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폐기물관리법·동물보호법·축산법 개정안…‘야만국’ 오명 벗을 기회
폐기물관리법·동물보호법·축산법 개정안…‘야만국’ 오명 벗을 기회
지난해 9월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 식용 종식 트로이카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살아남기 위해 먹는 음식물쓰레기 개농장에서 뜬장은 기본이다. 철사로 엉성하게 짠 뜬장에서 개들은 발을 디딜 곳을 찾느라 신경이 곤두서지만, 대소변을 치울 필요가 없다는 편의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뜬장마다 개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데다 제대로 청소조차 하지 않으니, 개들이 처한 환경은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그 안에서 개가 죽으면 그 사체는 그대로 방치되기 일쑤다. 개들은 각종 피부병에 걸리고, 옴진드기를 비롯한 해충들이 모여든다. 먹는 거라도 잘 먹으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아니다.
축산법 개정안
줄지 않는 1만8000개 개농장 여기까지만 해도 ‘지옥’이란 말을 붙이기 충분하지만, 한 가지가 더 있다. 개농장주들 중에는 자신이 못난 것을 개에게 화풀이하는 이들이 있어서, 개 중 일부는 그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맞아 죽기도 한다. 돈도 벌고 스트레스도 풀고, 대체 이만한 직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러다 보니 개농장은 동물보호단체의 노력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트로이카 법안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뜻있는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음식물 쓰레기를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개 식용이 금지된 뒤 십년 정도만 지나도 개 식용은 과거 어려울 때 저질렀던 야만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개의 생명을 살리는 법안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임의도살금지법(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법령에 따르거나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개를 죽이지 말라는 내용이다. 현재 개의 위치는 좀 애매하다. 축산법에는 개가 가축에 포함돼 있지만, 동물 도축과 유통을 관리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개가 들어있지 않다. 따라서 개는 다른 가축과 달리 위생 기준에 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게 됐고, 도살장에서 잔인하게 도축되는 것도 가능했다. 표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만, 축산법 규정상 개가 식용 목적으로 도축되는 것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이 대표발의한 ‘축산법 일부 개정안’이 필요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법안은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개를 식용으로 사육하는 게 완전히 불가능해지고, 우리나라가 더는 이 문제로 야만국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 _______
‘여론’이 늘 옳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앞의 두 법안과 달리 농림수산식품부의 심사대상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데, 개고기 식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그들이 눈치를 보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이 나라에선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개고기 식용을 찬성하는 비율이 반대하는 비율보다 늘 높았다. 2018년 6월 리얼미터 조사만 봐도 찬성이 51.5%로 반대(39.7%)보다 월등히 많았다.
지금이야 개 식용을 금지하면 큰일 날 것처럼 여기는 이가 많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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