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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안락사 없는 보호소’보다 더 필요한 것

등록 2019-11-05 15:26수정 2019-11-05 16:02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아무리 예쁜 개라도 유기견 센터에 들어오면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다. 시간을 준다고 해서 이런 개들이 입양될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아무리 예쁜 개라도 유기견 센터에 들어오면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다. 시간을 준다고 해서 이런 개들이 입양될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인터넷에서 글을 한 편 봤다. 애견인들이 유기견보호소에 봉사를 간다며, 거기서 할 일을 적어 놓은 글이었다.

‘케이지마다 한 마리씩 개가 들어 있으니, 2인 1조로 한 명은 개를 안고 다른 한 명은 케이지를 청소해라.’ ‘배변판을 청소하고 사료와 물을 채워줘라.’ 이런 주의사항도 있었다. ‘애들이 너무 배고파하니 사료는 되도록 빨리 챙겨주세요. 물도 허겁지겁 먹는 게 안타까웠어요.’

이렇게 유기견보호소에 봉사를 다니는 천사 같은 분들이 이 땅에는 제법 있다. 대부분의 유기견보호소는 수용 가능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개를 데리고 있어서, 이런 자원봉사자들이 없으면 개들의 처우가 훨씬 더 열악해질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글에 특히 주목했던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 보호소가 내가 사는 천안에 자리 잡고 있어서였고, 두번째는 글에 나온 다음 문구였다.

“천안 유기견보호센터는 안락사를 안 합니다. 그래서 도움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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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안락사 안 한 보호소

유기견보호센터(이하 센터)는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한다. 그 예산은 늘 부족하다. 사람에게 쓸 돈도 빠듯한 처지에 개한테 돈을 얼마나 쓸 수 있겠는가? 기사에 따르면 센터 운영을 위해 천안시가 쓰는 돈은 연간 4억5천만원 정도란다. 여기에 대해 “개한테 억대의 돈을 쓰다니! 당장 그만둬라!”고 할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이 돈이 수백 마리에 달하는 유기견을 돌보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유기견은 계속 생긴다. 전국적으로 8만마리 이상의 유기견이 매년 발생하고, 천안만 해도 연간 버려지는 개가 1500마리다. 모든 센터가 다 포화상태인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시설을 확장하기도 쉽지 않다. 센터가 혐오시설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어서다. 냄새가 장난이 아닌 데다 개 짖는 소리도 나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안락사가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쉽게 입양하면 쉽게 버리기 마련. 입양을 좀 까다롭게 하고, 개를 버리는 이도 처벌하는 법안이 나와야 한다. 입양 단계에서 등록비를 비싸게 받고 그 돈으로 전담 공무원을 뽑아 개 관리를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안락사가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쉽게 입양하면 쉽게 버리기 마련. 입양을 좀 까다롭게 하고, 개를 버리는 이도 처벌하는 법안이 나와야 한다. 입양 단계에서 등록비를 비싸게 받고 그 돈으로 전담 공무원을 뽑아 개 관리를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들이 입양이라도 된다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센터에서 일정 기간 중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를 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런데 안락사를 안 하는 센터가 있다니, 그게 정말일까?

실제로 천안 센터는 지난 6년간 안락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인도적인 견지에서 그랬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관련 기사 일부를 보자.

“목천읍 소사리에 있던 유기동물 보호센터는… 3층 규모로 수용시설은 370마리다. 부족한 수용시설은 건물 마당에 시설을 추가 설치해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다. 현재 보호하고 있는 유기견 수는 570여 마리. 그러다 최근 건물 사용에 대한 계약이 연장되지 못하면서… 목천읍 교천리의 한 공장 건물로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이전했다. 이전한 곳의 경우 야외에 추가 시설을 설치할 수 없어 유기견 공간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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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0’이라도 개는 불행하다

여기에 더해 천안 센터가 안락사를 안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이곳에 찾아와 개를 버리고 가는 실정이란다. 결국 천안 센터는 결단을 내렸다.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개들을 안락사시키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가 반발하는 바람에 8마리만 안락사하고 말았다. 대신 입양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기로 했다는데, 얼마나 잘 될지 모르겠다.

동물단체의 행동이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센터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센터라고 해서 안락사를 좋아해서 하는 게 아니고, 최대한 버티다 도저히 안 되어서 안락사를 하는 건데 말이다.

게다가 안락사를 안 한다고 해서 개가 행복한 것도 아니다. 케이지에 갇혀 최소한의 사료와 물만을 먹는 삶도 안쓰럽지만, 사람의 애정을 갈구하기 마련인 개가 온종일 혼자 엎드려 있어야 하는 것은 정말 보기 딱하다.

한 봉사자의 말을 들어보자. “강아지들은 사람이 보이는 순간부터 엄청 짖는다. 사람만 보이면 그 좁은 자리를 수십번 돌기도 한다. 배가 고플 텐데도 사람이 너무 그리워서인지 미친 듯이 반기며 쓰다듬어 달라고 하는 개도 있다.”

물론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거나 으르렁대며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개도 있지만, 그건 그 개가 사람에게 실망해서지, 사람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애견인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런 개라고 해도 가정에 입양돼 보살핌을 받는다면 벌렁 뒤집으며 애교를 부리리라. 다음 목격담도 마음이 아프다. “산책을 시켜주려고 바닥에 내려놓았는데, 걷지를 못하는 거예요. 몇 년간 케이지에 갇혀 움직이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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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예쁜 개라도 유기견 센터에 들어오면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다. 이전에 센터에서 데려왔던 개가 옴진드기에 걸려 있던 데서 보듯, 각종 질병에 걸린 개도 많을 것이다. 시간을 준다고 해서 이런 개들이 입양될 수 있을까? 개의 안락사를 무작정 막기보다는 있는 개들을 더 잘 보살펴서 입양되게 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물론 안락사가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쉽게 입양하면 쉽게 버리기 마련. 입양을 좀 까다롭게 하고, 개를 버리는 이도 처벌하는 법안이 나와야 한다. 입양 단계에서 등록비를 비싸게 받고 그 돈으로 전담 공무원을 뽑아 개 관리를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떤 것이든 제발 좀 시행하자. 버려진 개를 보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니 말이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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