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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펫 보험 의무 가입’이 불러올 변화들

등록 2019-03-18 10:21수정 2019-03-18 10:31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유 중 상당수는 치료비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펫 보험 의무화를 논의할 때가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유 중 상당수는 치료비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펫 보험 의무화를 논의할 때가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개 치료비가 사람보다 훨씬 비싸다.

개를 데리고 병원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이 명제에 다들 동의할 것이다. 개 치료비가 비싼 이유도 다들 알고 있다. 사람에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건강보험이 있지만, 개를 위한 의료보험-펫 보험-에 든 이는 거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에서 정해놓은 치료비가 매우 싼 나라다 보니, 개 치료비가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개가 무슨 의료보험이냐고 하겠지만 지금이 반려인구 1천만 시대임을 고려하면 이제는 개 보험에 드는 것을 논의할 때다. 개를 버리는 이유 중 상당수가 개가 아픈데 치료비가 없어서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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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보험 가입률 0.02%

문제는 턱없이 낮은 가입률이다. 현재 우리나라 반려동물의 펫 보험 가입률은 0.02%로 다른 나라에 비하면 미미하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고는 하지만 개에 대한 인식은 1천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개 학대가 상시로 일어나고, 개 식용에 찬성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게다가 반려견 견주 중에는 개에게 돈 쓰기를 꺼리는 이가 많다.

난 정부가 다음과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일정 기간의 유예를 두고 펫 보험 의무화, 즉 개를 위해 최소한 한 개의 펫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법안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 말에 격한 저항감이 들겠지만 다음 설명을 들으면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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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 부담이 줄면 생기는 일들

모든 개는 일생에 몇 번은 병원에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보험이 없다면 병원비는 비쌀 수밖에 없다. 개 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은 개한테 그렇게까지 돈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이니, 비싼 병원비를 감당할 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 결국 그는 나을 수 있는 병에 걸린 개를 내버려 둠으로써 죽음으로 이끌거나 장해를 갖고 여생을 살도록 한다. 좀 더 마음이 독한 이라면, 아픈 개를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릴 수도 있다.

골든리트리버가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유실·유기견 예방을 위해 내장형 마이크로칩 동물등록을 1만원에 가능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골든리트리버가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유실·유기견 예방을 위해 내장형 마이크로칩 동물등록을 1만원에 가능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개 한 마리를 입양하는 행위는 그 개의 삶을 전반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한 것인데 아프다고 내팽개친다면 그건 그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며, 다른 좋은 견주한테 갈 수도 있었던 그 개의 삶을 나락으로 이끈다.

그런데 그가 강제적으로라도 보험에 들었다면 치료비의 30% 정도만 내면 될 테니 병원에 데려갈 확률이 높다.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된 이유가 돈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 것이듯, 펫 보험 의무화는 개의 생명과 건강이 더욱 존중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여기서 ‘어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같은 얘기를 꺼내고 싶겠지만, 그러지 마시라.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사람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명제를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개 키우는 사람들이 개 보험료를 안 낸다고 해서 그 돈이 어려운 이에게 돌아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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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장벽’ 역할도 할 수 있다

펫 보험 의무화의 또 다른 장점은 이것이 개를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 건강보험료를 내기도 바쁜데 개를 위해서 따로 의료보험을 들라니 이럴 거면 안 키운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키우지 않는 게 본인에게는 물론 개를 위해서도 더 좋다.

다시 말해서 펫 보험 의무화의 시행은 자격 있는 사람만 개를 키우라는 국가의 요구다. 당장 하면 반발이 심하겠지만 10년쯤 뒤에 시행하면 상황이 조금 나을 것이고, 이미 개를 기르는 사람은 예외로 해주는 조치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 경우 대략 15년쯤 후에 입양되는 개들은 최소한 의료 면에서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지 않을까?

펫 보험이 지지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펫 보험의 혜택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기존 펫 보험들은 소형견에서 자주 발생했던 슬관절 탈구를 지원하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견주들 사이에선 ‘이럴 거면 적금을 붓는 게 낫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험에서 탈출구를 찾겠다는 보험사들이 최근 괜찮은 상품을 앞다투어 내놓기 시작했다. 모 보험사의 약관을 보면 ‘이 정도면 들지 않는 게 손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견주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요즘 펫 보험에 드는 분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펫 보험 의무화로 가입자가 늘어난다면 견주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커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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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40%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희망사항일 뿐인 것이, 우리보다 개의 권리를 더 중시하는 외국에서도 모든 반려동물이 다 가입하는 의무보험이 시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입률이 가장 높은 스웨덴도 40%에 불과하고, 영국이 20%, 독일이 15%, 일본이 8%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입률인 0.02%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높은 수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펫 보험 의무화가 갈 길이 먼, 꿈같은 얘기임을 말해준다.

게다가 펫 보험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 대부분의 보험이 국가에 등록된 동물만 보험가입을 받는 반면 상당수의 견주는 개에게 칩을 심는 것에 저항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개의 등록 여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개들 외모가 다 거기서 거기라, 두마리 이상을 키우는 견주가 한 마리만 가입시킨 뒤 ‘이 개가 그 개다’라고 우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옆집 개가 가입한 보험을 쓰려는 견주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제각각인 것도 펫 보험의 정착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다. 개는 기르고 싶은데 돈은 쓰기 싫어하는 견주들이 주를 이루는 한, 펫 보험 의무화는 한낱 꿈에 불과할 것이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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