌습니다.
애린원 철거는 동물권의 큰 뉴스였습니다. 국내 여러 동물단체, 수의사 단체, 후원자들이 힘을 모았고, 주말에는 200~300명의 봉사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도착하는 후원물품은 감동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철거 5개월이 지난 현재, 포천쉼터의 겨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떠들썩했던 구조의 열기가 사그라들자 관심도 함께 줄어들었습니다. 매일 1천 여 마리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포천쉼터의 하루 하루는 전쟁터와 같습니다.
애니멀피플은 지난 1월 중순부터 한달간 비글구조네트워크를 도와 포천쉼터의 개체를 조사했습니다. 총 8동에 나뉘어 지내고 있는 1천여 마리 개의 얼굴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유기견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려졌던 개들의 얼굴을 한 마리, 한 마리 살펴 이 개들도 제각각의 외모와 성격을 지닌 하나의 생명임을 기록했습니다.
애피는 이 가운데 4마리의 개들의 사연에 주목했습니다. 보호소 주변을 맴돌며 결코 잡히지 않는 들개, 8마리의 새끼를 출산한 산모견, 암 투병중인 노령견, 그리고 보호가 어려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곤 하는 대형견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전합니다. 동물보호·친환경 패션업체 ‘그린블리스’, 환경·동물복지를 추구하는 패션문화잡지 ‘오보이’와 함께 네이버 해피빈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하고 수익금을 포천쉼터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네이버 해피빈 펀딩 바로가기
‘개들의 지옥’ 위에 세운 쉼터 1월20일 애린원 철거 뒤 처음으로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를 찾았다. 철거 당시 사료통 안 죽은 들쥐와 암수 구분도 없이 몰려다니던 개들의 모습으로 충격을 안겼던 옛 애린원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었다. 녹슨 뜬장과 텅 빈 컨테이너 건물이 사라진 1600여평 부지 위에는 잘 정비된 7개 동의 새 견사가 들어서 있었다.
![포천쉼터 견사는 중앙 병동을 중심으로 좌우로 섹션 A~E동 노령견동 등으로 이뤄져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포천쉼터 견사는 중앙 병동을 중심으로 좌우로 섹션 A~E동 노령견동 등으로 이뤄져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27/437/imgdb/original/2020/0224/20200224500143.jpg)
포천쉼터 견사는 중앙 병동을 중심으로 좌우로 섹션 A~E동 노령견동 등으로 이뤄져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비구협 포천쉼터는 11월 새 견사 입주 당시 암컷과 수컷을 격리수용 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비구협 포천쉼터는 11월 새 견사 입주 당시 암컷과 수컷을 격리수용 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99/339/imgdb/original/2020/0224/20200224500140.jpg)
비구협 포천쉼터는 11월 새 견사 입주 당시 암컷과 수컷을 격리수용 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터줏대감? 혹은 들개? 사람들이 정신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바쁠 때 쉼터 내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개 한마리가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부터 여느 가정집 반려견처럼 짖어대던 ‘아롱이’였다. 아롱이는 늘 함께 다니는 두어 마리와 함께 우리 뒤를 쫓아오며 짖어대다가 견사 골목 사이로 숨어버렸다. 나름의 ‘아는 척’인 것 같았다.
![포천쉼터의 명물 ‘아롱이’는 보호소 내에 머물지만 견사에 수용되지 않고 있는 개체다. 비구협은 아롱이와 야생화된 개들을 점차 순화시켜 수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포천쉼터의 명물 ‘아롱이’는 보호소 내에 머물지만 견사에 수용되지 않고 있는 개체다. 비구협은 아롱이와 야생화된 개들을 점차 순화시켜 수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38/628/imgdb/original/2020/0224/20200224500137.jpg)
포천쉼터의 명물 ‘아롱이’는 보호소 내에 머물지만 견사에 수용되지 않고 있는 개체다. 비구협은 아롱이와 야생화된 개들을 점차 순화시켜 수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볕 잘드는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아롱이(아래 왼쪽) 삼총사’. 비글구조네트워크 볕 잘드는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아롱이(아래 왼쪽) 삼총사’. 비글구조네트워크](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744/684/imgdb/original/2020/0224/20200224500146.jpg)
볕 잘드는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아롱이(아래 왼쪽) 삼총사’. 비글구조네트워크
무명의 강아지에게 이름을 애초 철거 당시 비구협이 애린원 쪽에 철거비용에 대한 채권으로 넘겨받은 개는 1040마리였다. 그러나 철거 이후 아롱이와 같이 주변을 맴도는 개들과 포획한 개체, 새로 태어난 새끼들로 그 수는 1651마리까지 늘어났다. 비구협 정기총회에서 발표된 ‘애린원 구조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구조된 개들 가운데 972마리가 현재 포천쉼터에 있다. 나머지는 개인이 임시보호 중이거나 비구협 보은쉼터(충북)에 있다. “첫 목표는 개체 파악 뒤에 카드 만들기였어요. 기본 토대라도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 거의 시도를 못하고 있죠.” 병원에 다녀왔거나 출산을 한 아이들 위주로 개체카드를 만들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일반견사의 개들은 시작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 끝이 보이려나 싶어요.”
![견사 펜스를 넘어 방 이곳 저곳을 누비는 ‘자유로운 영혼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견사 펜스를 넘어 방 이곳 저곳을 누비는 ‘자유로운 영혼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91/imgdb/original/2020/0224/20200224500145.jpg)
견사 펜스를 넘어 방 이곳 저곳을 누비는 ‘자유로운 영혼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담 넘고, 도망치고…쉽지 않은 개체조사 작업은 활동가 두 명이 개들을 한 마리씩 포획해 이루어졌다. 활동가들이 직접 개의 치아 상태를 보고 나이를 추정하고 성별, 중성화 여부 등을 알려주면, 그 사이 애피 기자들이 개의 얼굴 사진을 찍고 정보를 받아적는 식이었다. ‘개체번호 A22-5’. A섹션 2번째줄 2번방의 5번째 개. 1살짜리 암컷 삽살개 믹스 ‘삽순이’의 개체정보다.
![비구협 활동가들이 병동에 있던 개체를 합사시키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비구협 활동가들이 병동에 있던 개체를 합사시키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27/695/imgdb/original/2020/0224/20200224500136.jpg)
비구협 활동가들이 병동에 있던 개체를 합사시키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유기견이 ‘들개’가 되는 비극 유선미 팀장은 2월 현재 이렇게 쉼터 주위에 사는 개들의 개체수를 20여 마리로 추산했다. 비구협은 이런 개들을 위해 쉼터 울타리 주변 곳곳에 사료와 집을 마련해 두고 있다. “애돌이(애린원 떠돌이)들도 사람과 자꾸 만나다 보면 경계를 풀고, 결국 잡혀요. 그렇게 쉼터에 들어온 애들이 선미, 똘똘이예요. 지금은 사람 엄청 좋아해요.”
![현재 비구협 포천쉼터 주변에는 근처를 맴돌며 포획되지 않는 유기견 20여 마리가 살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현재 비구협 포천쉼터 주변에는 근처를 맴돌며 포획되지 않는 유기견 20여 마리가 살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06/680/imgdb/original/2020/0224/20200224500144.jpg)
현재 비구협 포천쉼터 주변에는 근처를 맴돌며 포획되지 않는 유기견 20여 마리가 살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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