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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순례기

티베트의 사원

등록 2005-10-31 11:10

‘달라이라마 고향’ 티베트 불교를 찾다 최대사찰 ‘드레풍사원’ 불자들 장사진  세계적인 비폭력 평화운동의 지도자이자 한국 불자들이 방한을 고대하는 달라이 라마의 고향, 세계적인 불교 붐의 진원지인 티베트. 신비한 명상의 나라로 알려진 티베트 불교의 현주소를 살펴보려 티베트를 찾았다.

지난 23일 중국 시안에서 비행기로 청두를 거쳐 ‘신의 땅’이라는 이름의 라싸에 도착했다. 40만의 인구가 사는 해발 3700미터의 도시다. 급작스런 고도 변화에 벌써 호흡이 가빠왔다. 그러나 더욱 숨가쁜 것은 2차선 도로에서 마술쇼를 하듯 앞지르며 달리는 차들 때문이었다. 변화의 속도가 느껴졌다. 

라싸 시내가 가까워오자 티베트의 유일한 4차로 길이 뻗어 있었다. 1951년 중국 공산군이 3만 명의 병력으로 진군한 ‘해방로’다. 중국 공산당은 진격 뒤 티베트인 120만 명을 학살하고, 6000여개의 불교 사원을 파괴했다. 

제2도시 타시룽포사원도 인산인해화려했던 옛영화 되찾은듯라싸시내 조캉사원도 북적하지만 거의 관람객… 자본주의 물결 밀려드는데고승들 대부분 망명·사망승려 한세대가 단절‘티베트의 힘’을 잃어버렸다

라싸 시내로 접어들자 현대식 건물과 광고판들이 화려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라싸의 상징은 17세기에 지어진 포탈라궁이다. 여전히 웅장한 외관이었다. 그러나 1959년 북인도 히말라야 다람살라로 망명한 14대 달라이 라마의 집무실과 침실엔 주인 잃은 승복만이 지키고 있었다. 이곳엔 단 한명의 승려도 없었다. 박물관이 된 셈이다. 정교일치 국가였던 티베트에서 포탈라궁이 정치의 중심이었다면 인근의 조캉사원은 신앙의 중심지다. 신심 깊은 불자들이 사원 둘레를 돌며 오체투지를 하던 곳이다. 그러나 사원 앞에 30여 명이 오체투지를 하고는 있었지만 인파의 대다수는 관람객이었다. 조캉사원의 승려 70여 명은 관람객을 뒤치다꺼리하기에도 분주한 모습이었다. 

1980년대 도입된 중국 자본주의의 거센 물결은 라싸 시내뿐 아니라 전통 사찰을 이미 점령한 듯했다. 

티베트 최대 사찰인 드레풍사원은 티베트 불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5대 달라이 라마가 포탈라궁을 짓기 전까지 2~5대 달라이 라마의 거처이기도 했던 사원이자 전통강원이 있는 곳이다. 불자들이 피운 버터향이 타오르는 수많은 법당엔 신자들이 보시한 지폐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라싸 동북방으로 10㎞ 떨어진 세라승원은 과거에 8천여 명의 승려가 살던 곳이자 대표적인 강원이 있는 곳이다. 이곳 대법당 앞엔 500여명의 불자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 자신의 소원을 기원해주는 의식을 스님으로부터 받기 위해서였다. 라싸에서 250㎞ 떨어진 티베트 제2의 도시로 인구 6만 명인 시가체의 대표적인 사찰인 타시룽포사원도 불자들로 인산인해였다. 

티베트는 한반도의 6배 크기에 인구 260만 명의 대부분이 산간오지에서 아직도 문명의 혜택과 거리가 멀게 살고 있다. 그렇기에 거리의 자동차족과 사찰들만으로 티베트를 재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외래종교의 선교활동을 금지한 대신 토착종교의 자유를 허용한 이래 티베트의 각 사찰은 옛 영화를 되찾은 듯이 보인다. 

내실은 어떨까.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대부분의 고승들은 인도로 망명하거나 죽임을 당했다. 승려의 한 세대가 단절된 것이다. 티베트 불교의 상품화를 꾀하는 중국 정부의 의도에 따라 외양은 화려한 전성시대를 되찾고 있었다. 그러나 급속도로 자본주의의 경쟁과 탐욕에 물드는 티베트인들의 정신을 지킬 만한 힘을 잃어버렸다. 

티베트 사찰들에선 석가모니보다 총카파(1357~1419) 대사가 더 중앙에 모셔져 있는 곳이 많았다. 29살에 교학을 집대성한 총카파는 타락해가는 티베트 불교를 개혁하기 위해 철저히 계율을 지키는 게룩파를 창시했다. 

티베트 불교 4개 종파 가운데 티베트 불자의 90%가 속한 종파이며 달라이 라마가 수장이다. 총카파는 제1대 달라이 라마와 제1대 판첸 라마의 스승이기도 하다. 

티베트의 수호신은 천수천안관음보살. 달라이 라마는 살아 있는 관음보살로 믿는다. 티베트는 지금 천개의 손과 눈으로 어려운 이를 보살피는 관음보살과 탐욕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의 결전의 장이 된 듯하다. 포탈라궁의 총카파상이 ‘변화하는’ 라싸 시내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비관만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지구인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약소해진 티베트는 애초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송챈 캄포(618~649)왕은 인도 북부와 중국 국경까지 영향력을 확대했고, 트리송 대첸(755~797)왕은 당시 세계 최강 당나라의 수도 장안까지 점령했다.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소정방과 설인귀의 대부대를 섬멸할 정도로 대담무쌍한 이들이 티베트인들이었다. 

트리송 대첸 때 불교가 국교화한 이래 티베트인들은 점차 야만성을 벗고 신심 깊고 세상에서 가장 비폭력적이고 평화로운 이들로 변해갔다. 그러다가 티베트는 원나라에 점령당했고, 근대엔 중국에 나라를 잃었다. 그러나 나라를 잃고 떠돌게 된 13만 명의 망명객이 티베트 불교를 전세계에 전하면서 은둔의 티베트 불교는 오히려 세계인의 정신적 지주로 등장했다. 

강과 약, 선과 악, 바다와 육지. 무엇이 영원하며, 진실일까. 2천만년 전 히말라야가 융기하기 전까지 바다였던 티베트의 산과 호수들이 희망과 절망조차 덧없다는 듯 하늘과 구름 속에서 노닐고 있었다. 티베트/글·사진 조현 기자 cho@hani.co.kr (한겨레신문 2003년 8월 29일자)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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