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개 공원을 허하라
서민네 개 가족의 넷째 ‘황곰’이 개 공원에 서 있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황곰도 여기서는 즐겁다.
소변 냄새 맡으니 흐뭇한 우리 개 일단 견주들에게 개 공원은 꿈같은 장소다. 사람을 만날까 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도 좋지만, 개들이 목줄에서 벗어나 마음껏 뛰놀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개에게 자유를 선사해준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한 시간 걸려 온 보람이 있어요.”(어느 이용자의 후기) 자기 개가 다른 개들을 만나 어울리는 과정에서 사회성도 기를 수 있고, 다른 개들이 싸질러 놓은 소변 냄새를 맡으면서 흐뭇해하기도 한다. 내가 사는 천안에는 얼마 전 개 공원이 생겨 가끔 가는데, 벤치에 편안히 앉아서 개들이 노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그러다 보니 견주들의 정기모임도 종종 열린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할 분들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휴식할 공간도 부족한데, 개 공원을 만들어? 돈이 썩었냐?” 천안에 개 공원이 생길 때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런 취지였으리라. 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개 공원이 오히려 개를 싫어하는 분들에게 이익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개는 예측이 안 되는 동물이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얘기는 ‘지금까지 안 물었다’는 얘기일 뿐, 앞으로도 안 문다는 보장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개 공원이 생긴다면 안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둘째, 불필요한 충돌을 피할 수 있다. 다음 기사를 보자.
푸들을 키우는 A씨는 “반려견 목줄을 채우고 공원 산책을 나갔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다짜고짜 ‘견충’이라고 욕하며 강아지를 발로 찼다”며 “이후 산책을 못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포메라니안 견주 B씨는 “반려견과 산책하는데 마주 보며 오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개를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자 우리 개도 놀라서 짖기 시작했다”며 “한참을 소리 지르던 아주머니가 나에게 제정신이냐며 개를 왜 데리고 나오냐고 면박을 줘 당황했다”고 말했다.(<머니투데이> 2017년 7월16일 ‘견충 조롱에 폭행까지…개가 싫은 사람들 도그포비아’)기사에 나온 할아버지나 아주머니도 사람을 봐 가면서 저런 행동을 하셨겠지만, 타인에게 싫은 소리를 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고, 혹시 A씨나 B씨가 강력히 반발했다면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행여 혈압이 올라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이 얼마나 비극인가? 이밖에도 개 공원이 있으면 사람 다니는 곳에 개 출입을 막아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고, 공원에서 개똥을 발견해 비위 상할 필요가 없다는 점 등 장점이 한둘이 아니다. _________
이런 놀이터가 동네마다 있다면 이쯤 되면 윈윈이라 해도 무방한데, 그래서 미국과 유럽 등 개 키우는 게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은 나라에선 개 공원이 흔하다. 뉴욕만 해도 137개가 있고, 2400만의 개가 우글거리는 일본에는 전국에 740개가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도 개 공원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개 공원은 도그파크(dog park) 혹은 도그런(dog run)과는 다르다. 이들은 개인이 운영하며, 시설은 좋지만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데다 입장료도 있다. 마음먹고 가기엔 부담이 따른다는 얘기다.
공원 한 구석만 울타리 두르면 어렵지 않다
개물림 사고 예방하고, 이웃간 다툼도 막고
견주들은 눈치 안 봐 좋고, 개들은 맘껏 뛰어놀아 좋고
이만한 ‘꿈같은 장소’ 어디 있나
‘킁킁’ 냄새를 맡은 서민네 개 가족 식구들.
위부터 미니미, 오리, 팬더, 흑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