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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세균은 ‘미세먼지 캡슐’ 타고 대륙 간 이동한다

등록 2020-12-16 14:53수정 2020-12-16 15:32

[애니멀피플]
광물 입자 틈에 숨어 번성…병원체 전파 새 경로 주목
세균이 숨어 장거리 이동을 하는 캡슐 구실을 하는 입자인 이베룰라이트. 지름 0.1㎜인 이 입자는 구름 속에서 세균 주도로 만들어진다. ‘대기 연구’ 제공.
세균이 숨어 장거리 이동을 하는 캡슐 구실을 하는 입자인 이베룰라이트. 지름 0.1㎜인 이 입자는 구름 속에서 세균 주도로 만들어진다. ‘대기 연구’ 제공.

우주인이 유해 방사선을 차단하고 생명유지 장치를 갖춘 안전한 우주선을 타고 비행하는 것처럼 세균도 미세먼지와 자신의 분비물로 만든 캡슐을 타고 장거리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많은 미생물을 태운 이런 입자들이 황사를 타고 우리나라에도 날아올 수 있어 새로운 질병 전파 통로로 주목된다.

알베르토 몰리네로-가르시아 등 스페인 그라나다대 연구자들은 15일 과학저널 ‘대기 연구’에 실린 논문을 통해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을 타고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베리아반도로 건너온 미세먼지 가운데 세균이 형성한 독특한 입자가 상당량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2005년 8월 사하라 사막에서 생겨난 모래폭풍이 대서양을 건너 이베리아반도로 향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2005년 8월 사하라 사막에서 생겨난 모래폭풍이 대서양을 건너 이베리아반도로 향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연구자들은 미세먼지의 9%까지 차지하는 ‘이베룰라이트’란 입자가 구름 속에서 세균에 의해 생성되며 우주선 캡슐처럼 세균에게 영양분과 수분을 제공하며 유해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구조라고 밝혔다.

몰리네로는 “이베룰라이트에서 세균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입자에 수분과 영양분이 풍부할 뿐 아니라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 주기 때문”이라며 “세균이 자라면서 점액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광물 입자를 붙들어 매는 응집제 구실을 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이베룰라이트 입자에서 번성하는 세균. 왼쪽은 필라멘트를 형성한 모습이고 오른쪽은 생물막(EPS)를 만든 모습이다. ‘대기 연구’ 제공.
이베룰라이트 입자에서 번성하는 세균. 왼쪽은 필라멘트를 형성한 모습이고 오른쪽은 생물막(EPS)를 만든 모습이다. ‘대기 연구’ 제공.

2008년 이베리아 반도에서 처음 발견돼 학계에 보고된 이베룰라이트는 지름 0.1㎜의 입자로 대류권 위에서 수증기, 가스, 에어로졸 등과 복잡한 상호작용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이번 연구로 세균이 생성에 핵심적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베룰라이트는 생성 과정의 유체역학적 힘으로 소용돌이가 한쪽 끝에 나타나 사과 형태이다. 내부에는 안으로 갈수록 큰 입자가 가지런히 배열돼 있고 표면은 세균 분비물과 점토가 엉긴 얇은 껍질로 덮여 있다.

사하라 사막과 인근 지역 토양 세균은 폭풍과 함께 대류권으로 솟아오른 뒤 입자 틈에서 증식해 이베룰라이트를 형성해 비와 함께 또는 건조한 형태로 지상에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먼지 속에 든 이베룰라이트. 화살표는 형성과정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났던 부위를 가리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미세먼지 속에 든 이베룰라이트. 화살표는 형성과정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났던 부위를 가리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베룰라이트는 미세입자가 성글게 뭉쳐 빈틈이 많아 공중에 오래 머물고 세균에 의한 응집 효과로 비교적 큰 크기인데도 공중에서 입자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상에 떨어진 뒤에는 쉽게 깨져 안에 든 지름 10㎛ 이하(PM10)의 미세입자가 흩어져 사람의 기도에 쉽게 흡수된다.

연구자들은 이베룰라이트가 “미생물의 대륙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셔틀 구실을 한다”고 논문에 적었다. 이베룰라이트 안에서는 세균 말고도 바이러스, 나노플랑크톤, 규조류는 물론 메뚜기 배설물의 미세입자 등 다양한 생물과 생물 기원물질이 들어있었다.

2008년 3월 고비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한반도를 덮친 모습. 이베룰라이트를 타고 병원균이 전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2008년 3월 고비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한반도를 덮친 모습. 이베룰라이트를 타고 병원균이 전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연구자들은 이베룰라이트가 이베리아뿐 아니라 사막의 모래폭풍 영향을 받는 세계 전역에서 발견된다고 밝혔다. 몰리네로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볼고그라드에서 발견됐는데 아마도 (중국 고비 사막의 영향을 받는) 한국, 중국, 일본과 미국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하라 사막에서는 해마다 4억∼7억t의 먼지가 대기로 날아가며 브라질과 카리브 해, 유럽 등지로 다량의 미세먼지를 옮긴다. 연구자들은 “세균 등 일부 미생물은 살아있는 상태로 대기 속 먼지에 숨어 대륙을 건너뛰어 이동하기 때문에 질병 전파의 새로운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용 논문: Atmospheric Research, DOI: 10.1016/j.atmosres.2020.10526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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