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개들은, 반려견들은 인생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는 탓에 택배기사 초인종 소리에 열광한다. 낯선 사람의 방문은 ‘대형사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일 보는 반려인의 퇴근도 반갑다. 사람과 달리 삶의 반경이 나이가 들어도 크게 확대되지 않는 개와 사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평생 반려인만 바라보는 생명체를 책임지는 일이기도 하다.
개들은, 반려견들은 인생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는 탓에 택배기사 초인종 소리에 열광한다. 낯선 사람의 방문은 ‘대형사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일 보는 반려인의 퇴근도 반갑다. 사람과 달리 삶의 반경이 나이가 들어도 크게 확대되지 않는 개와 사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평생 반려인만 바라보는 생명체를 책임지는 일이기도 하다.
온갖 놀이기구로 가득찬 사람 놀이터와 달리 개 놀이터는 흙에 잔디를 심어놓은 게 고작이지만 개들은 간만에 야외로 나온 게 좋은지 코를 킁킁거리며 돌아다닌다.
택배기사의 초인종은 ‘데일리 이벤트’ 이건 우리집 개들도 마찬가지다. 가끔 하는 산책 시간을 제외하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개들에겐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새롭다. 예컨대 아파트 입구의 벨이 울린다고 해보자. 나야 그가 택배기사인 걸 알고 있으니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지만, 그걸 모르는 개들은 대체 누가 우리 집에 오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개들은 현관 앞에 쪼르르 달려가 자리를 잡는다.
“댁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왕 왔으니 나를 좀 쓰다듬어 주세요. 날 만난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해야 합니다.” 첫째 강아지 ‘팬더’는 처음 보는 사람 앞에 드러눕는다.
반려인의 퇴근도 언제나 ‘사건’ 내가 퇴근해 집에 오는 것도 내겐 일상이지만 개들에겐 사건이다. 놀아주는 일은 내 담당인지라 아내와 같이 있을 때 개들은 심심해한다. 그런데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나면 개들은 기대에 들뜨고, 온 사람이 나라는 게 확인되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개들은 빙글빙글 돌거나 컹컹 짖거나 내 다리에 매달리는 등등 갖가지 방법으로 반가움을 표시한다. “아빠, 왜 이제 왔어요?” “나, 아주 심심했는데, 이제 우리랑 좀 놀아줘요.”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난 아무리 몸이 피곤한 날이라도 개들에게 공을 던져준다. 공을 잡으러 달려가는 와중에 개들은 말한다. “와, 재미있어요. 역시 아빠가 최고예요.” 하지만 개들이 제일 신날 때는 역시 지네들이 외출할 때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입장료를 받는 개 전용 놀이터에 가는데, 거기 가려고 옷을 챙겨입으면 개들은 바로 눈치를 챈다. “와, 놀이터 가는 거죠? 저 너무 가고 싶었어요. 멍멍멍멍멍.” 행여 자기를 떼어놓고 갈까 봐 개들은 아내와 내 곁을 잠시도 놓치지 않는다.
개들이 제일 신날 때는 역시 지네들이 외출할 때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입장료를 받는 개 전용 놀이터에 가는데, 거기 가려고 옷을 챙겨입으면 개들은 바로 눈치를 챈다. “와, 놀이터 가는 거죠? 저 너무 가고 싶었어요. 멍멍멍멍멍.”
그 개: 말도 마.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왔는데, 너무 아팠어.
다른 개: 그래도 부럽다. 그렇게라도 나가는 게 어디야…. _______
개들의 ‘반경’은 언제나 그대로 모든 게 다 신기했던 인간 아이들은 자라면서 삶의 반경이 넓어지고,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전에는 신기하기만 했던 게 평범한 일상이 되면서 그들이 기뻐 날뛰는 빈도는 점차 줄어든다. 어느덧 그들은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게 된다. “저게 뭐 뉴스라고? 세상이 다 그렇지 뭐.”
팔베개를 하고 누운 오리
팬더의 일곱번째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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