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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물림 사고에 대처하는 자세…견주 처벌이 우선이다

등록 2019-07-23 17:07수정 2019-07-23 17:41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사랑받지 못한 개들, 평상시 학대를 당한 개들에게 세상은 위험한 곳이며 낯선 사람도 자기를 해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개는 사람을 공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랑받지 못한 개들, 평상시 학대를 당한 개들에게 세상은 위험한 곳이며 낯선 사람도 자기를 해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개는 사람을 공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10살 넘은 반려견을 키우는 A씨는 최근 이사한 아파트에서 이웃과 입마개 문제로 갈등 중이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반려견은 나이가 많아 다른 사람이나 동물에게 무신경하단다. 그렇긴 해도 밖에 나갈 때면 가슴줄은 꼭 맸고 산책하러 나갈 때면 품에 안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도 옆집에 사는 B씨가 입마개를 채우라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B씨는 현관문을 열고 사는데, A씨가 산책하러 나갈 때마다 바로 달려 나와 호통을 쳤다고 한다. 심지어 “입마개를 하지 않으면 개를 가져다 밟아 죽인다”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한국경제> 와글와글/입마개 하지 않으면 우리 개를 죽이겠대요 2019.07.12)

해당 개는 규정상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견종이 아니다. 게다가 A씨는 꼭 가슴줄을 맸다고 하니, 이건 B씨가 괜한 시비를 거는 것이다. 아마도 B씨는 평소 개를 미워했으며 다소 만만한 A씨의 개에게 자신의 혐오를 발산하고 있으리라. 하지만 네티즌들은 일방적으로 B씨의 편을 든다.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개가 입마개를 해야 한다며, 그 말에 따르지 않는 A씨를 비난했다.

“사고 나는 거 보고도 한가한 소리 하네. 늙어도 개는 개고 짐승이다. 개 무서워하는 사람 많다. 싫으면 집에서 개 데리고 나오지 마라.”

“내 사랑하는 자식이나 부모가 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해보세요. 견주 입장에서나 온순한 반려견이지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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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물림의 원인은 견주에게 있다

바야흐로 개 혐오 시대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얼마 전 일어났던, 폭스테리어가 아이를 문 사건이었다. 개가 아이를 문 뒤 질질 끌고 오는 광경을 담은 CCTV가 공개되면서 개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엄청나게 증폭됐다. 견주인 C씨가 목줄을 잡아채지 않았다면 아이가 중상을 입었을 수도 있었다.

자기 개가 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방조하는 것은 개를 이용한 상해라 볼 수 있으니, 경우에 따라서는 견주의 구속 같은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자기 개가 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방조하는 것은 개를 이용한 상해라 볼 수 있으니, 경우에 따라서는 견주의 구속 같은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상처의 깊이를 떠나서 그 아이가 받았을 정신적 외상을 생각하면, ‘개빠’의 한 명으로서 그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쯤 되면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하자는 여론이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게다가 그 개는 아이가 먼저 개를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이를 공격했고, 같은 아파트 주민 중 그 개한테 피해를 본 사람들이 더 있다고 했다.

그런데 폭스테리어의 만행이 온전히 개만의 잘못일까? 그렇지 않다. 개가 무는 원인의 대부분은 견주에게 있다. 늘 사랑만 받는 개가 있다고 치자. 그 개에게 세상은 따뜻한 곳이기에, 그 개는 낯선 사람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다. 반면 사랑받지 못한 개들, 예컨대 평상시 학대를 당한 개들에게 세상은 위험한 곳이며 낯선 사람도 자기를 해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개는 그 사람을 공격한다.

퍼스트 도그로 알려진 ‘토리’를 보자. 토리는 태어나서부터 학대만 받았고 자신의 동료가 쇠파이프에 맞아 죽는 광경을 목격하기까지 했다. 동물보호단체가 토리를 구조했지만 토리는 그들에게마저 마음을 열지 않았다. 결국 토리는 산책을 시키던 자원봉사자를 물고 도망쳐 버린다. 토리가 사람을 따르는 개로 돌아오기까진 여러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폭스테리어. 게티이미지뱅크
폭스테리어.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C씨의 반려견은 경우가 좀 다르다. C씨가 주기적으로 산책을 시켜주는 등 성의를 다해 돌봤음에도 사람을 물었다는 점에서 원래부터 성격이 안 좋은 개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 개를 안락사시키는 게 옳다는 반려견 행동교육 전문가 강형욱씨의 말도 이런 견지에서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C씨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C씨는 반려견을 힘으로 제어할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도 산책할 때마다 기다란, 그것도 늘어나는 줄을 사용했다. 그 개가 아이를 발견하고 덤벼들 수 있었던 이유다. 게다가 C씨는 주위에 사람이 지나가는지 아닌지에 관심이 없었다. 그 개가 이전에 다른 사람을 문 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C씨의 무심함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C씨가 사고 발생 후 자기 개를 안락사시키지 않겠다고 한 것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온 물을 흐리듯, 이런 개념 없는 견주가 다른 선량한 반려인들의 입지를 어렵게 만든다. 농식품부가 올 3월 법을 개정해 반려동물이 사람을 다치게 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사망 땐 3년· 3000만원)에 처하도록 했지만, 실제 재판에서 견주가 구속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며, 벌금도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너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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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개가 위험한 건 아니다

자기 개가 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방조하는 것은 개를 이용한 상해라 볼 수 있으니, 경우에 따라서는 견주의 구속 같은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 아울러 민사재판에서도 견주가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배상금을 물리도록 재판부의 판결이 바뀌어야 한다.

몇 마리 개가 사람을 물었다고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채울 수는 없는 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몇 마리 개가 사람을 물었다고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채울 수는 없는 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예컨대 2014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한 소녀가 개에게 얼굴을 물렸을 때, 재판부는 견주에게 13만달러(약 1억4679만원)를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이런 판결이 자주 나온다면 견주가 다른 사람을 물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할 테고, 웬만큼 자신이 있지 않으면 개를 키울 엄두를 못 내지 않겠는가.

지금 불고 있는 지나친 개 혐오 분위기도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몇 마리의 개가 사람을 물었다고 해서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하자는 것은, 남성에 의한 성폭행 사건이 자주 발생하니 모든 남성에게 정조대를 채우자는 것처럼 황당한 이야기다. 이때다 싶어 평상시 가졌던 혐오를 발산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개와 인간이 더 잘 공존할 수 있을지 궁리해 보자. 어차피 이 지구는 인간만의 것은 아니니 말이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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