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개가 아파하거나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고통이 어마어마하다는 의미다. 평상시 개를 잘 관찰하고 그 녀석이 혹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바로 병원에 데려가자.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1. 은곰이는 노는 것을 좋아해 공을 던지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공을 물어오곤 했다.
은곰이의 앞다리. 앞다리를 이루는 뼈들이 붙어서 관절을 이루지 못하고 어긋나 있다.
“이 수술만 받으면…”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선생님과 상의해서 수술 날짜를 잡았다. 수술은 은곰에게 큰 스트레스일 것이다. 게다가 수술을 하고 나면 산책이나 공놀이를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좁은 케이지 안에서 두 달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그게 안스러워, 아내와 나는 은곰에게 각별히 더 잘해줬다. 수술 전날에는 은곰을 위한 성찬을 마련해 줬다. 이게 웬 떡이냐며 맛있게 먹는 은곰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 아내가 말했다. “은곰이는 자신의 운명을 모르고 있어.” 개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은 이 대목이다. 개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면 난 은곰이에게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이유와 수술 후 겪게 될 불편함에 관해 이야기해줬을 것이다. “수술만 받으면 은곰이는 아무리 달려도 다리가 안 아플 거야. 그러니 조금만 참아 줘.” 안타깝게도 은곰은 이 사실을 모른 채 병원으로 갔다. 아내가 여섯 마리 강아지 중 자기만 차에 태웠을 때, 은곰은 의기양양했을지도 모른다. ‘봐, 엄마는 나만 예뻐한다고.’ 하지만 수술장에 끌려들어 갔을 때 비로소 은곰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선생님은 수술 후 케이지에 있는 은곰의 동영상을 보내주셨다. 줄을 주렁주렁 단 채 엎드려 있는 은곰의 표정은, 내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화가 나 보였다. 자신이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니,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사진 3. 뽀삐. 뽀삐는 은곰보다 훨씬 더 심한 탈구였고, 그로 인한 통증도 더 심했을 것이다.
놀기 싫어하는 이유가 있었다 예삐는 할 수 없이 우리에게 왔지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다. 난 가끔씩 뽀삐를 나무랐다. “넌 왜 동생과 놀아주지 않니? 뽀삐는 나쁜 아이구나.” 움직이진 않으면서 식탐은 많았기에, 뽀삐는 살만 쪘다. 수의사 선생님은 뽀삐가 뒷다리가 안좋다면서, 살을 빼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걱정스럽게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뽀삐의 진짜 문제는 앞다리였다. 은곰이에 대한 설명을 수의사 선생님한테서 들으면서, 난 오래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뽀삐를 떠올렸다. 은곰이가 그런 것처럼 뽀삐도 심한 안짱다리였으니까(그림 3). 은곰보다 더 휘어있는 앞다리로 추측해 보건대, 뽀삐는 은곰보다 훨씬 더 심한 탈구였고, 그로 인한 통증도 더 심했을 것이다. 뽀삐가 움직이려 하지 않았던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
개는 말을 하지 못하며 참을성도 웬만한 아이들보다 뛰어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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