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고 표현했다. 불완전한 인간이 어찌 한 점 부끄럼 없이 살 수 있겠는가?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기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잘 못을 저지르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그런 삶을 지향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 삶을 지향하며 살기 위해서는 시인처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자아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자아의 능력은 학력과도 무관하며, 사회적 성공과도 무관하다. 우리 사회에 최고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 재력가, 권력가들 중에 심각한 거짓자기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이들은 거짓말을 일삼고 부와 권력의 유지, 사회적 지위 상승 등 개인의 욕망을 위해 부도덕한 행동을 하고, 진실을 감춘다. 부끄러움을 모르며, 성찰하고 반성하는 자아의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심리학에서는 부끄럼 없이 떳떳하고 진실함을 추구하는 자기를 ‘참자기’ 라고 한다. 진실하다는 것은 ‘~ 척하는 가식이나 위장이 없고, 조작이 없는 일치성과 순순한 특성을 뜻한다. 그래서 진실한 사람들은 ‘없어도 있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 부정한 행동을 했으면서 안 한 척’ 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고 언행이 자연스럽다.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신뢰하는 사람들이다. 반성할 줄 알고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안다.
‘참자기는 인간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지만 완성된 형태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일생 발달시켜가야 한다. 식물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나고 꽃을 피우려면 적당한 흙과 수분, 햇빛과 공기 등이 필요하듯이 참자기가 발달하는 데에도 적절한 환경과 양분이 필요하다. 아동정신분석학자 위니캇은 ‘ 참자기가 발달할 수 있으려면 ‘충분히 좋은 모성’ 의 제공이 필요하다’ 고 했다. 충분히 좋은 모성의 특징은 돌봄과 수용, 공감과 존중이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이해하고 존중해 주면 그 아이 안에 내재된 참된 자기가 발달한다는 것이다.
대학 초년의 한 학생이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 성적을 받아보니 몇 과목 과락을 했다. 자기에게 기대가 높은 부모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급기야는 성적표를 조작해서 보냈다. 부모는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이 학생이 어린 시절에 학교를 다녀오면, 숙제, 예습 복습 등을 철저히 하도록 교육을 시켰다. 그런데 아이는 부모와 다른 기질과 성품을 지녔다. 공부보다는 친구를 좋아하고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해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부모는 심하게 비난했고 폭력을 행사했다. 서서히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전략이 생겼다. 숙제를 안 했으면서도 했다고 했으며, 친구하고 놀다 와서는 공부하다 늦었다고 했다. 아이의 인격안에 거짓이 시작된 것이다. ‘거짓 자기’는 심리적 생존을 위한 방어인격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부모와 관계 맺고,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는 심리적 보호기제다.
다행이도 이 학생의 부모는 자녀의 상태를 뒤늦게 깨닫고 몹시 마음 아파했다. 부모에게 진실을 말하고 받아들여지면서 학생의 마음은 더없이 밝고 자유로워졌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다시 시작할 의욕도 생겼다. 어깨를 펴고 하늘을 바라보며 당당해졌다. 진실한 마음이 상처 난 거짓 인격을 치유한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치료는 그 사람 안에 감추어진 참자기를 회복하는 일이며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참된 본성, 진실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상의 빛이다. 내면의 빛으로 사회를 밝고 정의롭고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진실한 사람들이 번듯한 내 집하나 없어 고생을 해도, 돈이 없어 호위 호식하지 못해도 서로 돕고 연대하며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바로 세상을 선하게 만드는 빛나는 사람들임을 믿으면서 말이다.
신선미/가톨릭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