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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개들의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한다면

등록 2020-03-09 10:30수정 2020-03-09 10:36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홍콩 반려견 ‘코로나19 양성’…전문가들 “인수공통 감염 증거 없어”
조류독감 때마다 닭과 오리 살처분하는데…내 반려견은 무사할까
조류독감이 돌 때마다 인간은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1997년 홍콩에서도 그랬고, 우리나라에서도 조류독감이 돌 때마다 수많은 닭과 오리를 살처분해왔다.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게 확인된다면, 개라고 예외일 것 같진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조류독감이 돌 때마다 인간은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1997년 홍콩에서도 그랬고, 우리나라에서도 조류독감이 돌 때마다 수많은 닭과 오리를 살처분해왔다.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게 확인된다면, 개라고 예외일 것 같진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머니, 저희 개들 좀 부탁드립니다. 한달 정도면 될 거예요.”

키우던 개 여섯 마리를 어머니 댁에 맡기고 나오는 마음은 참담했다. 어머니가 아무리 잘해주신다 한들, 나나 아내가 해주는 것에 비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개는 말이 통하지 않아 자기들이 버려졌다고 생각할 거란 점이었다. 그래도 어머니가 집이 있어 개를 맡길 수 있는 게 어디냐며 쓰린 마음을 달랬다.

그리 넓지도 않은 집이지만 개가 없는 집은 텅 빈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쓸쓸했다. 며칠 후 저녁, 현관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방역 팀입니다. 문 여세요.” 다섯 명 정도의 남자가 집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개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왔다고 했다.

“방역 센터에 자진반납 했어요.” 그들은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파트 이곳저곳을 뒤졌다. “없는 것 같은데.” “어디다 빼돌린 거 아냐?” 그들은 ‘개를 반납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는 긴급명령 조항을 읊조린 뒤 집을 떠났다. 그들이 간 뒤 몇 시간 동안, 아내와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게다가 개와 사람이 자유롭게 바이러스를 교환한다면 타격을 입는 쪽은 아마 개일 것이다. 개의 면역이 사람의 바이러스에 대처할 능력이 없을 테니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다가 개와 사람이 자유롭게 바이러스를 교환한다면 타격을 입는 쪽은 아마 개일 것이다. 개의 면역이 사람의 바이러스에 대처할 능력이 없을 테니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건 한 달 전이었다. 실제로 개와 접촉한 뒤 코로나로 죽은 이가 나오자 여론은 들끓었다. 정부는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개를 도살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려인들은 코로나 검사를 해서 양성인 개들만 처리하면 안 되냐고 했지만,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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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살처분’ 선언

개들을 자진 반납하라는 대통령 담화문이 발표됐고, 곧 방역팀이 개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반려인들이 순순히 개를 내주지 않았기에, 반려인과 방역팀 간의 숨바꼭질이 계속됐다. 개의 존재를 들킨 반려인들은 울부짖으며 저항했고, 그 와중에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온 건 개를 맡긴 지 사흘이 채 안 돼서였다. 개들이 밥도 잘 안 먹고, 무엇보다 너무 짖는다는 거였다. “아래층 사람이 물어보더라. 혹시 개 키우냐고. 이러다 들키면 어떡하니.”

안 되겠다 생각한 난 어머니 댁으로 차를 몰았다. 우리를 본 개들은 미친 듯이 반가워했다. 개들을 차로 옮긴 후 아내가 물었다. “어디로 가지?” “삼척으로 가야지. 거기 말고 어딜 가겠어. 이 좁은 나라에서.”

강원도 삼척시 도계리에 있는 K캠퍼스가 반려인들의 메카가 된 계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반려인들 사이에서 거기 가면 안전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그들은 개와 먹거리를 챙겨 그곳으로 향했다.

해발 820m의 캠퍼스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일단의 남성들이 차를 정지시켰다. 그들은 차 안에 있는 개들을 확인했다. “이게 몇 마리야? 어휴, 여섯 마리나 되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모든 건물이 개들로 가득 차 있어서, 거대한 유기견 보호소를 연상케 했다. 그래도 이런 곳이라도 있는 게 어디냐 싶었다.

다른 반려인들을 보니 마음이 조금 놓이긴 했지만, 우리 마음 한구석엔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게다가 개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수시로 불만을 드러냈고, 개들끼리 싸우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큰일 났습니다. 방역팀이 곧 이곳에 온답니다.” 우린 가져온 차들로 입구를 막았고, 그들이 왔을 때 온몸으로 저항하기로 결의했다. 다음날 새벽, 보초를 서던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들이 옵니다!” 길목에서 새우잠을 자던 이들이 눈을 떴다. “아니, 저건 뭐야?” 저 아래서 큰 차들이 줄지어 오는데, 맨 앞에 있는 것은 분명 탱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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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바이러스가 사람을 위협한다면?

이건 물론 지어낸 얘기다. 개한테 물려서 전염되는 광견병을 제외한다면, 개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일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게다가 개와 사람이 자유롭게 바이러스를 교환한다면 타격을 입는 쪽은 아마 개일 것이다. 개의 면역이 사람의 바이러스에 대처할 능력이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개의 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켜 사람에게 전파될 확률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류독감이 돌 때마다 인간은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1997년 홍콩에서도 그랬고, 우리나라에서도 조류독감이 돌 때마다 수많은 닭과 오리를 살처분해왔다.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게 확인된다면, 개라고 예외일 것 같진 않다.

1997년 홍콩에서도 그랬고, 우리나라에서도 조류독감이 돌 때마다 수많은 닭과 오리를 살처분해왔다. 게티이미지뱅크
1997년 홍콩에서도 그랬고, 우리나라에서도 조류독감이 돌 때마다 수많은 닭과 오리를 살처분해왔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서 우리 반려인들은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마음속으로 빈다. 얼마 전 반려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기사가 있었다.

“지난 금요일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의 반려견 한 마리가 바이러스 검사 결과 ‘약한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개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여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이 개는 증상은 없었지만 격리 수용됐고 ‘음성’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홍콩 농림수산환경국은 이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의 반려동물들에 대해 ‘2주 격리 방침’을 강력히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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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가만 놔둘까

기사가 나온 뒤 한국수의임상포럼은 “검사상 약한 양성으로 나왔고, 반려견에게 증상이 없어 실제 감염이라 확정하기는 어렵다”며 “일반적인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격리하거나 멀리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홍콩 농림수산환경국과 세계보건기구(WHO)도 “현재 반려동물이 감염될 수 있거나 인수공통 감염의 증거가 없다”고 밝혔고, 세계동물기구(OIE) 또한 “현재 코로나19의 우세한 전염 경로는 인간에서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가 나온 뒤 홍콩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로부터 문의가 급증했다고 한다. 개를 버리려고 문의하는 이도 있겠지만, 정부가 개를 탄압하면 어쩌나 걱정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후자 중에는 위 소설처럼 개를 데리고 도망갈 사람도 분명 있지 않을까. 방역 당국의 지시에 따르는 게 물론 옳지만, 사람의 행동이 꼭 옳고 그름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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