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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순례기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등록 2005-10-31 10:49

‘플럼빌리지’ 수련회 풍경눕거나 다리펴고 법문 듣기도낮시간 노닥거리든 잠자든…자유  수백 년 된 보리수와 곳곳에 그늘을 드리우는 대나무숲. 스님들과 함께 탁구를 하거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해먹에 누워 늘어지게 잠을 자는 수련생들. 엄격한 시간과 규율에 의해 조금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한국의 수련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이상’할 정도다. 

이곳도 아침 6시에 일어나 법당에서 함께 30분 좌선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오전 8시30분부터 12시까지 틱낫한 스님의 법문과 오후 4시30분 조별 모임에서 서로 깊이 경청하고, 마음을 터놓는 시간이 하루 일과의 뼈대다. 나머지 시간엔 그늘에서 노닥거리든 낮잠을 자든 자유다. 

플럼 빌리지는 틱 스님이 거주하는 윗마을(어퍼햄릿)과 이곳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서쪽마을(웨스턴햄릿), 10분 거리인 아랫마을(로워햄릿), 30분 거리인 뉴햄릿(새마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승려들의 수행처 내원 등 5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7월 13일부터 8월 6일까지 열린 이번 여름수련회엔 47개 나라에서 온 2500여 명이 참여했다. 각 마을엔 부족한 방 대신 잔디밭에 텐트를 친 수련자들로 넘쳐났다. 

틱 스님의 매일 오전 법회는 네 마을을 돌아가며 열리는데, 법당 밖에선 다리를 펴거나 누워서 스님의 법문을 듣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자신의 나쁜 습관이라고 화를 내지 마세요. 그 습관과 싸우지 말고, 웃음을 머금으세요. 그렇게 할 때 서서히 변화될 수 있답니다.” 

스님의 위로 섞인 법문에 자신에게조차 비폭력적이고 점차 평화로워지는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번지기 시작한다. 실제 이곳 수행의 핵심은 보통 30분 정도에 한 번씩 울리는 종소리 명상이다. 종이 울릴 때마다 모든 동작을 중지하고 숨만을 지켜봄으로 깨어있는 수행을 한다. 

기계처럼 몸과 마음을 혹사하기에만 급급하며 한 번도 쉬어보지 못한 영혼들은 나무 밑 그늘과 해먹 위에서 몸은 완화되지만 의식은 깨어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지난달 31일부터 6일까지의 마지막 수련회에 〈화〉를 펴낸 명진출판사 초청으로 이곳에 온 명상체험단 16명 가운데 한 사람인 회사원 박현준(32)씨는 “색다른 체험이었다”며 “뭔가에 쫓기는 듯한 압박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조현 기자 (한겨레신문 2003년 8월 8일자)

[인터뷰] 프랑스 플럼빌리지 수련회에서 만난 틱낫한 “송광사 그렇게 편할수가 없었어… 전생에 한국 스님이었던 것같아”  베스트셀러 〈화〉와 〈힘〉의 저자인 틱낫한(77·사진) 스님을 지난 4일 그의 공동체인 프랑스 남부 보르도지방의 플럼 빌리지(자두마을)에서 만났다. 그가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지 4개월여 만이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아름다운 평화의 메시지를 남겼지만, 한국 또한 그에게 인상 깊었던 듯하다. 이곳 스님들은 “타이(틱낫한 스님의 애칭)가 한국에서 돌아온 뒤에도 일주일 동안 한국 얘기만 했고, ‘송광사에서 자면서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전생에 한국의 스님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며 반겼다. 

정몽헌 회장이 미리 나와 얘기라도 했으면 그렇게 뛰어내리진 않았을텐데 

모든 사람은 변한다…100%는 어렵지만 10%, 20%는 가능, 그것만으로도 충분 

남한에도 고통있지만 북한만큼…아니지 그렇기에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느냐 

틱 스님은 먼저 기자를 보자마자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의 자살 소식을 꺼내며 “미리 나와 얘기라도 했으면 그렇게 뛰어내리지는 않았을 텐데 …”라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정치 지도자들과 기업가들을 정신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어떻게 우리를 평화의 언덕으로 데려다 주겠어요.” 

