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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처참한 개농장 몰아낼 ‘트로이카 법안’ 통과를 촉구한다

등록 2019-04-04 10:08수정 2021-01-13 14:24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폐기물관리법·동물보호법·축산법 개정안…‘야만국’ 오명 벗을 기회
지난해 9월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 식용 종식 트로이카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해 9월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 식용 종식 트로이카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3월30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 개를 키우는 이들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소위 ‘트로이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트로이카 법안은 임의도살 금지법(동물보호법 개정안), 축산법 개정안,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일컫는데, 이 법안들이 필요한 이유는 전국에 산재한 개농장이 개에 관한 한 만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워낙 은밀한 곳에 있어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에는 대략 1만8000개의 개농장이 있다고 추정된다. 개농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번식을 위한 것(3천개)과 식용견을 위한 것(1만5000개)이 있다. 죽을 때까지 강아지만 낳다가 죽는 곳이 전자라면, 몸이 자랄수록 죽음에 가까워지는 곳이 후자다. 그래도 후자보다 전자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개 입장에서 둘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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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먹는 음식물쓰레기

개농장에서 뜬장은 기본이다. 철사로 엉성하게 짠 뜬장에서 개들은 발을 디딜 곳을 찾느라 신경이 곤두서지만, 대소변을 치울 필요가 없다는 편의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뜬장마다 개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데다 제대로 청소조차 하지 않으니, 개들이 처한 환경은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그 안에서 개가 죽으면 그 사체는 그대로 방치되기 일쑤다. 개들은 각종 피부병에 걸리고, 옴진드기를 비롯한 해충들이 모여든다. 먹는 거라도 잘 먹으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아니다.

축산법 개정안
축산법 개정안

한 마리가 제법 비싸게 팔리는 소에겐 좋은 사료를 줄 수 있지만, 개 한 마리의 가격은 소에게 미치지 못한다. 비싼 사료는 사치, 개농장 주인들의 선택은 사람들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였다. 한 번이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다른 동물이 먹을만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이익에 눈이 먼 개농장주들은 단호하다.

심지어 날이 더워져 그 음식들이 부패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개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 쓰레기를 먹고, 그러다 탈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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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 않는 1만8000개 개농장

여기까지만 해도 ‘지옥’이란 말을 붙이기 충분하지만, 한 가지가 더 있다. 개농장주들 중에는 자신이 못난 것을 개에게 화풀이하는 이들이 있어서, 개 중 일부는 그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맞아 죽기도 한다. 돈도 벌고 스트레스도 풀고, 대체 이만한 직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러다 보니 개농장은 동물보호단체의 노력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트로이카 법안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뜻있는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음식물 쓰레기를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개 식용이 금지된 뒤 십년 정도만 지나도 개 식용은 과거 어려울 때 저질렀던 야만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개 식용이 금지된 뒤 십년 정도만 지나도 개 식용은 과거 어려울 때 저질렀던 야만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현행 폐기물관리법도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로 줄 경우 가열과 멸균 등의 과정을 거치게 돼 있지만, 이 조항을 지키지 않는 개농장주가 너무도 많다. 제대로 법을 지킨다면 수익이 많이 감소하기 때문인데,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개농장은 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게 되고, 개농장을 하려는 사람들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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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생명을 살리는 법안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임의도살금지법(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법령에 따르거나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개를 죽이지 말라는 내용이다. 현재 개의 위치는 좀 애매하다. 축산법에는 개가 가축에 포함돼 있지만, 동물 도축과 유통을 관리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개가 들어있지 않다.

따라서 개는 다른 가축과 달리 위생 기준에 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게 됐고, 도살장에서 잔인하게 도축되는 것도 가능했다. 표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만, 축산법 규정상 개가 식용 목적으로 도축되는 것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이 대표발의한 ‘축산법 일부 개정안’이 필요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법안은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개를 식용으로 사육하는 게 완전히 불가능해지고, 우리나라가 더는 이 문제로 야만국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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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 늘 옳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앞의 두 법안과 달리 농림수산식품부의 심사대상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데, 개고기 식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그들이 눈치를 보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이 나라에선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개고기 식용을 찬성하는 비율이 반대하는 비율보다 늘 높았다. 2018년 6월 리얼미터 조사만 봐도 찬성이 51.5%로 반대(39.7%)보다 월등히 많았다.

지금이야 개 식용을 금지하면 큰일 날 것처럼 여기는 이가 많겠지만
지금이야 개 식용을 금지하면 큰일 날 것처럼 여기는 이가 많겠지만

하지만 국민 여론이 늘 옳은 것은 아니며, 때로는 새로운 법안이 국민의 의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성매매 방지법의 경우도 만들어질 당시 숱한 반대가 있었지만, 그 법이 통과된 덕분에 우리는 성매매가 범죄이며, 최소한 떳떳하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 않은가?

지금이야 개 식용을 금지하면 큰일 날 것처럼 여기는 이가 많겠지만, 개 식용이 금지된 뒤 십년 정도만 지나도 개 식용은 과거 어려울 때 저질렀던 야만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개농장 주인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뭘 먹고 살지 문제가 되겠지만, 그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전업할 기회를 주는 식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트로이카 3법은 통과는 대한민국을 문명국을 바꿔줄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열릴 광화문 집회가 트로이카 3법 통과의 동력이 되기를 기원한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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