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검토’ 논란
반려인·동물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검토’ 논란
반려인·동물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다
보유세를 걷는다면 해당 공무원을 증원할 수 있고, 이들이 반려견 등록과 개 학대를 감시한다면 우리나라 개들의 삶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는가? 게티이미지뱅크
반려인이 세금징수를 찬성하는 이유 사실 반려인 중에는 세금징수를 찬성하는 이가 제법 되며, 나도 그중 하나다. 첫번째 이유는 반려견 보유세가 함부로 개를 키우는 문화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8만 마리가 넘는 개들이 버려진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상당수는 개를 입양하는 게 쉬워서 생긴다. 펫숍을 지나가다 ‘저 개 키워야지’라며 충동적으로 입양하는 대신, 입양 전에 등록도 하고 세금도 매년 내야 한다는 걸 안다면 진정으로 개를 원하는 이만 키우게 되지 않겠는가? 유기견 발생의 근원이라 할 펫숍과 강아지공장도 줄어들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혹자는 보유세가 생기면 개를 갖다 버리겠다고 협박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이미 개 키울 자격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등록제로 이어져 학대 예방 개공원도 마찬가지다. 일반 공원은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화약고 같은 곳이다. 목줄을 한다 해도 개가 싫은 사람은 개를 보는 것만으로 불쾌하고, 일부 무책임한 견주들로 인해 발생하는 개똥도 짜증을 북돋운다.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드는 것, 개공원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개공원을 짓는 게 쉽지 않다. 2017년 기사를 보자. “서울 서초구에서는 지난달 완공된 반려견 놀이터가 개장 직전 600여개가 넘는 민원과 반대서명으로 결국 철거됐다.” 이들의 반대엔 내 세금으로 왜 개공원을 짓느냐도 포함되는데, 보유세를 낸다면 ‘우리 동네에도 개공원을 지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보유세 덕분에 개 등록제가 완성되며, 그 결과 동물학대가 줄어들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금 낼 테니 혜택 달라” 물론 보유세 신설에 따른 부작용도 있긴 할 것이다. 일시적으로 유기견이 증가할 테고, 안 그래도 어려운 유기견 입양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약간의 융통성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기존에 개를 키우던 반려인들은 5년 정도 세금을 유예해준다든지, 유기견 입양 시에는 세금을 깎아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머리를 맞대면 얼마든지 좋은 방안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신뢰다. 반려견 보유세를 찬성하는 애견인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이 개의 복지가 아닌, 다른 곳에 쓰이는 것을 걱정했다. 그간 우리나라 정부가 보여준 행태로 봤을 때 이런 불신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게 보유세를 반대하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세금 낼 테니 우리 개들에게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는 게, 돈은 안 내면서 개 복지를 책임지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이니 말이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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