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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개 식용이 그리도 자랑이더냐

등록 2019-08-11 11:14수정 2019-08-11 11:43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배우 킴 베이싱어가 지난 7월12일 동물해방물결 등 40여개 단체가 연 2019 복날추모행동에 참석해 개도살 금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배우 킴 베이싱어가 지난 7월12일 동물해방물결 등 40여개 단체가 연 2019 복날추모행동에 참석해 개도살 금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한국은 유일하게 식용 개 사육 농장이 있는 곳이다.”

나이가 좀 있는 남성이라면 <나인하프위크>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킴 베이싱어를 기억할 것이다. 그 영화 이후부터 과일을 좀 색다르게 보게 됐다는 게 영화의 부작용인데,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2019년 7월12일, 킴 베이싱어가 한국에 와서 개식용 문화를 비판했다.

“몇 년 전 한국의 식용 개 농장의 실태를 처음 듣고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먼 길을 날아왔다.” 알고 보니 킴 베이싱어는 동물권 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단다. 개 식용이 전통이라며 계속 먹겠다는 사람들에게도 그는 쓴소리를 한다. “개 식용이 전통이라고 하지만, 어떤 전통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전통에 대해) 자기 생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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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송아지, 달팽이와 개의 차이

제대로 된 나라에선 개고기 식용이 야만 취급을 받은 지는 꽤 오래됐다. 어느 분이 해외여행에서 겪은 일이다. 외국인들과 채식주의 이야기를 하던 중 프랑스 여자아이가 이런 질문을 했단다. ‘한국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니?’ 그 말을 들은 동료들이 경악하는 표정으로 한국인들을 바라봤단다.

문화에 위아래가 없다고 믿는 그분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프랑스에선 말고기를 먹고, 송아지와 달팽이를 먹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랬다고 해서 그 외국인들이 자신들이 잘못 생각했다고 사과하고, 한국의 개식용 문화를 존중해 줄까? 절대 아니다. 뭘 먹는지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데, 개가 반려동물로 확고히 자리잡은 데 비해 말, 송아지, 달팽이는 그런 위치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달팽이를 키우는 집이 많아진다면, 달팽이 식용금지를 외치는 목소리도 커지지 않겠는가? 중요한 사실은 외국에서 한국의 개식용에 대해 아는 이가 많고, 그것 때문에 한국이 야만국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일로 왔으면 좋았을 킴 베이싱어 누님이 개식용 반대를 외치는 모습을 보니 개를 안 먹는 나까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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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반대 시위 옆에서 시식 행사

참 희한한 사실은 킴 베이싱어가 개식용 반대를 외칠 때, 바로 옆에서 개식용 업자들이 개고기 시식행사를 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개고기가 우리 전통이며, 지금도 100만 국민이 개고기를 먹고 있고, 축산법상으로도 개가 가축이라고 주장하며 개고기를 먹었다. 참 신기하다.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이라면 따로 집회를 열면 되지, 왜 킴 베이싱어 행사에 나타나서 재를 뿌리려는 것일까?

지난 7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식용개 사육 농민들이 개고기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식용개 사육 농민들이 개고기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이들의 행동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잘 알고 있다. 일간베스트, 즉 ‘일베’라고 불리는 무뢰한들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며 55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던 때, 일베 회원들은 유가족 앞에 나타나 피자와 치킨을 시켜먹으며 폭식 투쟁을 전개한다. 이 퍼포먼스는 일베가 인간이 아닌, 짐승의 마음을 가진 집단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였고, 여기 참여한 이들은 결국 형법상 모욕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겨우 일베를 따라하면서, 개식용 업자들이 “무슨 권리로 우리더러 개백정, 사이코패스라고 비난하는가”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들은 식용개는 따로 있다고 말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하지 않고, 사고파는 현장이 제이티비시(JTBC)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천연기념물인 진돗개와 반려견인 골든 레트리버로 보이는 개들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31일 제이티비시가 보도한 내용이다.

프랑스에서 그런 것처럼 우리나라도 개 식용은 점점 야만스러운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한 여성이 고민이라고 올린 사연을 보자. 대학생인 그녀는 같은 과 선배와 사귀는데, 남자친구가 복날에 개고기를 먹었다는 말에 충격을 받는다. 그녀의 말이다. “개고기 먹는 게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 못 하겠습니다. 괜히 남자친구가 미워지고 싫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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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돼지, 소는 왜 먹냐”는 말

이 여자분한테 그 남자를 이해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이 여성에게 개는 반려동물이지 식용동물이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도 댓글을 보면 “그러는 님은 닭, 돼지, 소 안 먹냐?”라며 윽박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닭, 돼지, 소가 무슨 만능 치트키도 아니고, 왜 반려동물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이 동물들을 동원해 개고기를 합리화하려는 것일까?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개고기는 사양산업이며, 오래지 않아 개고기를 먹었다는 건 야만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단체 ‘카라’에 따르면 개고기를 요즘도 먹는 사람의 비율은 불과 13.0%에 불과했단다. 주목할 점은 다음이다. 개고기를 먹은 이들 중 74%가 주변의 권유 또는 강요에 의해 개고기를 먹었다는 것이다. 그냥 개 먹는 이들끼리 모여서 먹고 말지, 왜 안 먹는 사람까지 동원해 야만의 풍습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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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 개 식용에 집착하는가

언젠가 이런 댓글을 봤다. ‘개식용은 어차피 사라질 건데 그냥 지켜보면 되지, 왜 난리를 치냐?’ 그분들은 13%에 불과한 개 식용자들 때문에 한국이 야만국가의 오명을 뒤집어쓰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일까? 우리보다 먹을 게 훨씬 없는 나라들도 다 대오각성해 개를 안먹기로 했다는데, 우리는 왜 그리 개 식용에 집착하는가?

그분들에게 이렇게 반문하련다. 어차피 없어질 건데, 조금 일찍 없애면 안 되겠니? 킴 베이싱어 누님의 소원 좀 들어 드리자꾸나. “가까운 시일 내에 ‘식용 개 거래 금지’를 축하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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