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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당신이 스마트폰을 볼 때도, 개는 당신만 본다

등록 2020-10-28 10:01수정 2020-10-28 10:12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즐겨 찾는 커뮤니티에 방문해 올라온 글을 읽을 때, 누군가가 보내준 웃기는 영상에 낄낄거릴 때, 개들의 눈은 늘 나에게 맞춰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즐겨 찾는 커뮤니티에 방문해 올라온 글을 읽을 때, 누군가가 보내준 웃기는 영상에 낄낄거릴 때, 개들의 눈은 늘 나에게 맞춰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온 어제, 자다 일어난 아내는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나를 맞는다. 방금 전까지 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여섯 마리 개들은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날 보고 반갑다며 난리가 난다. 보통 자세로는 그 개들을 다 포용할 수가 없기에, 난 마루에 드러누운 채 양손으로 번갈아 가며 개들을 쓰다듬는다.

막내인 ‘은곰’이는 내 배에 올라와 반가움을 표시한다. 마치 ‘아빠는 내 거야!’라고 말하는 듯, 다른 개가 접근하면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한바탕 환영회가 끝나자 개들은 장난감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짖는다. 하루종일 나를 기다렸으니, 이제는 자신들과 놀아달라는 뜻이다.

견주가 자기보다 스마트폰에 관심을 더 줄 때, 개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게티이미지뱅크
견주가 자기보다 스마트폰에 관심을 더 줄 때, 개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게티이미지뱅크

“애들아, 미안해. 너무 늦어서 오늘은 안돼.” 내가 방으로 들어가는 동작을 하자 개들의 얼굴에선 실망감이 드러난다. ‘말도 안돼! 우리가 아빠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오늘 아침에도 안 놀아줬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놀아줄 것 같지 않자 개들은 체념을 한 채 다시 잘 준비를 한다. 늘 그런 것처럼 암컷 네 마리는 마루에서 자는 아내 옆으로 가고, 수컷 둘은 내 뒤를 따라와 옆에 엎드린다. 그리고 잠시 뒤,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그게 못내 아쉬웠을까. 아침에 일어나자 개들은 다시 장난감을 보며 짖어댄다. 어제 못 논 것을 책임지라는 뜻.이번엔 거부할 도리가 없어서 난 장난감을 품에 안는다. 곧, 개들이 제일 좋아하는 ‘인형던지기 놀이’가 시작된다. 그게 뭐 그리 재미있는지, 인형을 던질 때마다 개들은 인형을 쫓아 우르르 달려간다.

팬더(왼쪽)와 오리
팬더(왼쪽)와 오리

팬더
팬더

그렇게 30분가량 지났을 때, 난 이제 그만하자고 말한다. 아쉽지만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듯, 개들은 내가 방금 떠준 시원한 물을 마신 뒤 마루에 엎드려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아마도 개들은 생각할 것이다. ‘역시 아빠랑 노는 게 제일 재미있어. 이따가 또 놀아달라고 해야지.’ 하지만 개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역시 산책. 아내와 내가 산책갈 준비를 하면 개들은 미리 현관 앞에 집결하고, 어서 빨리 나가자는 듯 컹컹 짖어댄다.

산책 후 급격히 피로해진 개들은 하나둘씩 잠에 빠지지만, 그 와중에도 내가 추가로 놀아주지 않을까 싶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졸린 눈을 뜨고 날 바라본다. 이렇듯 개들의 관심은 온통 견주에게만 쏠려있다. 한 치 앞 일어날 일을 전혀 알지 못하기에, 개들은 늘 기대에 차 있다. ‘혹시 지금 아빠가 우리랑 놀아주지 않을까?’ ‘산책을 가주지 않을까?’ ‘맛난 간식을 주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관찰하며, 다음에 일어날 일을 파악하려고 애쓴다.

많은 이들이 현대인의 필수품이 돼버린 스마트폰을 보느라 견주의 관심에 목마른 개들을 방치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이들이 현대인의 필수품이 돼버린 스마트폰을 보느라 견주의 관심에 목마른 개들을 방치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예컨대 내가 갈색 외투를 찾아 입거나, 물병에 물을 담으면 그건 산책을 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게 꼭 맞는 것은 아니어서, 한번은 갈색 외투를 입고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기대가 어긋나서인지 개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그 뒤부터는 다른 일로 나갈 때 절대 그 외투를 입지 않는다.

24시간 내내 우리만 바라보는 개들과 달리 우리에게 개들은 그저 삶의 일부에 불과하다. ‘자, 내가 너희들하고 30분 놀아줬고, 아침밥도 줬잖아? 그럼 앞으로 몇 시간은 나 건들지 마.’ 이런 마음으로 난 개들을 팽개치고 내 일을 본다. 일이 없는 개들과 달리 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이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말 내가 개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밖에 있는 시간이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에는 개들과 좀 더 같이 시간을 보내줘야 함에도, 최근 내 삶을 돌이켜보면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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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경쟁자, 스마트폰

이유는 바로 스마트폰. 개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음에도 난 대단히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할애한다. 꼭 필요해서 스마트폰을 본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즐겨 찾는 커뮤니티에 방문해 올라온 글을 읽을 때, 누군가가 보내준 웃기는 영상에 낄낄거릴 때, 개들의 눈은 늘 나에게 맞춰져 있다.

신기한 일이다. 인터넷 어디를 봐도 우리집 개들만큼 예쁜 개들이 없고, 개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다 나를 웃게 만드는데, 왜 난 옆에 보물을 두고도 다른 곳에서 빛바랜 고물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건 어쩌면, 잡은 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 인간의 속성 때문일 수 있다. 늘 내 곁에 있으니 덜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

개는 스마트폰에 빠진 주인을 원망할까. 게티이미지뱅크
개는 스마트폰에 빠진 주인을 원망할까.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그건 절대 그렇지 않다. 얼핏 계산했을 때, 개들의 수명은 사람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2013년생으로 지금 벌써 7살이 된 첫째 강아지 ‘팬더’에게 남은 날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말로만 ‘팬더 나이드는 게 속상해’라고 말하지 말고, 팬더가 옆에 있을 때 팬더를 바라봐주고, 팬더와 놀아주는 게 훨씬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을 수시로 망각하는 난, 오늘도 팬더보다 스마트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버린다.

이게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이들이 현대인의 필수품이 돼버린 스마트폰을 보느라 견주의 관심에 목마른 개들을 방치한다. 심지어 간만에 나간 산책에서마저 개에게 관심을 안주는 이도 있다. 자신의 개가 적당한 나무 밑둥을 보고 ‘여기다 쉬야를 해야지’라며 자세를 잡을 때, 스마트폰만 보는 견주는 묵묵히 앞으로 걸어간다.

목줄 때문에 뜻을 못이룬 채 끌려가는 동안, 그 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게 견주에 대한 원망은 아니라는 점이다. 산책 나가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존재, 그게 바로 개니까.

서민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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