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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순례기

춘천 예수촌교회

등록 2005-11-17 16:11

세상은 하늘나라의 그림자라는데,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데, 그리스도의 몸이 정작 이런 모습일까.   춘천 예수촌교회는 평소 이런 의문을 가진 예닐곱명이 1993년 모인 게 그 시초다. 이들은 ‘정말 하나님이 원하는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 찾기 위해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100여 권을 독회 하던 중 그들은 그토록 갈망하던 교회를 찾았다. 재세례파교회였다. ‘재세례파’란 유아세례처럼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된 뒤 자발적으로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400년 전 종교개혁 때부터 당시 부패했던 가톨릭도, 정치와 영합하던 개신교도 따르지 않고 그리스도의 초기 교회를 회복하기 위해 주로 공동체 생활을 했다. 국내 언론엔 <한겨레>가 처음 소개한 영국의 브루더호프공동체와 미주 지역에서 자동차와 전기 없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아미슈공동체 등이 재세례파들이다.   국내 첫 자생적 재세례파교회 도시락 점심과 고민 함께 나누며… ‘교회와 삶’ 일치 공동체 추구  춘천시 후평공단과 한림대 부근 한 건물 3~4층에 있는 예수촌교회를 들어서니 의자가 없는 마룻바닥과 통나무 3개를 엮어놓은 강대상이 수도원 같은 분위기를 전한다. 국내 최초로 설립된 자생적 재세례파교회다.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   강대상 옆에 펜글씨로 헐렁하게 쓰인 표어가 평안하다. 나눔이야말로 예수촌의 시작이자 끝이다. 주일날 예배가 끝나면 이들은 점심을 나눈다. 모두가 한가지씩 반찬을 가져와 펼쳐놓는다. 가끔은 김치만 다섯 접시가 놓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럴듯한 뷔페식이 된다.   교회 위층에 올라가니 처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방과 후 공부방’ 간사들이다. 가정집처럼 거실과 방 3개인 이곳은 교회 인근 아이들에게 방과 후 공부방이자 놀이터이고, 교회 아이들을 위해 섬기기학교와 솔로몬학교가 열리기도 한다.   재세례파가 원래 그렇듯이 이들은 ‘교회 따로, 삶 따로’가 아닌 일치의 공동체를 추구한다. 다른 교회에선 구역예배라고 부르는 고을예배가 이들에겐 교회와 삶의 가교다. 5~6가정이 모이는 수요가정모임에서 이들은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일생을 몇 번에 걸쳐 송두리째 쏟아내기도 하고, 서로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상처는 꺼내놓으면 신기하게도 사라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예수촌에선 비밀이 없다.   그래서 교인들이 가슴을 터놓고 가정의 고민을 서로 나누는 사이 늘 교육문제가 가장 고민이고, ‘아이들이 자기만 아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는 부모들이 많았다. 섬기기학교는 그래서 만들어졌고, 아이들은 달라져 갔다. 목사도 없고, 돈을 받고 일하는 월급쟁이가 이 교회엔 없다. 모두가 누리는 자이자 봉사자이다. 각자는 재능과 열정과 기쁨을 하나씩만 꺼내도 교회엔 주일날 점심처럼 푸짐한 성찬이 펼쳐지곤 한다. 그래서 예수촌은 늘 풍성하다.  춘천/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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