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아무리 오래 같이 산 견주라 해도 자기 개를 다 알지는 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는 확신 또는 착각 문제는 담벼락이 그리 높지 않아 한번 뛸 때마다 세퍼드 뒷다리가 보인다는 점이었다.
“저러다 담 넘겠는데?”
안 되겠다 싶어 사장님께 가서 물어봤다.
“저 세퍼드가 점프를 하는데요, 설마 담을 넘진 않겠죠?”
사장님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왜요, 넘은 적도 많아요.”
“네?” 난 귀를 의심했지만, 아내가 들은 말도 나랑 같았다. 안 되겠다 싶었던 난 유모차에 우리 개 여섯 마리를 넣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 세퍼드가 담을 넘을까 싶어 손이 덜덜 떨렸다. 그 광경을 보던 사장님, “그래서 제가 대형견도 같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오랜 사육사 경력을 가진 그 사장님은 자신의 세퍼드가 다른 개를 물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이었다. 만일 세퍼드가 달려든다면 난 우리 개들을 지키기 위해 세퍼드를 껴안고 바닥에 나뒹굴 것이다. 문제는 세퍼드가 두 마리라는 점. 아내도 못 말리는 개빠지만, 과연 세퍼드 한 마리를 혼자 제압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우리 개가 원래 무는 개가 아니에요.” 사고가 일어난 뒤 이 말을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다. 미리 조심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산책을 나갈 때 자기 개가 다른 개나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오롯이 견주의 몫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애가 원래 무는 개가 아니어요. 단지 같이 지내는 다른 개를 워낙 아껴서, 그 개가 공격받는다 싶으니 자기가 나선 것 같아요.”
그녀 말대로 그 진돗개는 무는 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같이 산 견주라 해도 자기 개를 다 알지 못한다. 물론 그 사건에서 잘못은 우리에게 있었다. 먼저 달려든 것은 분명 ‘오리’였으니까. 그렇긴 해도 불과 5kg 남짓한 ‘오리’의 목을 덥석 물고 흔든 건, 그 진돗개에게 야생의 본능이 남아 있다는 증거였다.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그 견주는 이 야생성을 끝내 알지 못했을 테고, 다른 곳에 가서도 ‘우리 개는 안물어요’를 외쳤을 것이다. 개들끼리 있을 때 사고가 나면 어떨까. 지인이 겪은 일은 좀 충격적이다. 리트리버가 한 집에 사는 소형견을 물어 죽였으니 말이다. 몇 년간 같이 지낸 개한테도 이럴진대, 낯선 개를 만났을 땐 어떻겠는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나가는 사람을 공격해 부상을 입힐 수도 있다! 견주가 개 산책을 나갈 때 자기 개가 다른 개나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그건 ‘오리’같은 소형견도 마찬가지여서,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나 개를 무서워하는 이들에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_______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는 확신 또는 착각 그렇게 본다면 지난 7월, 맹견으로 분류되는 로트와일러를 입마개도 하지 않고 데리고 나와 산책 나온 스피츠를 물어죽게 만든 견주에게는 엄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게다가 그 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사고를 일으켰다지 않는가? 경찰은 그 로트와일러의 주인인 70대 남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피해에 상응하는 처벌이 내려지긴 어려워 보인다. 다른 개를 물어 죽여도 기껏해야 재물손괴죄가 고작인데, 그걸 적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니 말이다. 이에 관한 법률이 좀 더 강화돼야 하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글을 쓰면서 내 곁에 누워 잠을 자는 ‘오리’를 다시금 바라본다. 그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오리야, 그때 위험에 빠뜨려서 미안해. 앞으로는 내가 널 꼭 지켜줄게.”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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