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반려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확실한 건 그 영향이 하루아침에 끝날 것 같진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2020년 1월만 해도 이게 그렇게 오래 사람들의 삶을 마비시킬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좀 이러다 말겠지 했던 코로나19는 올 한 해 내내 우리를 괴롭혔고, 내년에도 상당 기간 이 땅에 머무를 전망이다. 천만다행으로 백신이 만들어졌으니 끝이 보이긴 하지만, 그 백신을 구해서 전 국민이 접종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소요될 것 같다. 코로나19라는 이 희대의 바이러스가 반려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탐구해 보는 건 그 때문이다.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이 그룹에 속하는 우리집 개들을 이야기해보자. 강의가 비대면 수업으로 바뀌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개와 놀아주는 건 원래 내 담당이기에 개들은 내가 있어서 즐거웠다. 산책 횟수도 늘었으니, 개들로선 마냥 신났을 터, 그룹1에 속하는 집의 개라면 A+를 줄 만하다.
반려인들의 재택 근무가 늘면서 행복해진 반려견들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욕먹는 걸 감수하고 약간의 애로사항을 말씀드린다. 개들에겐 양심이 없어서, 우리 개들은 한바탕 놀아주고 난 뒤 일을 하고 있으면 우르르 몰려와서 칭얼댔다. 뒤를 돌아보면 개 여섯 마리가 ‘집에 있으면서 왜 안 놀아줘?’라는 표정으로 날 째려보고 있었다. 마음이 편치 않아 일하던 걸 때려치우고 개들과 뒹굴던 기억도 난다.
강의 녹화 도중 뒷배경을 가리기 위해 세워둔 스크린을 넘어뜨리기도 했고, 카메라 촬영 도중 그 안에 모습을 드러내 무료하게 강의를 듣던 학생들에게 잔잔한 즐거움을 준 적도 여러 번이다. 애로사항이라 말했지만, 사실 이것들은 앞으로 내가 평생 간직할 행복한 추억들이었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아빠 노릇을 잘 못했는데, 그 마음의 빚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룹 1에도 여러 버전이 존재했다. 어떤 분이 올려놓은 영상을 보니 그 개들은 자기 견주가 일하는 꼴을 잠시도 보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카페로 피신해 일을 했다고 써있을 정도. 그래도 이 경우엔 개나 사람이나 모두 행복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그룹1에 해당되는 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아쉬운 점이지만.
혼자 개를 키우던 견주가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다면 어떻게 될까. 감염 여부가 확실하지 않으니 일단 자가격리에 들어갈 것이다. 직장에서 재택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이 경우엔 그룹1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러니까 그 개와 견주는 2주간 딱 붙어서 생활하게 되는데,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격리기간에 개가 있다면 그 시간을 견디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개를 혼자 키우는 반려인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코로나를 조심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그가 코로나 음성이 판명돼 다시 출근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2주,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같이 있어주던 견주가 다시 출근했을 때, 반려견들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외국의 통계에 따르면 38%의 반려견이 분리불안 증세를 보였단다.
그래도 이 경우엔 퇴근 후 견주가 다시 집에 올 테니, 개들은 얼마든지 적응하는 게 가능하다. 문제는 격리기간 도중 코로나 양성으로 나와 입원치료가 필요할 때다. 다른 가족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혼자 키우는 와중에 장기간 집을 떠나 있는 상황은 개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 다른 곳에 맡기는 것. 하지만 이 경우 반려견은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소한 반려견 자신이 집에 있어야 견주가 돌아왔을 때 만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다른 누군가를 자기 집에 들여 대신 살게 하는 게 제일 좋지만, 그럴 여건이 안되니 강아지호텔이나 임시보호소에 개를 맡기는 것이리라. 그래서 말씀드린다. 개를 혼자 키우는 분들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코로나를 조심해야 한다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접수된 유기동물 수는 9만마리에 달한다. 전국 보호소에 머무는 유기동물은 1만4천여마리로 전년 동기 2400여마리에 비해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많은 개가 버려졌다는 얘기다.
코로나로 인해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끊겨 보호소의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로 인해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겨 보호소의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안락한 곳에 살다 그곳에 간 개들의 마음은 얼마나 쓸쓸했을까? 이들은 혹시나 올지도 모르는 입양소식을 기다리다 병으로, 혹은 안락사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 언론에선 유기견의 증가가 코로나로 인해 경제상황이 악화된 이들 때문이라 말한다. 일견 일리있는 얘기다. 많은 자영업자가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받았고, 회사가 어려워 정리해고된 분들도 많을 테니 말이다.
물론 개를 버리는 게 꼭 경제적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어려워도 개와 함께 고통을 이기겠다는 분들도 있고, 먹고살 만한데도 개를 버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재택근무가 시작되자 ‘심심한데 개나 키워볼까?’라고 했던 이들이 다시 출근을 시작하자 개를 버리는 경우도 많지 않았을까? 반려견 입양을 좀 더 까다롭게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개의 고통을 이야기하냐고 뭐라고 할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개가 인류의 제1 반려동물이 된 마당에, 누군가는 개가 겪는 고통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게 옳지 않을까. 코로나가 어서 끝이 나서, 고통이 덜해지기를 빈다.
서민 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