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부부가 요즘 사느라 고군분투다. 심각한 전세 난때문에, 겨우 구한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 전 집보다, 평수가 더 적어서, 물건들을 많이 정리하고 버려야 했다. 그럭저럭 집이 정리가 되고, 새 생활이 시작되는 첫 월요일이다. 딸 아이가 출근하는 아빠에게 말했다. ‘ 아빠, 내 강아지 인형이 없어졌단 말이 에요!.” 자기 방이 더 작아진 것도 불만스러운 데다가, 평소에 아끼던 강아지 인형이 사라진 것을 깨달은 아이는 몹시 속상했다. 이사하는 일에 정신이 없던 부모가 물건을 정리하면서, 얼떨결에 버린 것이다.
그 인형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마음이 외롭고 허전할 때, 엄마 대신 끌어안고, 이야기를 나누면, 위로가 되던 애정의 대상이다. 새 집은 할머니집에서도 멀고, 코로나로 학교가는 일도 들쑥날쑥 불규칙하고, 모든 게 적응하기 어려워 불안한 마음이다. 이런 아이는 아빠에게 투정을 부리며 마음을 위로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빠는 화를 내며, ‘그러니까 네가 인형을 잘 관리했어야 지!. 나보고 어쩌라고! ? 소리를 버럭 지르며, 출근해 버렸다.
서럽게 우는 아이를 보는 엄마가 아이를 달래기 시작한다. ‘ 우리 딸 속상하고 화났지?!, ‘ 그런데 아빠는 야단만 치고, 화를 내서, 더 서러웠겠다. 네 방도 작아지고, 학교도 더 멀고, 에구, !!. 엄마의 따뜻한 공감으로 위로 받은 아이는 얼굴이 환해 지며, 먹기 싫다던 밥을 더 먹겠다고 한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잠시 휴직 중인 아내는 고생하는 남편의 마음도 헤아려 져서 전화를 한다. ‘ 오늘 피곤하죠!, 당신 이번에 이사한다고 신경도 많이 쓰고,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힘들었는데, 00이가 당신에게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처럼 들렸지!. 아내의 이해와 위로에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남편의 목소리가 편안하다. ‘ 그러게 내가 짜증을 내서 00 에게 미안하네!, 저녁에 치킨 사간다고 해!.
저녁에 딸이 좋아하는 치킨을 사가지고 귀가한 아빠가, 딸에게 사과한다. ‘아빠가 아침에 화내서 미안해, 물건 버리기 전에, 00에게 중요한 물건들 챙기라고 미리 말해주었어야 했는데! 딸도 아빠도 속상하고 힘들었던 마음이 풀린다.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함께하는 저녁이 서로에게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 된다.
익숙했던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 사람은 심리적 안정이 깨지면서 불안하고 예민해진다. 그럴 때 일수록 서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불안하고 예민한 상태에서는 경청과 공감이 매우 어렵다. 자기 입장에서 듣고, 상대를 예단하거나, 자기 생각의 틀로 상대를 판단하고 비난하기 쉽다. 그렇게 될수록 서로의 마음은 좌절되고 화가 나며, 현실의 고통에 심리적 고통까지 더해져서, 고통이 가중된다.
코로나 상황이 길게 지속되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경제적 어려움, 익숙했던 일상의 리듬을 잃은 낯선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에서, 소통하고 따뜻한 공감을 주고 받을 때다.
자기 심리학자 하인츠 코헛은 ‘ 공감은 정신의 산소’ 라고 했다. 육체도 산소가 없으면 호흡이 곤란하 듯이, 사람의 마음은 공감이란 산소를 필요로 한다. 서로의 마음에 귀기울여 들여주고, 그 마음에 공감을 해주면, 마음이 통한다. 이는 마음의 호흡과 같은 것이다. 마음이 호흡을 하지 못하면 연결감을 느끼지 못해서, 불안이 높아지고 심리적 안정감을 잃는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단절감과 불안,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럴 때 일수록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서,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주고 받으며 연대감을 느끼는 일이 필요하다. 사람 사이의 따뜻한 연대감은 삶의 힘겨움과 추위를 견디는 데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신선미(가톨릭 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