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월동지인 강원도 철원 들녘에 내려앉아 단순하고 소박한 삶 이어가는 천연기념물 두루미 천적이나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으면 두루미의 아침은 평화롭게 느리다. 물이 얼지 않은 여울에서 한 발로 선 두루미는 머리를 등 뒤로 접어서 날개 사이에 묻고 잠을 잔다. 하얀 상고대가 핀 아침엔 먼저 밤새 꽁꽁 언 몸을 녹여야 한다. 천천히 걷고 접었던 깃털을 고르고 날개를 펴본다. 부리를 치켜들며 기 싸움을 벌이듯 ‘뚜루루 뚜루’ 큰 소리를 낸다. 밤새 기온이 많이 떨어지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면 먹이터가 먼 곳에 있어도 게으름을 피우기도 한다.먹이터는 정해져 있다. 먹이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겨우내 그곳에 머문다. 들녘에서 낙곡을 줍고 한탄천에서 목을축인다. 두루미의 하루는 대부분 먹이를 먹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가족끼리 혹은 작은 무리를 지어 먹다가 해가 질 무렵엔 함께 잠자리로 모여든다.두루미는 단순하고 소박하게 겨울을 나고 번식지로 돌아간다. 평화로운 철원 들녘 두루미의 설 인사다. 철원=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새해 첫눈이 내린 지난 1월6일 새벽 강원도 철원의 평야가 동지섣달 보름달과 눈으로 대낮처럼 환하다. 비로 시작해 자정이 지나 바뀐 눈으로 강 건너엔 눈꽃이 피고, 두루미가 낟알을 줍던 들녘은 온통 하얗다. 새벽잠에 취해 있을 시간이지만 일찍 잠에서 깬 기러기는 눈 속에서 바쁘게 먹이를 찾아 날아간다. 날이 저문 뒤에야 움직이길 좋아하는 삵과 고라니도 대낮부터 논으로 나와 어슬렁거리고, 한탄강물에 목을 축인 뒤 강변 숲으로 뛰어든다. 설국 정취가 가득하지만 야생동물에게는 겨울바람이 차고 먹이 찾기가 고단하다. 눈꽃은 짧은 겨울 해에 금방 녹아내렸지만, 자연속 야생은 혹독하게 겨울을 버티고 있다.철원=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사진에 담은 무겁고 불편한, 그럼에도 잊지 않아야 할 기록…53명 사진쟁이가 찍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진’ 가운데 골라 담은 몇몇 장면들사진·글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진 https://www.facebook.com/sewolsazine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경기도 안산 단원고와 합동분향소에서, 주인 잃은 공부방에서, 국회의사당에서, 청와대 앞에서, 서울 시청광장과 광화문광장에서, 숱한 거리의 ‘현장’에서 세월호를 사진기에 담았던 사진쟁이들이 각자의 사진을 모았다. 이 참사의 기록이 우리 사회의 공적 자산이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한 53명의 사진쟁이들이 1천여 장의 사진을 모은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진 https://www.facebook.com/sewolsazine’을 통해 업로드 중이며, 누구나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사진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묻고, 책임을 규명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공익적인 일에 널리 쓰이길 바란다.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워 벌어진 참사 앞에서, 카피라이트(Copyright) 대신 카피왓(CopyWhat?)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