그는 “불교가 스트레스를 받고 절망하고 갈등하는 세상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구체화해 이미 기업가 수련회를 두 번이나 열었고, 이 공동체에서 여름수련회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에서 국회의원 수련회를 비롯하여 경찰수련회, 교도소 간수 수련회 등을 열 계획이란다. 

그는 “남한엔 훌륭한 불교 스승이 많고, 사람들도 이들에게 배우려는 의지가 많아 한국이야말로 정신적 고요와 평화가 필요한 사람들을 불교가 도울 수 있는 나라”라고 기대했다. 

-한국에선 승가와 재가, 비구-비구니의 위계가 엄격한데, 이곳에선 스님들이 신자들과 한자리에서 함께 식사하며 ‘브러더’, ‘시스터’라고 불러 인상적이다. =형제애가 없으면 수행에 성공할 수 없다. 비구는 비구니도 자매로 봐야 한다. 비구도 비구니도 계율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비구나 비구니가 가족이기를 바란다. 난 공동체 스님들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바란다. 개인이 따로 살려면 차와 집도 필요하지만 이곳에선 서로 사랑하며, 1명당 하루에 2유로 정도면 살아갈 수 있다. 

-이곳은 자신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태생적으로 또는 어린시절 경험으로 성격이 형성돼 고정된다는 심리학적 관점도 있는데, 수행을 통해 성격이 변화될 수 있는가? =성격은 많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에 한 요소만이라도 더하면 변하는 것이다. 불교에선 모든 게 무상하다고 본다. 100% 변화는 어렵지만 10%, 20%의 변화는 가능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기쁨을 주지 않는가. 어떤 사람은 빨리 변하고, 일부는 아주 늦게 변한다. 빨리 변할 수 없는 사람들에겐 더 많은 사랑과 인내가 필요하다. 확실한 것은 모든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다. 

-이 공동체엔 석가모니와 예수가 나란히 선 사진이 걸려 있지만 진실로 서로 이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서양 스님들은 유대교나 기독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불교에 귀의해도 그 종교에 대한 애착이 있다. 이들에게 자기 종교를 버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자기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 불교를 공부하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때는 이곳에 방문객들이 많이 와 파티를 연다. 불교를 이해하면 기독교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 뒤 자기 종교로 돌아가 깊이 탐구하면 불교와 비슷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럼빌리지에선 하느님의 왕국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고 가르친다. 

-스님은 불교 가르침에 따라 평생 비폭력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인도인들은 불교를 버렸고, 베트남인들은 무장저항으로 미국을 물리쳤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라크는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에 응했지만 결국 침략을 당했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통한 저항말고는 길이 없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비폭력을 설득할 텐가? =인도는 간디의 비폭력운동으로 독립을 얻었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후퇴한 것은 무기가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세계 평화운동가들의 거센 반전운동에 따른 반전 여론을 미국이 더는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미군 15만은 이제 보복의 위협 속에 있고, 병사의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우려로 고통받고 있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선 북한에 대한 지원을 놓고 한쪽에선 굶주리는 동포들을 위해 인도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쪽은 군비로 전용되므로 지원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지금 미국이 하는 것처럼 인권문제를 집중 거론해 인권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지금 인권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 김정일 정권의 개방을 더디게 해 현재의 상황을 연장시킬 뿐이라고 우려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좌우 대립 때문 아닌가. 그들이 싸우는 데 말려들면 안 된다. 형제애라는 기반 위에 단단히 서야 한다. 쌀을 줄 때 가난한 사람에게 간다는 확신을 달라고 하라.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 사람들이 일대일로 편지를 쓴다면 좋다. 그래서 어떤 고통을 맛보고 있는지 서로 알리고 서로 이해해야 한다. 우익이 성공하도록 편을 들어주면 북한 사람들이 겁을 먹게 된다. 남한에도 고통이 있지만 북한만큼 고통받는 것이 아니잖은가. 그렇기에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해야 한다. 북한 사람들도 남한에 와서 조금만 얘기해 보면 남한이 미국의 노예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보르도 플럼빌리지/글·사진 조현 기자 cho@hani.co.kr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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