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에게 주어지는 짬밥은 돈을 받고 가져온 음식물쓰레기다. 여름엔 거품이 생기면서 부패하는 밥을 개들은 먹는다. 충남 예산의 한 개농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농구계의 전설적 스타 허재는 연관 검색으로 ‘뱀’이 나올만큼 뱀을 많이 먹었다. 뱀이 몸에 좋다는 믿음 때문이다. 최근 좋은 활약을 펼치는 메이저리거 추신수도 보신을 위해 뱀을 먹은 적이 있단다. 하지만 요즘에는 뱀을 먹는 게 쉽지 않다. 정부에서 ‘야생생물 보호법’을 통해 뱀 포획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반발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게 당연한 것이, 뱀을 먹는 사람 자체가 워낙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기 삶과 관계가 없는 일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개고기 문제만 나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개고기를 반대한다는 내 글에 댓글을 단 분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개고기 안 먹어. 하지만 다른 사람이 개고기를 먹을 자유를 침해해선 안 돼.”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자신은 이 일로 피해 보는 일도 없는데, 왜 그토록 격한 어조로 개고기 반대론자들을 공격하는 것일까? 개고기 찬성론자들이 타인의 자유를 유독 존중하는 분들일 수도 있지만, 이런 분들이 뱀 먹을 권리와 오늘의 박지성을 만든 개구리 먹을 권리에 대해선 왜 그리 쉽게 포기했으며, 그토록 남을 배려하는 분들이 개식용으로 인해 마음 아파하고 또 국제적으로 쪽팔려 죽겠다는 개고기 반대론자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있는 건 이해가 안 간다. 그분들을 위해 개고기를 왜 금지해야 하는지 다시금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첫째, 개고기 식용은 우리나라 개 문제의 온상이라 할 개농장을 존속하게 만든다.
개농장은 ‘개공장’이라고도 하며, 말 그대로 암컷 개들을 데려다가 마구 찍어대는 곳이다. 거기서 나온 개들의 일부는 펫숍에서 팔리지만, 아프고 병든 개들 그리고 안 팔린 개들은 다 개고기가 된다. 그러니까 개고기집은 개농장의 하수처리장인 셈인데, 개농장의 주인들은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개들을 학대한다. 개들이 발을 디딜 수도 없게 뜬장(배설물을 아래로 떨어지게 하기 위해 철망으로 엮어놓은 철제 박스)에서 키우고, 다 썩은 음식물찌꺼기에 항생제를 잔뜩 타서 개한테 준다. 개농장 주인의 말을 들어보자. “개 키우는 건 다른 짐승과 달리 돈이 안 들어가. 야들 먹는 짬밥이 말이여, 내가 되레 돈 받고 가져오는 거여. 구청에서 음식물쓰레기 수거해 갈 때 백만원 이백만원씩 받아가. 근디 우리는 오십만원만 받고 수거해 준다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185쪽) 더운 날에는 그 짬밥이 썩어 거품이 나지만, 개들은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그 쓰레기를 먹는다. 일부에선 개고기를 합법화해서 깨끗한 환경에서 키우게 하고, 도축도 제대로 한다면 좋지 않겠느냐고 한다. 하지만 이게 불가능한 것이, 그렇게 하면 개농장이 도저히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를 팔면 사료값을 뽑고도 남지만, 개값은 소값에 비해 너무 싸니까.
지난해 8월 동물자유연대와 건국대 수의대 3R동물복지연구소가 개고기 항생제 잔류량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93개의 개고기 샘플중 65.6%에서 항생제가 검출됐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둘째, 그 개가 무슨 병을 전파할지 모른다.
파푸아뉴기니 원주민들에겐 사람이 죽으면 그 뇌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 일부가 몸을 떨며 웃다가 죽었고, 죽은 이들의 뇌에는 스폰지처럼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들은 이 병을 ‘쿠루’(kuru)라고 불렀는데, 이는 ‘웃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쿠루의 원인은 사람의 장기를 사람이 먹는 데서 비롯됐다. 눈치 빠른 분이라면 여기서 광우병을 떠올릴 것이다. 소의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광우병은 ‘쿠루’의 사촌쯤 되며,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준 게 원인이다. 양의 광우병이라 할 ‘스크래피’ 역시 양에게 양의 사체를 사료로 만들어 먹인 결과였다. 개농장에서 사육되는 개들의 일부는 개 내장을 비롯한 장기를 먹는단다. 같은 종에 속하는 동물을 먹어서 생기는 게 광우병이라면, 대한민국은 개 광우병을 탄생시킬 가장 유력한 후보지다. 그리고 개 광우병은 개고기를 먹는 이들에게 퍼져나가 한국의 위상을 높이리라.
셋째, 먹는 개는 따로 있는가?
개고기를 옹호하는 이들은 말한다. “나도 개 사랑해. 하지만 기르는 개와 먹는 개는 다른 거야.” 절대 그렇지 않다. 위에서 소개했던 개농장 주인을 다시 불러보자. “발바리들을 갖다놓은 이유는 쪼깨만한 것들이 맛있다고 고것만 찾는 사람들이 있어. 각자 입맛이 다르잖아. 다리 밑에서 서너 명씩 둘러앉아 먹기에 딱 좋잖여.” (같은 책 185쪽) 하지만 ‘근수=가격’으로 치는 개고기 시장에서 발바리 같은 작은 개를 키우는 것은 사치다. 그들은 모자라는 소형견들을 외부에서 충당하며, 개 주인이 옆에 있는데도 개를 훔쳐가는 소위 ‘강아지 퍽치기’가 일어나는 건 이 때문이다. 대형견이라고 해서 여기서 자유롭지 않아, 시베리안허스키나 진돗개 같은 개들을 훔쳐다 보신탕집에 파는 일도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개고기가 있는 한 주인이 있는 반려견들도 안전하지 못하단 얘기다.
개고기 왜 금지해야 하나
① 개농장은 보건·환경 문제의 온상
② ‘개 광우병’ 생기면 어쩌려고?
③ ‘강아지 퍽치기’ 돼서 보신탕집 간다
충남 예산의 한 개농장에 놓여있던 개의 목줄. 김성광 기자
사회의 관습은 그 시대를 반영하므로, 사회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먹을 게 없던 과거엔 집에서 키우는 개라도 먹어야 힘을 내서 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또한 반려동물로 개를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개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개가 소·닭·돼지와는 다르다고 믿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법이란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로 만들어지는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개고기가 법으로 금지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게 시대의 요구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는다면, 그날을 좀 앞당기는 게 좋지 않을까? 개만 특별한 지위를 갖는 게 불편하다면, 소·닭·돼지를 가정에서 키우시라. 그런 분들이 많아진다면 소·닭·돼지 안 먹기 운동도 충분히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단국대 교수(기생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