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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산들이는 새 주인의 눈이 되기로 했다

등록 2020-04-07 09:28수정 2020-04-13 11:38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_안내견 산들이의 행복 ①
생후 7주, 일반 가정에 입양됐다. 식사예절, 대소변 훈련…1년 뒤 이별했다. “넌 보통 개가 아니라 안내견”이라고 했다. 훈련사를 만나 참는 법을 배웠다. 작은 개가 도발해도 참고 사람들의 애정에도 참았다. “산들이가 참아야지”라고 했다. ‘테스트’를 1등으로 통과하고 새 주인을 만났는데, 그는 달랐다. 고개를 흔들어도 반응하지 않았다. ‘새 주인은 눈이 보이지 않는구나. 그의 눈이 돼 행복을 줘야겠다’.
골든 리트리버인 산들이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이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성격이 온순하고 똑똑한 데다 충성심도 강하고 외모도 호감형이라 안내견에 적합하다. 전 세계 안내견의 90%가 리트리버 종일 정도다.
골든 리트리버인 산들이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이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성격이 온순하고 똑똑한 데다 충성심도 강하고 외모도 호감형이라 안내견에 적합하다. 전 세계 안내견의 90%가 리트리버 종일 정도다.

삼촌 집에는 산들이란 이름을 가진 개가 산다. 산들이가 삼촌 집에 온 것은 여덟 살 때의 일, 여기까지 들으면 산들이가 한 차례 버려졌고, 그래서 삼촌 집에 다시 입양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산들이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이었다. 태어날 때 이미 안내견의 사명을 띠고 세상에 나왔는데, 이는 그가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리트리버는 성격이 온순하고 똑똑한 데다 충성심도 강하다. 게다가 외모도 호감형이어서 안내견에 적합한데, 실제로 전 세계 안내견의 90%가 리트리버 종일 정도다.

하지만 산들이가 안내견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생후 7주가 됐을 때 산들이는 일반 가정에 입양됐다. 산들이를 맡은 ㄱ씨는 산들이와 지내면서 식사예절, 대소변 가리기,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 등을 가르쳤는데, 세상은 ㄱ씨 같은 이를 ‘퍼피워커’라고 불렀다.

산들이
산들이

시련이 찾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년이 지났을 때 ㄱ씨는 산들이에게 말했다. “산들아, 이제 우린 헤어져야 해. 넌 보통 개가 아니라 안내견이거든.” 산들이는 자신을 정성껏 보살펴 준 ㄱ씨와 헤어지는 게 싫었다. 안 가겠다고 떼를 써 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때 산들이는 봤다. ㄱ씨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광경을 말이다. 덕분에 산들이는 최소한 ㄱ씨가 자기를 싫어해서 내보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_______
참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음으로 산들이가 간 곳은 ‘학교’였는데, 여기서 만난 이는 ㄴ씨였다. ㄴ씨는 산들이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다녔다. 세상은 ㄴ씨를 ‘훈련사’라 불렀는데, 그와 다니면서 산들이는 여러 가지를 배웠다. 대표적인 게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반드시 파란불로 바뀐 뒤에 건너야 한다는 교훈이었다. 물론 산들이는 색맹이라 파란불을 구별할 수 없었지만, 영리한 산들이는 음향신호와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 등을 근거로 언제가 파란불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한번은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따라 건너려다 큰일이 날 뻔했는데, 그 이후부터 신뢰감이 없어 보이는 사람은 따르지 않기로 했다. 그 밖에도 산들이는 작은 개의 도발을 참아내는 훈련, 사람들의 관심에 초연하기 등등을 연습했는데, 이건 정말 쉽지 않았다. 자신은 가만있는데 지레 겁먹은 개들이 시끄럽게 짖어대는 건 얄미운 일이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행복해하면 머리를 내밀어 쓰다듬게 한다든지, 뽀뽀해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보답하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산들이
산들이

산들이는 애정에 목마른, 이제 겨우 두 살이 되어가는 강아지였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ㄴ은 언제나 산들이를 말렸다. “산들아, 가만있어!” “산들이가 참아야지.” “산들이답지 않게 왜 그래?”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나다운 게 뭔데?’라며 항변하고 싶었지만, 산들이는 초견적인 인내력으로 그 순간을 참아냈다.

_______
‘테스트’를 1등으로 통과했지만…

어느 날 ㄴ이 산들이에게 말했다. “산들아, 너 내일 시험 봐야 해. 잘할 수 있지?” 시험이라니? 산들이가 무서워하자 ㄴ은 산들이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 평소 실력이면 충분히 붙을 수 있어.”

ㄴ의 말대로였다. 학교에 있던 다른 개들은 시험을 망쳤다며 풀이 죽었지만, 평소 예습, 복습을 열심히 했던 산들이에게 시험은 너무 쉬웠다. 총 세 번의 테스트 결과 산들이는 전체 1등을 했고, 단상에 올라가 상으로 개껌을 받았다. “산들이는 지하철 타기, 횡단보도 건너기 등 여러 부문에서 타견의 모범이 되므로….” 학교장이 상장의 내용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산들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다른 개들을 째려봤다.

그날 이후 학교에는 폭풍이 몰아쳤다. 자신과 함께 훈련하던 개들이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하나둘씩 학교를 떠났다. 훈련사는 그게 ‘일반분양’이라고 말해줬다. 그들 대부분이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은 개들이었기에, 산들이는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게, 평소 열심히 좀 하지 그랬니?”

산들이
산들이

자신은 쭉 학교에 남을 거라는 착각도 잠시, 어느 날 ㄴ이 슬픈 얼굴로 산들이에게 다가왔을 때, 산들이는 이별을 직감했다. ㄴ의 표정이 자신과 헤어질 때 ㄱ이 지었던 표정과 비슷했으니 말이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아, ㄴ은 산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산들아, 이제 너는 큰일을 해야 한단다. 너는 우수한 개니까 잘할 수 있을 거야.”

산들이는 ㄴ과 헤어지기 싫었다. ㄱ과 헤어지고 난 뒤 한참 동안 상실감에 몸을 떨었는데, 똑같은 일을 또 겪어야 한다니, 아아, 내 운명은 왜 이리 가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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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은 좀 달랐다

“네가 산들이니?” 맑은 목소리에 산들이는 정신을 차렸다. 새 주인인가 싶어 산들이는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을 ㄷ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자신이 만난 다른 사람들과 달리 ㄷ은 산들이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산들이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고개 갸우뚱하기’를 선보였다. 이 동작을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꺄악!” 하면서 좋아 죽었다. 그런데 ㄷ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산들이는 깨달았다. 아, 내 새로운 주인은 눈이 보이지 않는구나. 그때서야 산들이는 자신이 그동안 받았던 훈련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별의 슬픔은 이미 온데간데없어지고, 새로운 사명감이 산들이의 몸을 휘감았다. “그래, 이게 내가 태어난 이유라면 난 기꺼이 이 임무를 맡을 거야. 새 주인의 눈이 돼서 그에게 행복을 선사하자. 컹컹! 이크, 모르고 짖어버렸다!”

*산들이의 입양 전 스토리는 안내견들의 일반적인 과정을 고려한 작가의 상상으로 작성했습니다. 2회로 이어집니다.

단국대 교수

▶▶안내견 산들이의 행복 ②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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