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이수지 인스타그램
TV에서 개를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다 개를 사랑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숨돌릴 새도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연예인이 개를 키운다면, 그게 진짜 사랑인지 따져볼 일이다.개를 키우다 보니 어떤 연예인이 개를 좋아한다면 관심이 간다. 개를 키우는 연예인은 한둘이 아니며, 그들 중 일부는 개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 사랑을 과시한다. 하지만 TV에서 개를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다 개를 사랑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들 중에는 인기를 위해 개를 키우는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한 아이돌 그룹은 멤버들 모두에게 개 한 마리씩을 키우게 했는데, 그 중에 한 명은 어릴 적 개에게 물린 트라우마 때문에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단다. 비단 그 멤버 뿐일까. 숨돌릴 새도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연예인이 개를 키운다면, 그게 진짜 사랑인지 따져볼 일이다. 반면 개를 안고 TV에 나오진 않을지언정, 묵묵히 개 사랑을 실천하는 연예인도 있다. 이효리씨가 그 중 하나다. 얼마 전 나온 기사를 보자. “가수 이효리가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_______
유기견을 반려한다는 것 이효리의 활동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진정성이 있다. 첫째, 한번 가서 사진만 찍고 오는 게 아니라 십수년간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둘째, 해당 지역 유기견보호단체와 연계해서 활동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녀가 돌보는 개가 유기견이라는 점이다. 혈통 좋고 귀여운 강아지를 좋아하기는 쉽지만, 유기견을 품에 안는 건 쉽지 않다. 주인으로부터 버려져 험한 생활을 하다보면 개의 미모는 급속히 퇴색되고, 몸에서는 심한 냄새가 난다. 하루종일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는 게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이효리는 보호소에서 만난 ‘순심이’라는 개를 입양하기까지 했으니, 나처럼 예쁜 개만 좋아하는 얼치기 개빠와는 차원이 다르다. 최근 알게 된 개빠 연예인은 이수지씨다. 이수지는 개그콘서트 ‘황해’라는 코너에서 보이스피싱을 하는 조선족으로 나와 이름을 알렸고, 그 뒤에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원래 ‘해리’라는 페키니즈 강아지를 키웠다고 한다. 페키니즈는 내가 현재 키우는 강아지이기도 한데, 코가 납작하고 다리가 짧은 게 특징이다.
개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 흔히 말한다. 개빠는 사람보다 개를 더 좋아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라고. 하지만 이효리가 채식주의자의 삶을 살고 환경운동에 매진했던 것이나, 이수지가 아픈 아이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민 일을 보면, 진정한 개빠는 개를 포함해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만, 개를 키우면서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게 되는 측면도 분명 있으리라. 물론 개빠들 중엔 사람보다 개를 더 좋아하는 이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 경우라 해도 개빠가 사람을 사랑하는 정도가, 개를 안 키우는 이가 사람을 사랑하는 정도보다 훨씬 더 크지 않을까? 진정한 개빠가 많을수록 사람이 더 대접받는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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