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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개를 사랑하면 불효자식인가?

등록 2019-10-08 10:00수정 2019-10-08 10:04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개혐들의 ‘불효자식론’ 분석
개혐은 벼슬이 아니다. 개를 혐오한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훈계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개혐들은 ‘효도’ 같은 개인적인 덕목을 개빠들에게 강요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개혐은 벼슬이 아니다. 개를 혐오한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훈계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개혐들은 ‘효도’ 같은 개인적인 덕목을 개빠들에게 강요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애완동물 사랑할 시간에 부모님에게 전화라도 한 통 하기 바란다. 그게 진짜 인간의 도리다.”

개에 관한 글을 쓰면 늘 이런 식의 댓글이 달린다. 도대체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저런 글을 쓰는 사람은 개혐, 즉 개를 혐오하는 인간이다. 예컨대 자기 블로그에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쓴 이는 글을 이렇게 시작했다.

“나는 애완동물 키우는 인간들을 기본적으로 사람 취급 안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자기 자유니 그냥 넘어가고, 여기선 ‘부모 전화 한 통’에 관한 이들의 주장을 분석해 보기로 하자. 첫번째 따져볼 점은 저들은 왜 개빠가 부모님께 전화를 안 한다고 확신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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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에 집착하는 개혐들

개빠인 난 최소한 하루 한 번, 보통은 두 번가량 어머니께 전화를 드린다. 전화 한 통의 평균 시간은 십 분이 넘는다. 반면 개를 안 키우는 남동생은 나만큼 전화를 자주 하지 않고, 어쩌다 전화를 해도 짧게 끝낸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결혼한 뒤 아내가 아침마다 장모님한테 전화를 드리는 것을 보고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한 게 계기였다. 말이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늘기 마련, 전화 초창기엔 별로 할 말이 없었지만, 하면 할수록 할 말이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어머니를 찾아뵀을 때도 몇 시간씩 얘기를 나누게 됐다. 며칠 전 휴일을 맞아 어머니를 찾아뵀는데, 그날 저녁 어머니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자를 받았다. “오늘 재미있는 이야기 해줘서 고마웠어.”

이건 어디까지나 내 얘기일 뿐, 모든 개빠가 다 이러는 것은 아니다. 전화 드리고 말고는 개를 키우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그 집안의 문화와 경험에 좌우된다는 얘기다. 개혐들은 개빠가 ‘개에게 정신이 팔려 부모님을 내팽개친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럴 사람이라면 설령 개를 키우지 않는다 해도 부모님께 별로 잘하지 않을 것이다. 혹시 개혐들은 자기들이 전화를 잘 안 드리니까, 그 콤플렉스를 개빠들을 욕하면서 풀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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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자주 하면 효자?

둘째, 왜 전화 얘기만 하는가? 위에 쓴 것만 보면 내가 남동생보다 더 효자일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어머니는 서울에, 나는 천안에 사는 탓에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진 못한다. 하지만 남동생 부부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 댁에 가는데, 그때마다 맛있는 식사를 사 드리거나 야외로 드라이브도 시켜드리곤 한다.

직접 얼굴을 보여주는 게 어머님께 더 큰 기쁨을 드릴 것은 명백한 사실. 전화만 하고 마는 나보다는 남동생네가 훨씬 더 효자다. 신기한 일은 개혐들이 말하는 효도가 꼭 ‘전화’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돈을 드릴 수도 있고, 모시고 같이 살 수도 있고 마사지를 해줄 수도 있듯이, 효도의 방법은 전화 말고도 많다.

그래서 전화 운운하는 댓글을 보면 그 댓글을 단 개혐이 그날 간만에 부모님께 전화했고, 그걸 자랑하고 싶어 죽겠어서 저런 댓글을 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셋째,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했다. 개빠들이라고 부모가 모두 살아계신 것은 아니다. 일찍이 부모를 모두 잃은 개빠에게 “그럴 시간에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 통 하라”라고 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또한 부모가 귀가 어두울 수도 있고,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일 수도 있다. 그런 사정도 헤아리지 못하면서 효도하라고 호통을 치는 개혐의 모습은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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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혐은 벼슬이 아니다

넷째, 개혐들은 사랑이 유한하다고 믿는다. 사랑의 총량은 누구에게나 일정하고, 개를 좋아하면 다른 이를 덜 사랑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딴 소리를 하는 게 아니겠는가? 하지만 줄수록 넘치는 게 바로 사랑이며,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행위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난 개들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은 날 이보다 수백 배 더 예뻐하셨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며 굳은 결심을 하곤 한다. 반면 인간보다 약자인 개에게 사랑을 주기는커녕 남들이 주는 애정마저 질투하는 개혐들은 사랑의 총량이 점점 줄어들어, 결국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을지 걱정된다. 연쇄살인범들이 개를 학대한 경험이 있는 것도 괜한 게 아니다.

다섯번째, 개혐은 벼슬이 아니다. 개를 혐오한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훈계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개혐들은 ‘효도’ 같은 개인적인 덕목을 개빠들에게 강요한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독일의 선전장관인 괴벨스가 떠오른다. 그는 누군가 자신에게 어떤 말이든 하기만 하면 죄를 덮어씌워 처형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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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보다 못한 사람이 될 건가?

예컨대 누가 ‘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치자. 여기에 대해 괴벨스는 이렇게 따졌다. “너는 아버지만 사랑하고 조국은 사랑하지 않는구나? 넌 반역자야!” 개를 사랑한다고 불효자로 몰아붙이는 개혐들과 괴벨스는 별로 다르지 않다.

이들이 효도를 좋아하니 한 가지만 더 말하자. 개를 키우는 많은 부모가 ‘자식보다 개가 더 효자다’라고 말한다. 진정한 효도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 사람 자식들이 마지못해서 형식적인 효도를 하는 것과 달리, 개들은 진심으로 그 주인을 바라봐 주니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개혐들아, 남의 효도를 가지고 시비하지 말고 효도가 무엇인지 개한테 좀 배우시라. 개만도 못한 사람이 돼선 안 되잖은가?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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