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흑곰의 꼬리와 명품가방
연애 시절 아내가 문득 던진 말
“꼬리 있으면 좋을 거 같지 않아?”
반가울 때 자동으로 흔드는 꼬리
애정 식으면 감출 수 없겠네
개에게는 꼬리가 중요하다
감정 표현 물론 몸의 균형 잡고
꼬리 흔들어 냄새 퍼뜨리기도
웰시코기 꼬리 자르면 예쁘다고?
관습적인 ‘단미 수술’ 이제 그만
연애 시절 아내가 문득 던진 말
“꼬리 있으면 좋을 거 같지 않아?”
반가울 때 자동으로 흔드는 꼬리
애정 식으면 감출 수 없겠네
개에게는 꼬리가 중요하다
감정 표현 물론 몸의 균형 잡고
꼬리 흔들어 냄새 퍼뜨리기도
웰시코기 꼬리 자르면 예쁘다고?
관습적인 ‘단미 수술’ 이제 그만
감정을 표현하고 균형을 잡는 등 꼬리는 개에게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서민네 집 반려견 ‘팬더’가 꼬리로 균형을 잡고 달리고 있다. 서민 제공
꼬리 흔들더니 꽉 물던 셰퍼드 아내가 사람에게도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이유는 사람은 곧잘 속내를 감추기 때문이란다. 아내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정말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좋아하는 척하며 다정하게 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사람에게 꼬리가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연애 초기엔 마구 흔들던 꼬리가 시간에 감에 따라 흔드는 둥 마는 둥 되면 ‘아, 권태기가 왔구나’를 금방 알 수 있다. 또한 자기 아내가 옆에 있는데 주위에 있는 다른 여성을 봤을 때 남자의 꼬리가 흔들린다면 그 남자의 음흉한 본심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여기엔 전제가 있다. 첫째, 꼬리 흔들기가 오직 반가울 때만 일어나며, 둘째, 개가 꼬리를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둘 다 아니다. 일단 개가 꼬리를 흔든다고 다 반가움의 표시는 아니다. 우리 집 개들이야 내가 반가워 흔드는 게 맞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분노나 성가심을 표현할 때도 꼬리를 흔들 수 있단다. 하기야, 중2 때 선생님 댁에서 만났던 셰퍼드도 내가 다가갈 때까지 꼬리를 흔들었다. 그것 때문에 날 좋아한다 착각해서 다가갔더니, 웬걸, 바로 머리를 물어버렸다. 지금 생각하니 그 녀석의 꼬리 흔들기는 분노의 표현이었다. ‘눈 작은 놈, 오지 마! 저리 가라고!’ 그러니 개의 기분을 파악할 땐 꼬리만 보지 말고 다른 조짐들, 얼굴 표정, 눈, 근육의 경직 여부 등을 참조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꼬리 흔들기가 의도적이 아니라는 두 번째 전제도 틀렸다. 꼬리는 척추뼈의 연장이고, 당연히 신경도 뻗어 있다. 뇌의 조종에 따라 얼마든지 꼬리를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니 사람에게 꼬리가 있다 해도 얼마든지 반가움을 가장할 수 있다.
오리(왼쪽)와 황곰이 싸우고 있다. 황곰은 싸울 때 꼬리를 든다. 서민 제공
단미수술 해야 예쁘다고? 그런 내가 보기에 개 꼬리를 자르는, 소위 단미수술이 성행한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일부 개 주인들은 개가 어렸을 때 꼬리를 끈으로 묶어서 저절로 떨어지게 만들거나 가위로 자르는 수술을 감행한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단미수술을 하는 대표적인 종이 바로 웰시코기인데, 일설에 의하면 웰시코기는 과거 소몰이개였다고 한다. 즉 소의 발에 꼬리가 밟히는 일이 없도록 단미수술을 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곧잘 무서운 개로 등장하는 도베르만은 경비견 역할을 주로 했는데, 꼬리를 치면서 위협을 하면 침입자가 오해할 수 있으니 꼬리를 잘랐다. 이 설이 다 진짜라 해도, 이런 건 다 과거의 일이다. 웰시코기는 더는 소를 몰지 않으며, 요즘엔 도베르만 대신 세콤 같은 경비업체가 경비를 맡는다. 그런데도 단미수술이 계속되는 이유는 꼬리가 없어야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서다. 웰시코기, 푸들, 미니핀, 도베르만 중에 꼬리가 없는 개들이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혹자는 건강상의 이유라고 하지만, 꼬리가 없어야 건강하다는 건 증명된 바는 없다. 물론 단미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취향’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꼬리는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아무리 어릴 때라 해도 꼬리가 잘려나가는 건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단지 견주의 취향이 그렇다고 해서 꼬리를 잘리는 건 개에겐 슬픈 일이다.
흑곰의 꼬리는 말려있다. 서민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